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위메이드가 자사 가상자산 ‘위믹스(WEMIX)’ 상장폐지를 두고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연합체 ‘닥사(DAXA)’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거래소들이 사전 협의를 통해 일괄 상장폐지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담합’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가상자산 발행사가 상장폐지 결정의 절차적 위법성을 공적으로 제기한 첫 사례로 거래소 자율심사 구조에 대한 제도적 쟁점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2024년 하반기 KYC 등록 거래소 이용자는 970만명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107조7000억원으로 91%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상장코인의 34.9%가 2년 내 폐지되며 투자자 신뢰를 위협하는 구조적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상장폐지 결정 권한이 법이 아닌 거래소 자율 판단에 맡겨져 있다는 것.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로 구성된 DAXA는 2022년 11월 위믹스를 일제히 상장 폐지했다. 각 거래소는 같은 시각에 동일한 내용 공지를 냈고, 위메이드는 이를 사실상 사전 협의가 이뤄진 ‘경제적 공동행위’로 보고 공정위에 신고했다.
DAXA는 “위믹스 프로젝트가 정보공시와 유통량 관리에서 중대한 위반을 저질렀다”며 상장폐지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발표 직후 위믹스 가격은 하루 만에 70% 가까이 급락, 거래소들은 차례대로 거래 지원을 종료했다. 위메이드는 이후 보유량 공개, 외부 감사, 바이백 시행 등을 내세우며 재상장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위믹스는 2024년 말 기준 글로벌 시총 300위권에 머물러 있다. 해외 거래소 기준 최근 24시간 거래량은 약 310만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는 여전히 거래가 재개되지 않아 국내 시장에서의 유통 기반은 복원되지 않은 상태다.
사안의 본질은 상장폐지 ‘절차’의 ‘정당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는 가상자산의 상장과 폐지에 대한 명시적 법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각 거래소가 자체 위원회를 통해 심사를 진행하는 민간 자율 규제 구조로 정부의 감독 권한은 사실상 미치지 않는다. 국회는 2023년 ‘디지털자산 이용자 보호법’을 제정해 이용자 자산 보호와 거래소의 이상 거래 감시 의무를 명시했지만, 상장과 폐지 기준은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해외는 상장 기준까지 제도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암호자산시장규제(MiCA) 규제를 시행하며 상장심사, 공시 의무, 폐지 절차까지 포괄 규제에 포함했다. 미국은 자산 증권성·파생성 여부에 따라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와 미국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규제권을 분담하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DAXA와 같은 민간 거래소 연합체가 상장·폐지 권한을 행사하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수수료 수익과 프로젝트 평가 권한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어 이해상충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 상장폐지 판단이 사업적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위메이드가 제기한 ‘공동행위’ 및 ‘시장지배력 남용’ 혐의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조사 착수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실제 조사가 시작될 때 국내 가상자산 산업에 제도적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동시 상장폐지 결정’을 경쟁제한 행위로 볼 수 있을지는 향후 거래소 운영 기준 전반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최소한의 법적 기준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한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상장은 ‘거래소 마음’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폐지에는 법적 통보나 이의제기 절차조차 없는 상태”라며 “자율규제가 신뢰받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법적 가이드라인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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