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에는 “설사”가 없고, 비극에 “월경통”은 나오지 않는다. 1분 1초가 중요한 서스펜스 장르에서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할 여지는 없는 것 같다. 만성 질환자, 신경다양인, 장애인, 논바이너리 등 복합적 정체성을 지닌 저자는, 우리 사회를 형성하는 많은 이야기에 병(illness)이 등장하지 않음을 지적하며 책을 시작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은 사랑과 독으로 아팠고, 프로메테우스는 간을 쪼아 먹혀 ‘숭고하게’ 고통스러웠겠지만, “몸에서 오물이 줄줄” 흐르고, 약국의 긴 대기 줄과 건강 보험 앞에 비참해지는 고통 따위는 모를 것이다. 2016년 아픈 여자를 위한 선언문이 국내에 번역되며 반향을 일으킨 요하나 헤드바의 첫 에세이집으로, 헤드바는 문학과 고전뿐 아니라 현대에 이르기까지 사회가 ‘질병’을 이해하는 시각을 개인적 경험과 이론을 오가며 문제제기하고 전복한다. 오는 18일 정식 출간 예정.
■ 우리가 언제 죽을지, 어떻게 들려줄까
요하나 헤드바 지음 | 양효실, 박수연, 윤영돈, 이채원, 정채림 옮김 | 28,000원 | 536쪽
Copyright ⓒ 독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