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BofA Securities)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제조업 회귀(reshoring)' 정책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 기지 이전 속도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기업들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중국을 대체할 우호적 국가(프렌드쇼어링)나 인근 시장(니어쇼어링)으로의 공급망 재편을 선호하는 추세다. 베트남, 인도, 태국, 멕시코 등이 주요 수혜국으로 꼽히고 있다.
보고서는 전 세계 9개 시장, 1029개 기업을 분석한 56명의 펀더멘털 애널리스트의 의견을 종합했으며, 조사 대상 기업의 총 시가총액은 38조 달러(약 49조 싱가포르 달러)에 달한다. 분석 결과, 미 정부의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의 본격적인 美 회귀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애널리스트의 7%만이 "현저한 회귀 현상"이 예상된다고 답했으며, 이마도 전자·전기, 운송 장비, 금속·광업, 생명공학 등 자본 집약적이거나 국가안보와 직결된 산업에 국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제조업 회귀 추세는 2018년 미중 무역전쟁 이후 가속화되며 지난 15년간 약 2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으나, 2022년 정점을 찍은 후 점차 둔화되고 있다. 보고서는 높은 노동비용, 숙련 인력 부족, 정책 불확실성 등이 美 생산 회귀의 주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신규 생산라인 대부분이 자동화되어 고용 창출 효과가 제한적이며, 서비스업 중심의 美 경제 구조가 단기간에 바뀌기 어렵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아태 지역에서는 중국 공급망 의존도 감소가 뚜렷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미국으로의 완전한 회귀보다는 제3국으로의 분산을 선택하고 있다.
애널리스트의 40%는 자사 관할 기업의 美 복귀 움직임이 없다고 답했으며, 50% 가까이는 고관세가 기업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 베트남(24%), 태국(17%), 인도(15%)가 최대 대체 생산기지로 꼽혔고, 지리적 이점과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혜택을 누리는 멕시코도 중장기적 유망지로 평가받았다.
특히 전자·컴퓨터 산업의 '탈중국화'가 두드러지며, 2018년 이후 중국산 관련 제품의 美 수출 점유율은 약 30%p 급감했다. 동기간 베트남과 멕시코의 美 시장 점유율은 각각 2.1%p, 2%p 상승하며 공급망 재편의 구체적 흐름을 보여줬다. 보고서는 "기업들의 공급망 전략이 비용 최적화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로 중점이 이동하고 있다"며 "단순한 제조업 회귀보다 다각화된 글로벌 생태계 구축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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