[오토트리뷴=김동민 기자] 기아 대형 전기 SUV EV9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판매량이 감소하며 총체적 부진에 빠져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아가 밝힌 판매 전략이 논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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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9, 호주에서 판매량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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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자동차 전문 매체 드라이브는 16일(현지 시각 기준), “기아는 EV9 공식 가격을 인하할 계획이 없다”라고 보도했다. EV9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호주 시장 판매량이 총 14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66대에 비해 45%가량 급감했다.
EV9은 호주에서 97,000에서 121,000 호주달러(약 8,605만에서 1억 734만 원)에 판매 중이다. 일부 딜러는 재고차에 대해 최대 2만 호주달러(약 1,774만 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아 호주 법인은 공식 가격 인하가 없다고 못박았다.
이와 관련해 딘 노르비아토 기아 호주 마케팅 총괄은 기존 고객들을 신경쓴다는 취지를 밝혔다. “기아는 출고가를 낮추지 않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라며 “이를 철회할 경우 기존 고객이 구매한 차에 대한 잔존가치가 훼손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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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테슬라, BYD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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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비아토 총괄은 “가격 인하는 테슬라나 BYD가 선택한 전략이지만, 기아는 브랜드 가치 유지가 더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EV9는 본래 대량 판매 목표가 아닌 관심 유도와 기술 홍보용“이라며, “그 본분을 다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아 호주 법인에 따르면 EV9은 기아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장 많은 고객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 기아 호주 법인은 “타 모델 시승으로도 이어지는 효과를 내고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롤랜드 리베로 기아 호주 제품 총괄도 노르비아토 마케팅 총괄이 낸 의견을 지지했다. “EV9은 판매 대수보다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가 핵심 역할”이라며, “기존 구매 고객 가치를 해치는 가격 전략은 지양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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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성장 전반적 둔화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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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9 부진은 단순히 경쟁력 저하 때문이 아니다. 호주 전기차 시장 전체 성장세가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전년 대비 2021년 230%에 2022년은 93%, 2023년은 161%로 고성장세였다. 반면 2024년에는 1.7% 증가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V9은 공식 가격을 유지한 채 ‘플래그십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딜러 할인은 제한적으로 존재하지만, 공식 입장만큼은 단호하다. 브랜드 가치와 기존 고객 신뢰를 지키겠다는 고집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받고 있다.
한편, EV9은 국내 판매 역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판매량은 2,012대에 그쳤고, 올해는 5월까지 655대로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형제차이자 경쟁모델인 현대 아이오닉 9은 올해 판매량 2,841대로 비교적 판매량이 높았다.
김동민 기자 kdm@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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