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다시 한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법정에서 맞붙는다. 이번에는 '전기차 의무화 폐지'를 둘러싼 정면충돌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앞세운 주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전통 내연기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되살리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충돌이 점차 격화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전기차 의무화 폐지 결의안'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결의안은 2035년부터 시행 예정이던 캘리포니아주의 전기차 신규 등록 의무화 조치를 사실상 무효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결의안은 미국 청정대기법에 따라 부여된 캘리포니아주의 고유 권한을 침해한 불법적 시도"라며, "우리는 이 조치를 연방법원에서 철회시키기 위해 다시 한번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한 26번째 소송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연방정부의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에 따라 오랜 시간 독자적인 배출가스 기준을 설정하고 운용해 왔다. 특히 2020년에는 향후 내연기관차의 단계적 퇴출을 목표로 2035년부터는 주 내 신규 자동차 등록을 전기차로 제한하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는 전국적으로 전기차 보급을 촉진하는 대표적인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후 전면적인 환경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공화당이 장악한 미 의회는 최근 캘리포니아주의 청정대기법 예외 적용을 폐지하는 결의안을 의회 검토법(CRA·Congressional Review Act)을 근거로 발의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즉각 서명했다.
이에 대해 본타 장관은 "의회검토법은 연방 규제에 대해 검토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긴 하지만, 이미 부여된 주정부의 자치권까지 침해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은 없다"며, "이번 결의안은 명백히 정치적 목적을 띤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캘리포니아주는 법원에 이 결의안을 '위헌적 조치'로 선언해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청정대기법 하에서 부여된 주의 독자 규제 권한을 재확인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트럼프 행정부와 캘리포니아주 간의 갈등이 기후·에너지 정책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로스앤젤레스(LA)의 시위 진압을 위해 연방군 투입을 결정한 것에 대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폭군의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난한 이후 갈등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상대로 '불법 군 투입'을 이유로 또 다른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전기차 사안은 그 연장선상에서, 환경 정책을 둘러싼 연방과 주 간 권한 다툼의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분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소송이 단순한 정책 갈등을 넘어, 2024년 대선을 거치며 재부상한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 주지사들 간의 정책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2028년 차기 대선을 겨냥한 힘겨루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인 석유산업과 내연기관차 중심의 산업계 지지를 바탕으로 전기차 의무화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시사하고 있다.
반면,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17개 주는 자체적인 배출가스 기준과 전기차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연방정부의 완화 기조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번 소송이 어떤 판결로 이어질지에 따라 향후 미국의 기후 정책 방향은 물론, 세계적인 전기차 전환 흐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롭 본타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기후위기를 부정하고 기업 중심의 규제를 되살리려는 움직임은 과거로 돌아가려는 시도"라며 "우리는 미래 세대를 위해 지금 이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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