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의 무사한 터닝포인트, “완벽하고 빈틈없게 실패해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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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의 무사한 터닝포인트, “완벽하고 빈틈없게 실패해 보려고요”

독서신문 2025-06-11 06:00:00 신고

셔츠를 수선한 천 위로 ‘mistake’라고 썼다. 수선한 게 티가 나는 걸 좋아한다고 그는 어느 산문에서 말했다. ‘실패의 흔적’을 숨기지 않는, 오히려 소중히 여기는 삶의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셔츠를 수선한 천 위로 ‘mistake’라고 썼다. 수선한 게 티가 나는 걸 좋아한다고 그는 어느 산문에서 말했다. ‘실패의 흔적’을 숨기지 않는, 오히려 소중히 여기는 삶의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테트리스 게임 해본 적 있으시죠? 하다 보면 ‘아, 이거 망했구나’ 싶은 순간이 있잖아요. 그때 사람들은 두 가지 선택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냥 아무렇게나 해서 빨리 끝내버리는 사람들이 있고, 끝까지 고군분투하다가 결국 필드를 꽉 채워서 게임오버를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죠. 저는 이렇게 실패하는 게 아주 완벽한, 빈틈없는 실패가 아닐까 해요. 그리고 저는 이런 실패도 의미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뮤지션이자 작가, 그리고 10년 차 책방지기 요조를 만나 나눈 이야기. 지난 4월 서울 신촌에 안착한 책방무사에서다. 2015년 처음 서울에 문을 열고 제주로 옮겨 운영하며 육지와 섬을 오가는 동안 위기의 순간도 많았을 터. 어떻게 무사히 지금까지 왔는지 묻자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었다.

“…저는 솔직히 책방이라는 사업에 조금도 낙관적이지 않거든요. 워낙 이 일이 쉽지 않다는 걸 10년에 걸쳐 뼛속 깊이 체득했기 때문에. 그런데 모르겠어요. 일단 괜찮아요. 언제까지 하게 될지 조금도 알 수 없고 아마도 높은 확률로 실패하게 될 수도 있지만, 그냥 괜찮아요. 어쨌든 난 지금 일하는 게 행복하고, 언젠가 실패하게 되더라도 할 만큼 하고 아주 완벽하게 실패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아요.”

Q. 책방 운영 10년 차라는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서울에 책방을 새로이 단장한 것을 보니, 책방무사는 앞으로 더 멀리 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10년을 하면 뭔가 의미 있는 걸 배울 수 있다’라는 둥 여하간 10년이라는 기간을 상당히 비중 있게 다루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저도 책방을 하면서 은연중에 ‘10년까지는 채워보자’라는 나름의 암묵적인 목표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딱 10년째 되는 해에 아이브 매거진 대표님에게서 동업 제안을 받게 됐고, 그래서 얼결에 서울에서 두 번째 터닝포인트를 맞이하게 됐어요.

책방무사의 책장 위 한편에는 제주 수산리 시절 책방의 모습이 담겨 있는 액자가 놓여 있다.
책방무사의 책장 위 한편에는 제주 수산리 시절 책방의 모습이 담겨 있는 액자가 놓여 있다.

Q. 제주와는 좀 다른 느낌인데요.

제주에서의 책방은 훨씬 코지(cozy)한 느낌이 있었죠. 따뜻하고 친숙하고 편안한 무드가 있었는데 여기는 정제되어 있고 모던한 느낌이 강하죠. 그렇게 된 데에는 지역의 영향도 있겠지만, 저와 같이 일하는 파트너의 영향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제주에서는 저 혼자 운영했는데 여기서는 아이브 매거진과 함께하고 있거든요. 아주 작은 공간 안에서도 무사 섹션과 아이브 매거진 섹션으로 이등분되어 있습니다.

Q. 어쩐지 책장의 색깔이 다르더라고요.

네, 책의 성격도 다르고. 딱 보면 조금은 다른 느낌이 느껴지실 거예요. 각자의 서가를 운영하면서도 같이 행사를 운영하기도 하고. 따로 또 같이 운영하고 있는 체제입니다.

