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Freedom is Not Free(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6.25 참전용사 사진전을 관람할 기회가 있다. 이 사진전을 주최한 라미 현 작가는 Project-Soldier의 일환으로 ‘한국전쟁의 참전용사를 찾아서’라는 계획을 실행했고 이미 22개국 1500명에 달하는 영웅들의 사진을 찍어왔다. 필자 역시 군인 가족으로 이러한 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이번 프로젝트가 열리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찾아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전시된 사진 속 인물들은 바로 대한민국의 자유와 독립을 지키기 위해 헌신했던 전쟁 영웅들이었다. 사진 속 그들은 고령인데도 단단한 눈빛과 품위 있는 표정으로 한 나라를 지켜낸 시간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필자는 의사로서 사진의 아름다움 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들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노화와 질병이 만들어낸 후유증의 흔적들, 또 전쟁의 상흔이 남긴 정신적·신체적 고통이었다.
늙어가는 영웅들, 세월 앞에 선 질병의 이름들
전쟁이란 것은 총성과 포화만을 남기지 않는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알코올 의존, 만성 통증, 청력 및 시력 손실, 의지(prosthesis)가 필요할 정도의 신체 손상은 참전 이후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이 영웅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노화로 인한 퇴행성질환이 겹치며 많은 참전 용사들이 여전히 끝나지 않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노쇠로 인한 근감소증과 퇴행성관절염을 여러 참전용사들의 사진 속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명예로운 순간을 남기기 위해 당당한 표정과 자세로 촬영된 사진들이지만 사진을 촬영하기까지 과정을 담은 동영상에선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도움을 받는 장면들이 있었으며 여러 사진 속에서 노병들의 손에 지팡이가 쥐어져 있거나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또 몇몇 참전 용사들은 중증치매나 파킨슨병을 앓고 있기도 했고 거동이 불편해 침상에 누운 채로 사진을 찍어야 했던 분도 있었다. 명예로운 삶을 살아오신 분들이지만 삶의 말기에는 자유롭지 못한 몸과 정신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은 무거운 울림으로 다가왔다.
전쟁이 남긴 상흔, 건강이라는 자유
“Freedom is Not Free.” 이 짧고 강렬한 문장은 단지 나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군사적 희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필자는 그 문장을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건강 또한 공짜가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고 있는 걷기, 먹기, 말하기, 생각하기 같은 기본적인 신체기능은 결코 당연한 것들이 아니다. 이러한 ‘몸의 자유’ ‘움직임의 자유’ ‘생각의 자유’는 건강이 허락할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파킨슨병환자가 겪는 느린 움직임이나 근육의 뻣뻣함, 보행장애는 물론 약물치료를 해도 나타날 수 있는 약효 소진(wearing-off) 현상만으로도 일상생활 수행에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지 필자는 진료실에서 반복적으로 목격하고 있다.
참전용사들이 지켜낸 이 나라의 자유가 대가 없는 것이 아니었듯 건강한 삶 역시 노력 없이는 쉽게 유지될 수 없다.
노쇠와 퇴행성질환 예방은 지금부터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자유를 지켜야 할까. 바로 건강한 노후,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자유이다.
노쇠와 퇴행성질환은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지만 위험을 낮추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아래는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기본적인 건강수칙이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 파킨슨병 및 치매 발병률을 낮추고 진행을 늦춘다. 적절한 근육량 유지 및 체중관리는 관절염 예방이나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지중해식 식단 또는 저염식 : 항산화 및 항염작용으로 심혈관질환 예방 및 뇌 건강 보호 효과를 나타낸다.
인지기능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취미활동과 사회적 교류 유지 : 치매 예방에 큰 역할을 한다.
금연·절주하기 :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인자를 줄여주며 암 발생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건강검진 받기 : 정기검진은통한 다양한 질환의 조기 발견 및 치료로 건강한 노후 유지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자유를 지켜낸 이들에게 감사하며 스스로의 자유를 지키는 삶을
사진전에 있는 모든 사진들은 구매 가능했는데 필자는 침상 위에서도 당당한 표정을 짓고 있던 존 스포폴스의 사진을 선택했다. 실제 존 스포폴스는 저 사진을 촬영하고 3개월 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하지만 그가 우리에게 남긴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우리가 목숨 바쳐 지킨 자유의 땅에서, 이제는 당신들이 건강하게 오래 살아주길 바랍니다.”
필자 역시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제 당신이 지킬 차례입니다. 건강과 삶의 자유를.”
대한민국을 지킨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며 우리는 우리의 뇌와 몸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건강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건강은 삶의 품격을 지키는 또 하나의 자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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