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부 ‘특고·플랫폼’ 노동정책 시험대 올라…근로자성 인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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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정부 ‘특고·플랫폼’ 노동정책 시험대 올라…근로자성 인정될까

투데이신문 2025-06-12 16:30: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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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배달노동자, 택배기사 등 법적으로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특수고용직(이하 특고)·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권리 보장이 새 정부 노동정책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은 2년 연속 무산됐지만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법적 지위와 보호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윤석열 정부 내내 갈등을 이어온 노정 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일어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12일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에 따르면 공익위원 측은 지난 10일 진행된 제4차 전원회의에서 “도급제 등으로 임금이 결정되는 직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대한 논의는 현재까지 제시된 실태 조사로는 진척시키기 어렵다”며 “실태조사 결과를 2027년도 최저임금 심의 시까지 제출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회의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개최된 최임위 전원회의로 본격적인 최저임금 논의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문제는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커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내년으로 논의가 넘어가게 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등이 소속된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운동본부는 전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 요구안을 발표하면서 특고·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권리 강화를 촉구했다.

이날 노동계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있다. 특고·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가사노동자 등은 정부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최저임금 보호조차 받지 못한다”며 “실질적인 사용자-종속 관계 속에서 일하고 있음에도 최저임금 적용에서 배제돼 구조적 저임금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에 따르면 2015년 특고·플랫폼 노동자 숫자는 이미 220만명을 넘었으며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팬데믹 이후 더욱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부 부처에서 통일된 통계조차 없다”며 “최저임금 적용의 범위가 좁을수록 저임금 구조가 확대되고 빈곤과 불평등이 더욱 나빠진다. 정부는 근로기준법 타령을 할 게 아니라 지금 당장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고·플랫폼 종사자는 건당 수수료 등 일의 성과에 따라 보수를 받는 직종으로,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종사자’로 불린다. 배달노동자, 택배기사를 비롯해 대리운전 기사, 웹툰작가, 학습지 교사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계약이나 외주계약 형태로 일일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개인사업자에 해당된다.

여기서 문제는 계약 형태만 위탁일 뿐 사실상 사용자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으며 근로자처럼 일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점이다. 현행법상 근로기준법이 보호하는 ‘근로자’로 인정돼야만 최저임금 보장, 연차휴가, 해고 제한, 근로시간 규제, 노동조합 결성권 등의 권리를 가질 수 있는데, 이들은 실질적으로 근로자에 가깝게 일하면서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이로 인해 노동계에서는 지속 이들에 대한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법적 보호를 강화할 것을 촉구해 왔다.

실제로 지난해 최임위에서는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1986년 이후 처음으로 도급제 등 기존의 근로자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 특고·플랫폼 종사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한 바 있다. 비록 노사 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적용은 무산됐지만 노동계는 “논의의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026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올해 최임위 심의에서는 지난해보다 한층 진전된 논의가 이뤄졌다. 양대 노총이 특고·플랫폼 노동자들의 임금 실태를 조사한 자료를 제출하며 논의의 폭을 넓혔기 때문이다.

노동계에 따르면 올해 가전 방문점검 노동자의 순수입 기준 시급은 7503원이었다. 이외 배달 라이더 7606원, 대리운전기사 6979원 등이다. 모두 올해 최저시급인 1만30원에 한참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올해 최임위 역시 이 같은 논의에 대해 결론을 짓지 못했다. 대신 이날 공익위원들은 노동계가 준비한 자료가 관련 사례와 사항에 대해 이해의 지평을 확장할 수 있었고 논의 진전을 위한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고용노동부에 가능한 수준에서 최저임금법 제5조 제3항(도급근로자에 대한 적용)의 적용과 관련된 대상, 규모, 수입 및 근로조건 등 실태를 조사한 뒤 그 결과를 2027년도 최저임금 심의 때 제출하라고 권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제113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도 플랫폼 종사자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지면서 국제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계 대표로 총회에 참석한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지난 9일 기조연설을 통해 새 정부에 “특고·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해 모든 노동자가 노조할 권리를 누리도록 노조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모든 플랫폼 노동자가 노동기본권을 누릴 수 있음을 재확인하면서도 기술 변화에 따른 새로운 위험에 대응할 수 있도록 협약과 권고로 이뤄진 국제노동기준 수립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노동계는 이재명 대통령의 미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윤석열 정부에서는 플랫폼 노동자들을 ‘노동약자’로 규정하고 지원법 제정을 추진한 바 있지만 정권 초기부터 노정 간 갈등이 이어지면서 노동계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배달라이더와 택배기사 등을 직접 만나 근로자 추정제 및 최소보수제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민주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 확대 적용이 무산된 최임위 4차 회의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매우 제한적인 조치이자 아쉬운 수준”이라면서도 “최저임금 적용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 논의에 있어 한 걸음 나아간 진전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으며 정부는 이에 걸맞게 특고·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총 역시 같은 날 “아쉬운 결정이지만 권고안대로 정부가 하루빨리 도급제 노동자가 최저임금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저임금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데 있어 핵심 쟁점은 ‘근로자성’ 인정 여부다. 현재 사용자 측은 시장 질서의 왜곡 가능성을 우려하며 신중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노동계는 실질적으로 종속된 관계에 있는 노동자들을 제도 밖에 방치할 수 없다며 확대 적용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된 입법과 제도 개선 논의는 앞으로 국회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본격화될 전망이다.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오민규 연구실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실태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부가 이를 국정과제로 격상해 주도해야 하며 이는 노사정 갈등 해소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앞서 이 대통령이 공약한 근로자 추정제 등은 현재의 노동시장 구조에서 실질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핵심 장치”라고 짚었다.

이어 “헌법 제32조 1항을 보면 국가가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따라서 노동을 하고도 보수를 받지 못하는 현실은 헌법 취지에 어긋나는 것인데, 이 제도 개선의 물꼬를 새 정부가 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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