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선은 현재 지적도상 경계선. 빨간색은 실제 측량에서 확인된 지적 경계선.
[한라일보] 1975년 제주시가 조성한 공설묘지 부지에서 지적도상 경계와 실제 경계가 맞지 않는 오류가 발생했음에도, 행정은 수십 년간 이를 바로잡지 않아 시민 재산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묘지 이전 위협과 도로 통행 제한 우려까지 불거지면서 행정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제주시 연동 2488번지 일대는 1975년 8월 20일, 제주시가 주도한 공설묘지 조성 계획에 따라 분할돼 일반 시민에게 분양됐다. 당시 토지는 공식 지적도를 기준으로 나뉘었지만, 이후 현장 실측에서 지적선과 실제 경계가 불일치하는 문제가 드러났다.
해당 부지를 2000년대에 분양받은 A씨는 가족 묘지를 설치한 뒤 한국국토정보공사에 정밀 측량을 의뢰한 결과, 지적도상의 경계선과 실제 경계가 크게 어긋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최근인 지난 11일 재측량에서도 동쪽 경계선이 도로 건너 곶자왈 지역까지 약 20m, 북쪽으로는 10m가량 벗어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쪽 구간은 경사가 심한 곶자왈 지역으로, 묘지 설치가 사실상 불가능한 지역이다.
A씨는 2021년부터 해당 문제의 정정을 제주시에 요청했지만, 4년이 지나도록 행정은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그는 "묘지 옆 토지를 누군가 매입해 '경계가 넘어왔다'며 묘를 철거하라고 요구하면, 수십 기 묘지를 이장해야 할 판"이라며 "현행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묘지 존속 자체가 불안정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현재 도로 아래에서 위쪽까지 약 260m 구간도 일부 민간 소유 토지가 포함돼 있는데, 해당 토지 소유자가 도로 통행을 막는다면 주민 접근 자체가 차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제주시 측은 "해당 사안은 직권으로 정정할 수 없는 문제로, 토지 소유자의 신청이나 인접 소유자의 동의서, 법원의 획정 판결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2022년 2월 14일, 해당 토지가 등록사항 정정 대상임을 소유자들에게 통보하고 정정 신청을 독려했으나, 신청률이 저조하고 일부 소유자들의 반대 의견으로 인해 정정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A씨는 "당초 행정이 정확하게 측량하고 분할했더라면 이런 문제가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잘못의 책임은 행정에 있음에도, 이제 와서 개인 간 분쟁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오류가 A씨 사례에만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해당 묘지 부지 대부분이 동일한 방식으로 조성됐기 때문에 유사한 피해자들이 더 존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행정의 무대응이 오히려 2차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도내 한 토지행정 전문가는 "행정이 조성한 공공묘지 부지에서 발생한 지적 오류는 단순한 민사 분쟁이 아닌 공공 책임 사안"이라며 "현행 법령상, 행정 착오로 인한 경계 오류가 입증될 경우 직권 정정이 가능한 사례로 판단될 수 있음에도, 제주시가 이를 회피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행정 책임 회피"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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