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단 편애, ‘우리 편’에게는 관대하고 ‘남의 편’에게는 엄격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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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단 편애, ‘우리 편’에게는 관대하고 ‘남의 편’에게는 엄격한 이유

나만아는상담소 2025-06-11 09:15:00 신고

3줄요약

‘내집단 편애(In-group Favoritism)’

월드컵 시즌이 되면 우리는 모두 한마음으로 대한민국 대표팀을 응원합니다.

우리 선수가 상대편 선수의 발에 걸려 넘어지면 당장이라도 달려가 옐로카드를 줘야 할 것 같고, 반대로 우리 선수가 비슷한 행동을 하면 “고의는 아니었어”, “경기의 일부일 뿐이야”라며 너그럽게 이해하려 합니다.

비단 스포츠 경기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같은 학교 출신, 같은 고향 사람, 같은 회사 팀원, 심지어 같은 아이돌을 응원하는 팬이라는 이유만으로 서로에게 왠지 모를 친밀감과 유대감을 느끼곤 합니다.

그리고 그 ‘우리 편’에게는 조금 더 관대한 잣대를, ‘남의 편’에게는 조금 더 엄격하고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이처럼 자신이 속한 집단(내집단, In-group)의 구성원들을 그렇지 않은 집단(외집단, Out-group)의 구성원들보다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선호하며, 더 많은 혜택을 주려는 심리적 경향을 ‘내집단 편애(In-group Favoritism)’라고 부릅니다.

이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사회 심리 중 하나로, 때로는 따뜻한 공동체 의식의 기반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심각한 차별과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합니다. 도대체 우리는 왜 이처럼 ‘우리 편’을 감싸고도는 것일까요?

‘우리’라는 이름의 탄생: 사회 정체성 이론과 최소 집단 패러다임

내집단 편애 현상을 설명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론은 영국의 사회심리학자 타페(Tajfel)가 제시한 ‘사회 정체성 이론(Social Identity Theory)’입니다.

이 이론의 핵심은, 우리가 개인으로서의 ‘나(개인적 정체성)’뿐만 아니라, 특정 집단의 구성원으로서의 ‘우리(사회적 정체성)’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자존감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즉,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나는 OO대학교 학생이다’, ‘나는 OO회사 직원이다’와 같은 사회적 정체성은 우리의 자아 개념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고 긍정적인 자아상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이 속한 집단을 다른 집단보다 더 낫고 가치 있는 집단으로 인식하려는 강한 동기를 갖게 됩니다.

‘우리 팀이 최고야’, ‘우리 학교가 제일 좋아’라고 생각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그 훌륭한 집단에 속한 나’ 또한 가치 있는 존재라고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타페와 그의 동료들은 이 내집단 편애가 얼마나 쉽게, 그리고 사소한 기준으로 형성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최소 집단 패러다임(Minimal Group Paradigm)’이라는 기발한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 - 클레와 칸딘스키 그림 실험: 연구팀은 서로 전혀 모르는 소년들을 모아 추상화가인 파울 클레와 바실리 칸딘스키의 그림을 보여주고, 어떤 그림을 선호하는지에 따라 임의로 두 집단으로 나누었습니다. 두 집단 사이에는 어떠한 역사적 갈등이나 실제적인 이해관계도 없었고, 서로 누가 같은 편인지 얼굴조차 모르는 익명의 상태였습니다.

  • - 자원 분배 과제: 이후 소년들에게 다른 참가자들에게 가상의 돈이나 점수를 나누어주는 과제를 주었습니다. 놀랍게도, 소년들은 자신과 같은 그림을 선호한다고 분류된, 즉 자신의 ‘내집단’에 속한 익명의 소년에게 ‘외집단’ 소년보다 더 많은 점수를 주려는 경향을 뚜렷하게 보였습니다. 심지어 내집단이 절대적으로 더 많은 이익을 얻는 것보다, 외집단과의 ‘차이’를 극대화하여 내집단이 상대적으로 더 우월해지는 선택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실험은 내집단 편애가 반드시 실제적인 갈등이나 깊은 유대감이 없더라도, 단순히 ‘우리는 한 편이다’라는 사회적 범주화(Social Categorization) 그 자체만으로도 발생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왜 ‘우리 편’을 감쌀까? 그 심리적·진화적 뿌리

내집단 편애는 단순히 자존감을 높이려는 욕구 외에도 여러 심리적, 진화적 요인에 의해 강화됩니다.

