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들이 줄줄이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내놓자,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올랐던 세종시 아파트값이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다.
지난 4월까지 상승 흐름을 이어가던 실거래가는 이재명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 방침과 정부 부처의 이전 이슈가 겹치면서 하향 조정을 받는 분위기다.
대선 전 분위기와는 달리,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정치권의 구체적인 이행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그간 과열 양상을 보였던 세종 부동산 시장이 관망세로 전환된 것이다.
일부 아파트 단지는 매도 희망가(호가)가 실거래가보다 1억 원 이상 낮아지는 등 하락 조짐이 뚜렷하다. 전용면적 96㎡ 기준으로 9억 원을 웃돌던 호가가 최근 8억 원대로 떨어진 사례도 있다. 인근 단지들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며 조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의 집계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의 5월 평균 실거래가는 5억 300만 원으로 저번달 대비 약 4% 하락했다. 대선 정국을 타고 연초부터 4월까지 누적 10% 이상 올랐던 가격이 한 달 만에 떨어진 셈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청와대 복귀 결정과 함께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가능성 보도 등이 지역 내 심리를 위축시켰다고 분석하고 있다.
매물은 늘고 있지만 거래는 줄고 있다는 점도 시장의 냉각 분위기를 반영하는 지표다. 5월 기준 세종시 내 아파트 매물은 전달 대비 5% 증가했지만, 실제 거래 건수는 무려 64% 급감했다.
세종시의 한 공인중개사는 "5월 연휴 이후 수요가 회복될 거라 기대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라며 "문의 건수도 감소했고 실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다"라고 말했다.
행정수도 호재 주춤하면서 집값도 '관망세'
또 다른 공인중개사 역시 "4월에는 외지에서 관광버스를 대절해 집을 보러 올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지만, 지금은 수요가 거의 끊겼다"라며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 격차가 커 거래가 이뤄지기 어렵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세종 부동산 시장은 그간 '행정수도 이전' 호재가 불거질 때마다 급격히 상승했다가 냉각되는 흐름을 보여왔다. 실제로 2020년 세종의사당 건립과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이 추진되던 시기, 세종시 아파트값은 연간 45% 가까이 급등한 바 있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도 '수도 이전 공약'이 다시 부각되면서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는 한 주 사이 0.49%(4월 넷째 주)나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이재명 대통령의 청와대 재입성 결정으로 세종 집무실 이전 기대감이 급속히 식으며 상승폭이 둔화된 상태다. 6월 첫째 주 기준으로 세종시 아파트값은 0.07% 상승에 그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세종시는 정치적·행정적 변화에 민감한 지역"이라며 "행정수도 완성 계획이 얼마나 빠르고 구체적으로 추진되는지에 따라 집값 회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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