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간병비는 건강보험 급여도 비급여로도 인정받지 못한 상태로 제도권 밖에 있어 모든 비용을 환자와 보호자가 부담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간병인 이용을 포기하거나 가족이 생계와 간병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간병지옥, 간병파산, 간병실직 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20대 대선에 이어 21대 대선에서도 간병비 급여화가 여야 선거공약에 포함됐다. 그만큼 간병에 대해 국민의 관심이 높고 초고령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요양병원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정책에 기대가 크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 12월에 보호자 없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요양병원 간병지원 시범사업 추진, 질 높은 간병서비스 제공 및 복지 기술 적극 활용 등 간병비 걱정 없는 나라를 위한 10대 과제 추진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부터는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의료 최고도·고도 환자의 간병비와 병원 운영비 등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이 전국 10개 지역의 20개 병원에서 실시되고 있다. 혼수상태, 인공호흡기 부착 등 의료필요도가 높으면서 장기요양 1~2등급에 해당하는 환자 중에서 통합판정으로 시범사업 대상자를 선정한다. 간병비 지원 대상자가 되면 일정한 교육을 이수한 간병인과 매칭이 이뤄지고 월평균 60만~80만원 간병비를 지원받아 간병비 본인부담률이 40~50% 수준으로 낮아진다.
하지만 아쉽게도 2024년 12월 말까지 신청자 중 63.7%인 895명이 간병서비스를 이용해 수혜율이 높지 않다. 환자가 통합판정에 탈락하거나 통합판정 대기기간 동안 사망, 퇴원 등의 사유로 이탈하고 요양병원은 별도 전용병실 운영과 간병인 관리가 쉽지 않아 시범사업이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고 있다.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정부가 성급하게 시범사업을 시작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에 추진할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는 몇 가지 선결과제를 해결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째, 건강보험으로 간병비를 급여화하기 위해선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 항목에 간병이 포함돼야 하고 간병료 산정 기준도 마련돼야 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간호간병료는 간호와 간병에 대한 비용이 포함된 금액으로 간호와 구분된 간병 자체에 대한 급여범위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또 요양병원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사업에 참여할 수 없어 지금 진행 중인 시범사업을 확대해 간병서비스 운영모형을 개발해야 한다.
둘째, 간병인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간병인의 자격·역할·업무을 규정하고 간병인 양성을 위한 표준교육과정이 제시돼야 한다. 간병서비스를 의료적 간병과 생활지원 간병으로 구분해 간병인이 될 수 있는 자격요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간병인 관리감독 및 교육체계를 구축해야 간병서비스 질 향상이 가능하다. 이 업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를 간호간병정책과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셋째, 전체 간병비를 전면 급여화하는 데는 재정 부담이 커서 질병 유형, 입원 기간, 간병서비스 등에 따라 본인부담률을 20~90%까지 차등 적용하는 급여화 방안이 설계돼야 한다.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는 환자와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지만 문제는 재원이다. 요양병원 간병비는 최소 1조2000억원에서 최대 15조원까지 추산되고 있어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요양병원은 회복기 또는 만성질환자의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기관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건강보험 급여화를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넷째, 요양병원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현재 요양병원에는 치료보다 돌봄이 필요한 사회적 입원 환자가 다수 있어 의료기관으로 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 요양병원을 중증환자 입원 기능으로 전환하고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통합판정을 실시해 의료적 필요성이 낮은 환자는 요양시설로 이송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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