Q. 아이브 매거진과의 인연은 어떻게 맺어진 건가요?

아이브 매거진은 인터뷰어가 중심이 되는 인터뷰 매거진인데요. 1호 인터뷰어가 저였어요. (아이브 매거진 섹션 책장의 맨 왼쪽을 가리키며) 저기 보시면 제…굉장히 부담스러운 포트레이트가 있는데요…. 저 책을 1년 넘게 같이 준비했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가치관이나 비전이 잘 맞았어요. 그래서 이후에도 서로 조력자의 역할을 했고요. 그러다가 “우리 그냥 아예 일을 같이 하자!”하고 의기투합하게 된 거죠.

[사진=IVE corp 홈페이지] 

Q. 신촌은 아무래도 좀 번화한 곳이잖아요. 왜 이곳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또 그에 따라 책방무사라는 공간의 방향성이 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아주 많이 달라졌는데요. 신촌에 소위 명문대라고 하는 좋은 학교 4곳이 모여 있죠. 서강대, 연세대, 이화여대, 홍익대학교. 학생, 교직원, 임직원 등 굉장히 지적인 인구들이 왔다가 흩어지는 공간이기도 해요. 어떤 지적인 열망이 있는 사람들의 일부라도 자주 이곳에 모여 같이 공부하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모색해 보면 어떨까 했어요. 제주에서는 그런 생각을 갖기가 쉽지 않죠. 섬, 그리고 관광지라는 특성상. 제주 속에서도 외진 곳이었거든요. 그곳에선 지역 주민들과 가끔 오시는 관광객들을 타겟팅했다면 지금은 아예 다른 타겟층을 잡고 있어요. 그래서 올해가 10년 차인데도 불구하고 새로 시작하는 것 같은, 새로운 기분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Q. 책방을 이번에 새로 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무엇인가요?

다시 시작하는 공간이 제주가 아니라 서울이기 때문에, 그리고 서울 중에서도 신촌이라는 지역을 굳이 선택했기 때문에, 여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고 싶어요. 물론 책도 열심히 팔겠지만 그 외에도 커뮤니티 활동을 많이 도모할 예정입니다.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작가들을 열심히 소개하고,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쪼개서 같이 공부하고요.

책방무사는 국내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이웃 국가인 일본과의 연계에도 관심이 많다. 얼마 전에는 ‘거리의 사상가’라 불리는 우치다 다쓰루를 직접 찾아가 섭외했다. 그는 책방무사의 독서모임 첫 번째 작가로 참여해 독자들과 만났다. ‘무사의 선택’은 출판계에도 소소한 파장을 일으켰다. 우치다의 방한에 맞춰 출판사들이 『용기론』(RHK), 『목표는 천하무적』(유유)의 발행을 빠르게 감행해 두 권이 연달아 출간된 것. 보통은 신간이 나오고 일정이 정해지는 순서가 자연스러운데, 역으로 진행된 셈이다. [사진=이자연 기자]
책방무사는 일본과의 교류에도 관심이 많다. 얼마 전에는 책방무사의 독서모임인 '무사의 선택' 첫 번째 작가로 일본의 무도가이자 사상가인 우치다 다쓰루를 섭외했다.

책방무사는 국내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이웃 국가인 일본과의 연계에도 관심이 많다. 얼마 전에는 ‘거리의 사상가’라 불리는 우치다 다쓰루를 직접 찾아가 섭외했다. 그는 책방무사의 독서모임 첫 번째 작가로 참여해 독자들과 만났다. ‘무사의 선택’은 출판계에도 소소한 파장을 일으켰다. 우치다의 방한에 맞춰 출판사들이 『용기론』(RHK), 『목표는 천하무적』(유유)의 발행을 빠르게 감행해 두 권이 연달아 출간된 것. 보통은 신간이 나오고 일정이 정해지는 순서가 자연스러운데, 역으로 진행된 셈이다.

Q. 일본하고 연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지금의 시대가 마냥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은 아니잖아요. 기후 위기나 최근 정치적 상황 등 여러모로 위태롭고, 총체적인 불안이 도사리고 있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주변국과 협력해 대처할 방법은 없을까?’하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파트너인 아이브 매거진 대표님이 『일본의 굴레』(글항아리)라는 책을 소개해 줬어요. 이제 전 세계인이 다 일본인화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래요. 일본인처럼 정치에 관심 없고, 다 혼자 감당하려 하고,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는. 그게 어떻게 보면 일본인의 현재 국민 정서인데, 세계인이 다 그렇게 되어 가고 있다는 거죠.

Q.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 싶으면 일본의 10~20년 전 모습을 보라는 말도 있지 않나요.

