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최근 보기 힘들었던 좋은 잔디가 마련됐다. 이제 ‘홈 디스어드밴티지’의 이유 중 큰 비중을 차지했던 잔디 문제는 없다. 좋은 잔디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9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대표팀이 적응훈련을 가졌다. 한국은 이튿날인 10일 오후 8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0차전(최종전)을 치른다. 상대는 쿠웨이트다. 한국은 지난 9차전 이라크전 승리를 통해 본선행이 확정돼 있고, 쿠웨이트는 6위로 탈락이 확정돼 있다. 3차 예선 최종전 중 가장 결과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는 경기다. 긴장감이 떨어지고, 마치 평가전 같은 경기가 예상된다.
이번 예선을 통틀어 한국의 특이한 현상은 홈에서 약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2차 예선을 5승 1무로 통과했는데 유일한 무승부를 홈에서 당했다. 3차 예선은 5승 4무 무패로 이미 통과한 상태인데, 홈에서 1승 3무에 그친 반면 원정에서는 4승 1무를 따냈다. 무승부라는 결과뿐 아니라 소속팀조차 제대로 없는 선수들이 섞여 있는 팔레스타인, 늘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오만 등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이유 중 하나는 잔디였다. 손흥민, 이재성 등 대표팀 선수들과 홍 감독이 작심하고 잔디에 대한 불만을 쏟아낼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잔디가 나쁘면 기술을 발휘하기 힘들기 때문에 두 팀의 실력 격차가 경기장에서 잘 나오지 않고, 서로 공격이 답답해진다. 결국 3차 예선 첫 경기 팔레스타인전에서 볼 컨트롤이 제대로 되지 않아 0-0에 그친 뒤 서울 월드컵경기장을 떠났다. 이후 용인, 고양, 수원을 전전했는데 잔디가 최상인 곳은 없었다.
이번 경기를 앞둔 최종훈련 잔디는 충분히 훌륭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이 “잔디 문제가 많았는데 아주 좋아졌다,” “관리에 돈을 많이 들였다더니 실제로 성과가 있다”고 인정했다. 지난 3월 서울 월드컵경기장 잔디는 많이 개선됐다. 당시 두 차례 홈 A매치는 각각 고양 종합운동장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A매치와 K리그가 모두 없는 휴식기 동안 서울시설공단이 서울 월드컵경기장 잔디를 보수했다. 많은 부분을 교체했다. 이후 FC서울 경기를 통해 잔디가 크게 들리거나 파이지 않는 상태임을 확인했다. 시설공단은 잔디가 본격적으로 훼손되는 혹서기에 대해서도 대책을 세웠다 밝힌 바 있는데, 아직 그 시기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상태가 양호한 면도 있다.
멀쩡한 잔디에서 치르는 만큼 만약 이번 경기도 결과가 무승부에 그치거나 내용이 답답하다면 이젠 핑계를 댈 수 없다. 전술과 기량 문제가 된다. 홍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팬들의 많은 반발 속에서 출범했고, 이를 반영하듯 쿠웨이트전 예매 추이가 최근 서울 A매치 중 눈에 띄게 나쁜 것으로 알려졌다. 저조해진 인기의 요인 중에는 재미와 결과를 다 놓친 홈 경기력도 있다. 이번 경기에서 개선의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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