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자 관찰자 편향(Actor-Observer Bias) 나의 실수는 상황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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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자 관찰자 편향(Actor-Observer Bias) 나의 실수는 상황 탓?

나만아는상담소 2025-06-12 08:37:49 신고

행위자 관찰자 편향(Actor-Observer Bias), 기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 FAE)

운전 중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 때문에 급정거를 했던 경험, 다들 있으실 겁니다. 이때 대부분의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저 사람 운전 험하게 하네, 성격이 급한가?”라며 상대방의 난폭한 ‘성격’을 탓합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중요한 약속에 늦어 어쩔 수 없이 차선을 변경해야 했던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그때 우리는 “차가 너무 막혔어”, “오늘따라 신호가 안 도와주네”라며 ‘상황’을 먼저 떠올립니다.

길게 줄을 선 상점에서 새치기하는 사람을 보면 “참을성 없고 이기적인 사람이네”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화장실이 급해 양해를 구해야 할 때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왜 우리는 이처럼 타인의 행동과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는 데 있어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것일까요? 타인의 실수나 잘못은 그 사람의 내재된 성격이나 인격의 문제로 돌리고, 자신의 실수는 외부의 어쩔 수 없는 상황 탓으로 돌리는 이 흔한 심리적 경향의 이면에는 바로

‘기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 FAE)’와 그 확장판인 ‘행위자 관찰자 편향(Actor-Observer Bias)’이 숨어있습니다.

귀인(歸因)이란 무엇일까요? 행동의 원인을 찾는 마음의 작용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해 끊임없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원인을 찾으려 합니다. 이렇게 어떤 행동이나 사건의 원인을 추론하는 과정을 심리학에서는 ‘귀인(Attribution)’이라고 부릅니다. 귀인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뉩니다.

  • - 내부 귀인 (Internal Attribution) 또는 기질적 귀인 (Dispositional Attribution): 행동의 원인을 그 사람의 내면에 있는 성격, 태도, 능력, 기질 등에서 찾는 것입니다. “그가 시험에 합격한 것은 그가 똑똑하고 성실하기 때문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예입니다.
  • - 외부 귀인 (External Attribution) 또는 상황적 귀인 (Situational Attribution): 행동의 원인을 그 사람의 외부 환경, 즉 상황, 압력, 운, 타인의 영향 등에서 찾는 것입니다. “그가 시험에 합격한 것은 이번에 운이 좋았고, 문제가 쉽게 출제되었기 때문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예입니다.

‘기본적 귀인 오류’와 ‘행위자-관찰자 편향’ 의 함정

기본적 귀인 오류(FAE)는 우리가 타인의 행동 원인을 설명할 때, 상황적인 요인의 영향력은 과소평가하고, 그 사람의 내적인 기질이나 성격의 영향력은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즉, ‘그 사람의 행동은 그 사람 자체의 모습일 것’이라고 너무 쉽고 빠르게 결론 내리는 인지적 오류입니다.

여기에 더해 행위자-관찰자 편향(Actor-Observer Bias)은 이 오류가 ‘나’와 ‘타인’에게 다르게 적용되는 현상을 설명합니다.

우리는 타인의 행동을 볼 때(관찰자)는 기본적 귀인 오류를 범하여 그 사람의 성격 탓을 하지만, 자신의 행동을 설명할 때(행위자)는 그 원인을 외부 상황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타인의 실수는 성격 탓, 나의 실수는 상황 탓]”이라는 질문의 핵심을 꿰뚫는 개념입니다.

고전적 연구가 보여준 우리의 편향: 존스와 해리스의 ‘카스트로 찬양/비판 에세이’ 실험

기본적 귀인 오류가 얼마나 강력하고 자동적으로 일어나는지는 사회심리학자 에드워드 존스(Edward E. Jones)와 키스 해리스(Keith Harris)가 1967년에 진행한 고전적인 실험을 통해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1. - 실험 설계: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당시 쿠바의 지도자였던 피델 카스트로에 대한 에세이를 읽게 했습니다. 에세이는 카스트로를 찬양하는 내용과 비판하는 내용, 두 종류였습니다.
  2. - 핵심 조작: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다른 정보를 주었습니다.
    • - 선택 조건 그룹: 에세이 작성자가 자신의 생각에 따라 자유롭게 찬성 또는 반대 입장을 선택해서 글을 썼다고 알려주었습니다.
    • - 강제 할당 조건 그룹: 에세이 작성자가 동전 던지기나 토론대회 규칙에 따라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찬성 또는 반대 입장을 ‘강제로 할당받아’ 글을 썼다고 명확하게 알려주었습니다.
  3. - 결과: ‘선택 조건’에서는 당연히 참가자들이 에세이 내용과 작성자의 실제 태도를 일치시켜 생각했습니다. 놀라운 결과는 ‘강제 할당 조건’에서 나타났습니다. 참가자들은 작성자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특정 입장을 쓰도록 강요받았다는 명백한 상황적 제약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카스트로 찬양 에세이를 쓴 사람은 실제로도 카스트로를 지지할 것이라고 추론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즉, 그들은 강력한 상황의 힘을 무시하고, 눈에 보이는 행동(에세이 내용)을 그 사람의 내적 신념과 연결시키는 오류를 범한 것입니다.