그런 관점에서 일본이 흥미로운 나라인 건 확실해요. 또 한국은 일본의 이웃 국가로서 일본이 가지고 있지 않은 굉장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일본인에게 배워야 할 점도 지녔죠. 정치적으로도 한국은 마음에 안 들면 국민이 나가서 주먹 들고 일어나는 힘이 있는데 일본은 굉장히 무력하게 행동하잖아요. 반면 한국은 에너지는 있어도 그걸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에는 약한 면모가 있죠. 그래서 저는 우리가 일본과 소통하는 게 의미 있을 거라고 믿고 있어요. ‘같이 뭔가를 해보지 않을래?’라고 마음을 열고 다가간다면, 서로를 보완해 상당히 좋은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요.

Q.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깊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기획인 거네요.

우리만 이런 생각을 한 게 아니라, 아마 국내에도 그런 생각을 하신 분들이 계실 거고, 일본에도 있는데요. 그중 한 분이 우치다 선생님이에요. 우치다 선생님 이전에 한국에 그런 사인을 보낸 사람 중 한 명이 얼마 전 타계하신 류이치 사카모토죠. 파트너의 생각은 이래요. 사카모토의 메시지에는 한국인이 대답하지 못했다. 그를 그냥 아티스트로만 봤기 때문에. 우치다의 메시지에는 우리가 응답해야 한다. 일본에 가서 우치다 선생께도 그 말씀을 드렸더니 너무 기뻐하셨어요. 저희는 몰랐는데, 한국론에 대해 쓰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작은 공간이지만 여기 책방무사에서 우리는 그런 일들을 하나하나 조금씩이라도 해 나가고 싶어요. 계속 기회들을 만들면서 그 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 나가려고 합니다.


요조의 요즘 독서는 무사한가요

송주환 아이브 매거진 대표는 요조가 “약통에 약을 하나씩 넣어두듯” 일한다고 말했다. 시작한 일을 바로바로 달성하고 결과를 보는 데 집착하지 않고, 여러 일을 동시에 조금씩 하면서 무리하게 끝내지 않고 내버려둔다고. 어느 시점에, 이전에 그렇게 두었던 어떤 일과 또 저만치 (어느 정도 진행된 채) 내버려둔 다른 일이 만나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나온다고. 그런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배울 점이라고 생각했단다. 요조의 신중하고 느릿느릿한 어투로 미뤄보아 늘 그가 ‘완독형’ 인간일 거라 짐작했는데, 그는 상당히 ‘병렬형’ 인간이었나보다.

Q. 평소 독서 스타일이 궁금해요. 작가로, 책방 주인으로도 일하면서 책을 많이 접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병렬 독서’를 하게 될 것 같은데요.

지금은 되게 지저분하게 독서해요. 깔끔하고 똑 떨어지는 독서는 거의 하지 못하게 됐어요. 중간중간 개입하는 다른 책이 너무 많아졌어요. 추천서를 써달라든가 동료 작가들이 피드백을 달라고 부탁해 온다든가 하는 식으로 새치기하는 책들이…. 그리고 책방을 운영하면 피에르 바야르가 쓴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가디언)에 나오는 사서처럼 책을 읽지 않으면서도 다 파악하고 있어야 하거든요. ‘나 이 작가 너무 좋아하는데! 너무 기다렸어!’ 하며 한 권에 집중하게 되면 다른 책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게 되는데, 책방 운영 초기에 제가 빈번하게 행했던 실수예요.

요조는 자신의 독서 습관을 말하며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광인』, 『내면 일기』 등 몇 권의 책을 언급했다.
요조는 자신의 독서 습관을 말하며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광인』, 『내면 일기』 등 몇 권의 책을 언급했다.

Q. 완독과 기록까지 이어지는 책들과 그렇지 않은 책들은 어떻게 나뉘나요.

지금은 책들의 유혹에 안 넘어가려고 노력하지만…그러다가도 너무나 몰입하게 하는 책을 만나면 그때는 사실 다른 거 못 하잖아요.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계속 보게 되니까. 이혁진 작가님의 『광인』(민음사)이라는 책을 그렇게 봤거든요. 너무 졸려서 눈이 막 따끔거리는데도 못 자겠는 거예요.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야 이렇게 책 읽는 거 되게 오랜만이다!’ 했죠. 그 기쁨이 있더라고요.

