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회생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가 파산을 피하기 위해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공식 추진하면서, 최대주주 MBK파트너스의 책임론과 정치권의 청문회 요구가 동시에 고조되고 있다. MBK는 보유한 홈플러스 주식을 전량 무상소각하고 새 인수자 유치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노조와 시민사회는 “사실상 책임 포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와 MBK는 지난 13일 회생법원에 회생계획 인가 전 M&A 승인을 신청했다. 인가 전 M&A는 통상적인 지분 매각이 아닌 신주 발행을 통한 새 투자자 유치 구조다. MBK는 이 과정에서 자사 보유 보통주 약 2.5조원어치를 전량 무상소각하기로 결정했다. 무상소각으로 MBK는 경영권을 포함한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인수자는 새 자금으로 회생채권을 변제하거나 사업 안정화에 투자하게 된다.
인가 전 M&A의 허가 여부는 법원의 판단을 거치게 된다. 홈플러스 조사보고서를 제출받은 회생법원은 채권자협의회에 의견조회서를 발송하고, 오는 19일까지 채권자 의견 수렴 기간을 운영할 예정이다. 채권단의 입장이 모아지면 법원은 이를 바탕으로 허가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그동안 사례를 비춰보면 다음주 안으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MBK의 이 같은 움직임에 정치권과 노조, 입점상인단체 등은 “면책 전략”이자 “계획된 엑시트”라고 규정하고 있다. 16일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여야 의원들과 마트노조, 입점업주협의회, 홈플러스 공동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MBK를 겨냥한 국회 청문회 개최를 공식 촉구했다.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홈플러스 사태는 사모펀드의 약탈 행위 그 자체”라며 “모든 이익은 MBK가 챙기고, 피해는 국민과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도 “김병주 회장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고발됐고, MBK는 여전히 사재출연 약속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병주 회장의 사재출연 이행 여부 또한 논란이다. 김 회장은 지난 3월 회생 절차 개시 직후 사재 출연을 약속했지만, 구체적 규모나 방식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고 법원에도 관련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김 회장의 사재출연과 관련해 법원에 제출된 자료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인수와 관련해 GS리테일, 쿠팡, 알리바바, 농협 등이 잠재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GS리테일은 SSM과 편의점 운영 경험이 강점이며, 쿠팡은 전국 홈플러스 매장을 활용해 신선식품 배송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알리바바는 국내 물류 거점 확보 차원, 농협은 하나로마트의 주요 도시 진출의 수단으로 홈플러스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시장 전망은 엇갈린다. 유통업 전반의 정체로 대형마트 인수에 신중한 기류가 강하며, 인수 시 수익 구조 개선이나 고용 안정 대책이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홈플러스는 58개의 자체 점포 등의 부동산 가치를 포함해 자산 6조8000억원, 부채 2조9000억원으로 자산 우위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번 회생 과정에서 68개 임대점포 중 26곳의 연간 임대료를 평균 33.6% 인하하는 데 성공한 것도 매각에 긍정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고용 인원 약 1만9000명, 400곳이 넘는 점포 네트워크를 고려하면 단순히 부동산 가치만으로 접근한 인수는 MBK와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통매각이 아닌 사업부 분할 매각 가능성도 다시 거론된다. 앞서 MBK는 지난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할 매각을 시도했다가 올해 3월 회생 절차로 철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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