왜 우리는 이런 오류를 범할까요? 그 심리적 메커니즘

우리가 이처럼 타인의 성격을 성급하게 판단하고 자신의 상황은 너그럽게 해석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 지각적 두드러짐 (Perceptual Salience): 우리가 타인을 관찰할 때, 우리의 시각적, 인지적 초점은 ‘행동하는 사람’ 그 자체에 맞춰집니다. 그 사람은 우리 눈앞에서 뚜렷하게 보이는 ‘전경(figure)’이 되고, 그를 둘러싼 복잡한 상황은 상대적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배경(ground)’이 됩니다. 반면, 우리가 직접 행동할 때, 우리의 시선과 관심은 우리 자신보다는 우리가 대처해야 할 외부 ‘상황’에 쏠립니다. 따라서 관찰자에게는 사람이, 행위자에게는 상황이 더 두드러지게 인식되는 것입니다.
  2. - 인지적 효율성 (Mental Shortcuts): 타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쳤을지 모를 모든 상황적 요인(그의 기분, 그가 처한 압박, 과거의 경험 등)을 고려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피곤한 일입니다. 그에 비해 “저 사람은 원래 저런 사람이야”라고 결론 내리는 것은 훨씬 빠르고 간단합니다. 우리 뇌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이런 식의 ‘인지적 지름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3. - 공정한 세상 가설 (Just-World Hypothesis): 세상은 공정하고, 사람들은 각자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받는다(인과응보, 사필귀정)고 믿으려는 심리적 경향입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불행을 겪는 것(예: 가난, 사고, 질병)은 그가 게으르거나 부주의했기 때문이라고 그 사람의 탓으로 돌림으로써, ‘나는 성실하고 조심하니까 그런 불행을 겪지 않을 거야’라는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를 비난하는 심리의 기저에 깔려 있기도 합니다.
  4. - 문화적 차이: 이러한 오류는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는 서구의 개인주의 문화권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관계와 상황적 맥락을 중시하는 동아시아의 집단주의 문화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상황의 영향을 더 많이 고려하는 경향이 있어 기본적 귀인 오류가 덜 나타나기도 합니다. (물론,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성급한 판단’의 대가: 기본적 귀인 오류가 초래하는 문제들

기본적 귀인 오류는 단순한 생각의 실수를 넘어 우리 삶에 실질적인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 - 대인 관계의 갈등: 친구나 연인, 동료의 행동을 상황적 맥락 없이 성격 탓으로 오해하여 불필요한 갈등과 다툼을 유발합니다. (“그가 약속을 잊은 건 나를 무시해서야” vs. “그에게 피치 못할 급한 일이 생겼을 수도 있어”)
  • - 직장 내 문제: 관리자가 부하 직원의 낮은 성과를 그의 게으름이나 무능함으로 단정 짓고, 불충분한 자원이나 비현실적인 목표, 혹은 과도한 업무량과 같은 상황적 요인을 간과하게 만듭니다.
  • - 피해자 비난: 가난, 실업, 성폭력 등 사회적 문제의 피해자에게 “네가 조심하지 않아서”, “네가 노력이 부족해서”라며 책임을 전가하고, 구조적인 문제나 가해자의 책임을 외면하게 만듭니다.
  • - 편견과 고정관념 강화: 특정 집단의 한 구성원이 보인 부정적인 행동을 그 집단 전체의 기질적 특성으로 일반화시켜 편견을 강화합니다.
  • - 첫인상의 함정: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상대방의 성격 전체를 성급하게 판단하고, 한번 형성된 첫인상을 바꾸기 어려워합니다.

너그러운 판단을 위한 연습: 오류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이 뿌리 깊은 인지적 편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기는 어렵지만,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그 영향력을 줄일 수 있습니다.

  1. - 의식적으로 상황 고려하기: 타인의 행동을 보고 성급하게 판단하기 전에, 잠시 멈추어 “저 사람에게 어떤 보이지 않는 상황적 압력이 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습관을 들입니다.
  2. - 역지사지(易地思之)와 공감 연습: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는 노력을 통해 그가 처한 상황을 상상해봅니다. “만약 내가 저런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라고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3. - 편향에 대한 자각: 기본적 귀인 오류와 행위자-관찰자 편향이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적 경향임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판단을 한 번 더 점검하고 성찰하게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4. - 섣부른 결론 피하기: 한두 번의 행동만으로 상대방 전체를 판단하려 하지 말고,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전까지는 판단을 유보하는 자세를 가집니다.
  5. - 자신의 귀인 패턴 돌아보기: 자신이 평소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어떻게 설명하는지(주로 상황 탓을 하는지) 되돌아보고, 그와 동일한 논리를 타인에게도 적용해보려 노력합니다.

너그러운 시선, 깊이 있는 이해의 시작

기본적 귀인 오류는 세상을 빠르고 단순하게 이해하려는 우리 뇌의 효율적인 전략에서 비롯된, 어쩌면 피하기 어려운 인지적 습관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효율성’은 종종 오해와 갈등, 그리고 불공정한 판단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타인의 실수를 그의 인격 전체로 판단하기 전에, 나의 실수를 변호했던 수많은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을 한번쯤 떠올려보는 것. 상대방의 행동 뒤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맥락을 헤아려보려는 이 작은 노력이야말로, 나와 타인,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좀 더 너그럽고 깊이 있게 이해하는 지혜로운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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