Q. 최근에 한 인터뷰 영상에서 “독서는 언제나 내가 먼저 시작하는 일”이라고 하셨죠. 실은 “덜 구려지고 싶어서” 읽는다는 말이 무척 공감되었는데요. 책 읽는 사람들은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계속 읽고. 뭔가 고민이 생기면 책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잖아요. 요조가 최근에 어떤 고민을 안고 손을 뻗었던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손을 뻗긴 뻗었고 근데 읽지는 못했거든요. 그냥 뻗기만 했어요. (웃음) 밀린 추천사가 너무 많아가지고…. 이거 다 털고 읽어야지, 하고 손만 뻗어 놓은 상태인데요.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내면 일기』라는 책이에요. 진드근하게 내면을 좀 정리하고 청소했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으실 텐데 제가 지금 좀 그렇거든요. 그럴 때 가장 좋은 게 책 읽는 것하고 일기 쓰는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때 이 책이 나왔는데 너무 흥미진진해 보이더라고요. 여러 작가의 일기를 아카이빙한 건데 편집도 너무 멋지지 않아요? 일기를 이미지로도 보여주고, 글씨 크기도 다 제각각이에요. 읽는 맛이 있을 것 같은 책이에요.

Q. 좋은 책을 판단하는 기준이 있나요?

이게 좋냐 아니냐는 단순히 저의 감상인 거지, 누가 읽느냐에 따라 너무나 달라질 거잖아요. 우리가 누군가에게 어떤 호감을 느끼고 저 사람 되게 매력적이다, 친해지고 싶다, 매력을 느끼는 어떤 기준이라는 게 일률적이지 않잖아요. 어떤 사람은 이런 타입을 좋아하고 또 어떤 사람은 저런 타입을 좋아하고. 서로의 타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책도 직관적인 느낌에 저는 아주 많이 의지해서 읽는 것 같고요. 그렇게 읽어도 다 못 읽기 때문에 남들이 훌륭하다고 하는 책을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특히 저한테 그런 강박을 주는 책이 『그리스인 조르바』였거든요. 다들 읽어보라고 하는데 저는 진짜 못 읽겠는 거예요. 재미가 없어서.

요조는 책방 일을 하다 어쩔 수 없이 팽팽해지는 기분이 들면 곡 작업이나 글쓰기를 하며 다시 이완한다고 했다.

늘 자신을 뮤지션, 작가, 책방 주인이라는 순서로 소개하는 요조에게, 어쩌면 많이 들어봤을, 그래서 뻔하지만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질문을 던졌다. 세 가지 정체성이 서로 어떤 영향을 미치냐는.

요조는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자연스럽게 무드가 바뀌는 것 같기는 해요”라면서도 “책방 일을 하며 나답지 않게 빠릿빠릿해지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팽팽해지는 기분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오랫동안 해왔던 곡을 만드는 일이나 글 쓰는 일을 하면서 다시 이완해 주는 작업을 자연스레 하게 된다”고 답했다. 이어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게 힘에 부치지 않냐고 여쭤봐 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지 않아요”라고 운을 뗐다.

“하나는 상호 보완되는 면이 있어서이고, 두 번째 이유는 감사하게도 책방도 바쁘지 않고 뮤지션으로도 유명하지 않고 작가로도 그다지 일류가 아니다 보니까 굉장히 유연하게 운용이 되는 면이 있어요. 만약 제가 어느 한쪽에서 굉장히 유명하거나 바쁜 입장이 되어 버리면 나머지가 잠식당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모두 입지가 애매한 상황이라 결과적으로는 세 개가 다 잘 굴러가게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뒤늦게 아차, 싶었지만 그 자리에서 묻고 말았다. 혹시 은연중에 그것을 바라고 있냐고. 뭔가 한 가지가 팡 터지지 않는 것을……. 자신을 담담히 ‘중간 저자’로 규정짓곤 하는 요조의 겸손에 이 무슨 외람된 물음인가. 하지만 그는 언제나처럼 특유의 무구한 얼굴로 천천히 말을 고르더니 이렇게 답했다.

“반반인 것 같아요. 주목을 받고 인기를 얻고 또 그에 따른 어떤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는 건 누구도 거부하기 어려운 너무너무 강력한 유혹이기 때문에 저도 예외는 없거든요.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짜릿할까, 라는 꿈을 꿔요. 꾸기는 하는데. 모르겠어요. 복권에 당첨이라도 되듯 우연히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기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되고 싶어 하면서 그곳을 향해서 가고 싶지는 않아요.”

[사진=이자연 기자]
[독서신문 이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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