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동시대 페미니즘 문학을 대표하는 류즈위의 소설. “사람이 ‘여신’으로 추앙받을 수 있게 된 시대, 젠더를 향한 사람들의 태도와 인식은 과연 과거보다 문명화되었을까?”라는 질문을 여덟 편의 단편으로 풀어낸다. 아내는 남편에게 요가복 품평을 듣고(「항아는 응당 후회하리라」), 어린 시절 친족성폭력을 경험했던 이모는 같은 일이 조카에게도 일어날까 봐 달려가고(「남의 아이」), 겉으로는 사회적 동등함을 강조하던 어떤 이는 노화로 연인에게 버림받을까 하는 취약함을 숨기며 비참해하고(「강가 모래섬에서」).... 제각기 다른, 그러나 공명하는 불안을 가진 '여자'들의 이야기가 쏟아진다. 단지 '피해자'가 아닌 일상에서 다층적으로 얽히는 감정과 관계들의 묘사가 인상적이다. '여신 뷔페'라는 기이한 제목은 '여성이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골라 먹는다'는 페미니즘 백래시 표현인 '여권 뷔페'를 변형했다고. "가끔은 달콤한 설탕물이 입혀"져 있는, 그러나 보이지 않는 치명적인 일상의 "족쇄"를 그리며 관계와 감정의 연쇄 반응을 마주하게 한다.
■ 여신 뷔페
류즈위 지음 | 김이삭 옮김 | 민음사 펴냄 | 17,000원 | 300쪽
Copyright ⓒ 독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