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진호 정치에디터] 국민의힘이 새 원내대표 선출을 앞두고 숨 가쁜 경선 레이스에 들어갔다. 오는 16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에 3선의 송언석(경북 김천)의원과 김성원 (경기 동두천양주연천)의원이 12일 출사표를 던지면서 양자 구도가 사실상 성립됐다. 당 안팎에서는 TK(대구·경북) 출신이자 경제·재정 전문가로 평가받는 송언석 의원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송언석, "경제·재정 등 정책전문성으로 변화와 쇄신 이끌 것"
송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책으로 싸우고 통합으로 승리하는 국민의힘, 피와 땀과 눈물로 변화의 길을 열겠다"고 밝히며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송 의원은 "엄중한 경제 상황과 민생 문제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해결하고, 당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오로지 국민과 당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밝힌 뒤, 자신의 기재부 예산실장과 2차관 경력을 앞세워 "경제·재정 분야의 정책 전문성을 바탕으로 당의 변화와 쇄신을 이끌 든든한 밑거름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송 의원은 그림자 내각 설치, 정책위원회와 상임위의 유기적 연결, 지역 정당 및 시민단체와의 정책 연합 구상 등 구체적인 구상을 제시하며 원내지도부의 정책능력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가 "정책에 강한 정당, 민생과 경제의 해법을 제시하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원내사령탑으로서 당의 실력을 회복하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송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TK의원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수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있는 건 사실"이라면서 "선거일까지 당내 여러 의원들과 소통하면서 지지를 이끌어낼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성원 "수도권 민심 대변할 것"...쇄신메시지로 돌파시도
이에 맞서는 김성원 의원은 이날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을 대표하는 새로운 인물이 보수재건을 이끌어야 할 시점"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총선과 대선에서의 연패는 수도권 민심 이반에서 비롯됐다"며 "수도권 민심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제가 원내대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1대 국회 초반에는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아 강경한 대여 투쟁에 앞장섰던 이력도 내세웠다.
김 의원은 원내대표가 되면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 당이 국민과 당심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했던 이유는 당내 민주주의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의원 각자의 의견이 반영되는 문화와 제도를 뿌리내리게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난 과오에 대해 처절히 반성하고 새로운 보수의 출발을 준비해야 한다"며 내부 쇄신의 메시지도 함께 던졌다.
'비계파 경쟁'... 보이지 않는 지역·계파 구도 작동할 듯
정치권에서는 이번 경선이 계파색이 옅은 송언석·김성원 두 인물 간의 경쟁이라는 점에서 '비계파 경쟁' 으로 포장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계파 및 지역 대리전의 성격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김 의원은 대선 당시 한동훈 전 대표 캠프에 참여한 인사로 친한계의 물밑 지원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에 송 의원은 TK 기반의 3선 의원으로서 친윤계는 물론이고 영남권 의원들과 주류 당세력의 지원이 에상되는 위치에 있다. 원내대표 선거에 나선 두 후보가 모두 계파색이 옅다는 평을 받으면서도, 이번 선거가 사실상 친윤계와 친한계 간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흐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날 출사표를 던진 송언석·김성원 두 후보 모두 '원내대표 선거가 계파전으로 흐르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해석을 경계한 듯 "저는 친윤도 친한도 아니다"(송언석), "특정 계파를 위한 출마가 아니다"(김성원)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최근 당내 논란이 되고 있는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5대 혁신안'에 대해 두 사람의 입장이 확연히 엇갈리면서, 각자의 노선이 당내 계파 구도와 맞닿아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송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조치와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 대한 당무감사 등 혁신안의 주요 내용에 대해 선을 긋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것을 지금 와서 고구려가 했어야 한다고 뒤집을 수는 없다"고 했고, "상처가 아물 때까지는 덧나지 않게 해야 한다"며 혁신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김 의원은 "당이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며 개혁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실행과정에서 절차나 파장을 세심히 살펴야 한다"고 덧붙이며 신중론을 폈다. 그의 입장은 변화의 흐름을 부정하지 않되, 내부 반발과 갈등을 최소화하는 균형을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수도권 민심 되찾기 vs 대여 투쟁력과 정책역량…의원 표심 향배 주목
대선패배 직후 치러지게 되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지역 안배, 계파 역학, 쇄신 구상 등 여러 요소가 맞물리며 단순한 '리더 선출' 이상의 의미를 띠고 있다. 친윤(친윤석열)계 출신인 권성동 원내대표가 새 원내대표 선출까지 의원총회를 열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쇄신 논의가 새 원내대표 선출 이후에나 재개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와 관련,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당초 원내대표 선거에 나서려던 김도읍 의원 등 영남권 의원들이 불출마하면서 영남권 vs수도권 의원 2파전이 이뤄졌다"면서 "이 구도대로라면 영남권을 대표해 출마한 송 의원이 상당히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의 최종선택은 6월16일, 당 소속의원들의 표심에 달렸다. 수도권 민심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으로 김성원 의원을 세울까, 아니면 대여 투쟁력과 정책 실무역량을 갖춘 송언석 의원을 선택하는게 나을까. 대선패배 이후 당 수습을 위한 원내대표 선거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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