  1. - 진화적 생존 본능: 인류의 조상들은 소규모 집단을 이루어 살며, 한정된 자원을 두고 다른 집단과 경쟁해야 했습니다. 이때 내집단의 구성원들과 협력하고 서로를 보호하는 것은 생존과 번식에 절대적으로 유리했습니다. ‘우리 편’을 우선시하고 ‘남의 편’을 경계하는 심리적 기제가 우리 DNA 깊숙이 각인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2. - 인지적 효율성과 고정관념: 세상의 모든 사람을 개별적인 존재로 파악하고 대하는 것은 엄청난 인지적 노력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우리 뇌는 사람들을 ‘우리’와 ‘그들’로 범주화하여 세상을 단순화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려 합니다. 이 과정에서 외집단에 대해서는 종종 ‘그들은 다 그럴 거야’라는 식의 고정관념을 쉽게 적용하게 됩니다.
  3. - 궁극적 귀인 오류 (Ultimate Attribution Error): 내집단 편애는 우리의 판단 방식에도 깊숙이 개입합니다.
    • - 내집단의 긍정적 행동은 그들의 뛰어난 자질이나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부 귀인).
    • - 내집단의 부정적 행동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나 운이 나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외부 귀인).
    • - 반면, 외집단의 긍정적 행동은 운이 좋았거나 상황적 요인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외부 귀인).
    • - 외집단의 부정적 행동은 그들의 본성이나 결함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부 귀인). 이것이 바로 ‘우리 편에게는 관대하고, 남의 편에게는 엄격한’ 이중 잣대가 작동하는 핵심적인 심리 메커니즘입니다.

‘우리’라는 이름의 명암: 공동체 의식에서 집단 갈등까지

내집단 편애(In-group Favoritism) 는 그 자체로 선하거나 악한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 - 긍정적 측면: 가족 간의 사랑, 친구 사이의 우정, 팀 스포츠에서의 단결력, 지역 사회의 공동체 의식, 국가 위기 시의 국민적 단합 등은 모두 내집단 편애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는 소속감을 높이고, 구성원 간의 협력과 상호 신뢰를 촉진하는 강력한 원동력이 됩니다.
  • - 부정적 측면: 이러한 심리가 과도해지거나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때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학연, 지연, 혈연에 기반한 불공정한 채용, 극단적인 정치적 양극화, 인종 차별, 민족 분쟁, 심지어 국가 간 전쟁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의 수많은 비극은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선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를 결속시키는 힘이, 동시에 ‘그들’을 배척하고 차별하는 폭력으로 변질될 수 있는 것입니다.

편 가르기의 벽을 넘어서: 갈등을 해소하고 ‘더 큰 우리’로 나아가기

그렇다면 우리는 이 뿌리 깊은 내집단 편애의 부정적인 측면을 완화하고, 집단 간의 갈등을 넘어설 수 있을까요? 심리학자들은 몇 가지 희망적인 방안을 제시합니다.

  1. - 접촉 가설 (Contact Hypothesis): 사회심리학자 고든 올포트(Gordon Allport)가 제안한 이론으로, 서로 다른 집단의 구성원들이 특정 조건 하에서 서로 자주 접촉하면 편견과 갈등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조건은 ① 동등한 지위에서의 만남, ② 공동의 목표를 위한 협력, ③ 제도적·사회적 지지입니다.
  2. - 강도 동굴 실험 (Robbers Cave Experiment): 심리학자 무자퍼 셰리프(Muzafer Sherif)의 이 고전적인 실험은 접촉 가설을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는 여름 캠프에 참가한 소년들을 임의로 두 집단(독수리파와 방울뱀파)으로 나누어 경쟁을 시켰더니, 소년들 사이에 극심한 적대감과 갈등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두 집단이 힘을 합쳐야만 해결할 수 있는 상위 목표(superordinate goals), 예를 들어 ‘고장 난 급수 트럭 함께 고치기’와 같은 과제를 제시하자, 소년들은 서로 협력하는 과정에서 편견을 극복하고 친구가 되었습니다.
  3. - 재범주화 / 공통 내집단 정체성 모델: 갈등하는 두 집단을 아우를 수 있는 더 크고 포용적인 상위 집단 정체성을 부각시키는 방법입니다. ‘A부서 vs. B부서’의 대립 구도 대신 ‘우리 회사’라는 공동의 정체성을 강조하거나, ‘A국가 vs. B국가’의 대립을 넘어 ‘인류’라는 공통의 정체성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4. - 관점 수용과 공감 능력 함양: 의식적으로 외집단 구성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편견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5. - 내집단 편애에 대한 자각: 우리 모두가 이러한 편향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자신의 판단이 혹시 내집단 편애에 치우친 것은 아닌지 스스로 성찰하는 것만으로도 그 영향력을 줄일 수 있습니다.

결론: ‘우리’의 경계를 넓히는 지혜

‘우리 편’을 아끼고 싶은 마음은 어쩌면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본능일지 모릅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소속감과 안정감을 주며,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갈 힘을 줍니다.

하지만 그 ‘우리’라는 울타리가 너무 높아져 밖을 향한 창문을 모두 닫아버릴 때, 우리는 세상을 편협하게 바라보게 되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며, 결국에는 우리 자신마저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내집단 편애(In-group Favoritism)의 함정을 피하는 길은 ‘우리’라는 정체성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경계를 끊임없이 넓혀나가는 데 있습니다.

나의 팀을 넘어 우리 부서로, 우리 부서를 넘어 우리 회사로, 우리 회사를 넘어 우리 사회로, 그리고 인류 전체로 ‘우리’의 범위를 확장해나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나와 다른 ‘그들’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일 때, 우리는 비로소 편 가르기의 벽을 넘어 더 크고 따뜻한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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