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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난 4월부터 희토류 및 자석 등 핵심 광물 수출을 허가제로 전환했다. 기존엔 수출 제한 대신 생산 쿼터(국내 생산량 제한), 산업 구조조정, 불법 채굴 단속 등을 통해 희토류 시장을 관리해왔다. 생산량을 엄격히 통제하고, 대형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방식이어서 수출 자체는 비교적 자유로웠다.
하지만 미국의 대중 관세 조치에 대응해 희토류 7종에 대해 허가제를 도입했다. 중국 상무부의 공식 지침에 따르면 외국 기업이 희토류 및 자석 수출 허가를 신청하면 생산·운영·공정 흐름, 고용 현황, 최종 사용처와 응용 분야, 이전 거래 내역, 제품·설비 사진 등 광범위한 자료 제출이 요구된다.
이에 대해 독일 자석 제조업체 매그노스피어의 프랑크 에커드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당국이 제품과 사업에 관한 기밀 정보를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B&C 스피커스의 공급망 책임자인 안드레아 프라테시 역시 “생산라인 사진, 시장 정보, 고객 주문서까지 제출해야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국 매그넷 애플리케이션즈의 매튜 스왈로우 제품 매니저는 “최종 사용처 증빙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승인 거부를 당했다”며 “이제는 생산 현장 사진, 최종 응용 분야, 고객사 정보까지 모두 제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방 기업들은 공식 지침보다 더 많은 정보를 요구받는 경우도 있다며 우려를 표한다. 특히 수출 허가 신청은 중국 내 공급업체가 현지 상무국에 대신 제출하는 방식이어서, 민감 정보가 중국 기업과 당국에 모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의 옌스 에스켈룬드 회장은 “민감 산업의 경우 세부 사용처까지 명시해야 하기 때문에 지식재산(IP) 유출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일부 기업은 “희토류 확보가 더 시급하다”며 정보 제공을 감수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약화와 기술 유출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정제의 90%, 자석 생산의 87%를 차지한다. 사실상 전기차·풍력·방산·전자 산업의 핵심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이 수출 허가를 무기처럼 활용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언제든 공급을 차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중국은 2010년 일본, 2023년 미국 등과 외교·무역 갈등을 빚을 때마다 희토류 수출 통제를 단행했으며, 이 때마다 글로벌 가격 급등과 공급망 혼란을 야기했다. 이번에도 수출 허가 지연, 정보 요구 강화, 임시 허가제 등으로 전기차·방산·전자 업계의 생산 차질과 비용 급증이 현실화하고 있다.
FT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및 정보 요구 강화는 단순한 무역 규제가 아니라,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서방 기업들은 공급망 다변화와 기술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단기간 내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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