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한나연 기자] 입주를 앞두고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재건축·재개발 현장이 또다시 갈등에 휘말리고 있다. 입주 지연이라는 압박 속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의 줄다리기가 반복되자 일부는 법적 다툼으로, 일부는 지자체 중재로 간신히 봉합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공사비 분쟁의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성동구 행당7구역(라체르보 푸르지오 써밋)은 입주를 한 달 앞둔 시점에 시공사 대우건설이 169억원 규모의 공사비 증액을 조합에 요청하며 갈등이 일고 있다.
대우건설은 무이자 PF(프로젝트파이낸싱) 금융비용 반환, 마감특화 변경, 일반분양 추가비용 등을 증액 사유로 제시했으며, 분양수익이 600억원이 넘는 반면 시공사 측은 약 30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합은 "이미 지난해 한 차례 증액을 수용한 상황에서 추가 부담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합 측은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며, 입주를 앞둔 현장은 불확실성에 빠졌다. 이에 대우건설은 안내문을 통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고 원만한 사전 합의를 통해 '상생'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행당7구역은 지난해에도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당시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의 공사비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대우건설이 요청한 526억원 중 282억원만 수용하는 선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합의가 이뤄졌고, 이를 계기로 일반분양이 시작됐다.
비슷한 갈등은 수도권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 철산주공8·9단지(철산자이 더 헤리티지)의 시공사인 GS건설은 입주를 앞두고 공사비 1032억원 증액을 요구했다. 이후 5개월간의 협상 끝에 경기도 분쟁조정위원회 중재로 520억원 증액에 합의하며 갈등을 봉합했다.
일각에서는 입주 직전 공사비 증액 요구가 조합 입장에서는 협상 여지가 좁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정비사업 컨설턴트는 "기다리는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입주 지연이 치명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공사의 요구를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시공사 입장에서도 증액 실익이 가장 클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 지자체가 나서서 갈등 완화를 위한 중재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시는 반복되는 공사비 갈등에 대응해 '정비사업 코디네이터' 제도로 중재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량진6구역으로, 시공사와 조합 간 증액 갈등이 착공 지연으로 번질 위기였지만, 서울시가 중재에 나서면서 합의가 성사됐다.
정비사업 코디네이터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중재하는 민간 전문가(건축․도시계획․법률 등)를 의미한다.
이를 주축으로 노량진6구역을 포함해 올해 대조1구역, 신반포4지구 등 3개 구역에서 공사비 분쟁 합의가 이뤄진 가운데, 노량진8구역, 월계동 487-17 등 5개 구역에도 정비사업 코디네이터가 파견돼 공사비 분쟁 조정 및 중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서울시 측은 최근 입주 제한 우편물을 조합원에게 발송한 행당7구역에도 코디네이터를 파견해 아파트 입주 제한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착공 지연에 따른 피해는 결국 시민이 보게 되는 만큼 서울시가 갈등 해결에 적극 나서 합의에 이르게 됐다"며 "앞으로도 사업 지연, 조합원 부담을 크게 만드는 정비사업 공사비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갈등이 단발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인건비와 자재비 상승, 고급화 요구 및 물가 인상분 반영으로 실제 공사 원가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조합 측은 "계약 체결 이후 발생한 리스크는 시공사가 일정 부분 감수해야 한다"면서도 "무작정 반대하는 게 아니라, 전문성이 필요한 증액 항목일수록 투명하고 구체적인 근거 제시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공사비 증액은 충분히 논의될 수 있는 이슈지만, 입주 직전 시점에서야 요구되는 현 구조는 문제"라며 "특히 마감특화나 자재 변경 등 사전에 예측 가능한 항목까지 사후 청구로 처리되는 관행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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