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첫날, 대통령실을 ‘무덤 같다’고 표현하며 기존 정부의 인수인계 부실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실제로 대통령실에 남아있어야 할 파견 공무원들이 전원 소속 부처로 복귀하고, 컴퓨터와 각종 문서가 초기화되거나 파기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며 정치권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윤재순 전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통상 대통령실에서는 후임 정부가 업무를 안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최소 인력을 남겨 인수인계를 돕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 퇴임 직후, 비서관실마다 1~2명의 공무원조차 남기지 않은 채 전원 철수시켰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에 파견됐던 한 공무원은 “정진석 전 비서실장 주재 회의에서 모든 공무원에게 6월 4일까지 복귀하라는 인사 명령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윤재순 전 비서관의 뜻이 단호했다. 완전히 정리하라고 지시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무원 철수뿐 아니라 주요 문서와 디지털 기록의 조직적 폐기도 있었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 청와대에서는 대선 직전부터 컴퓨터 하드웨어를 전면 교체하고, 이메일 계정 삭제 및 문서 파쇄 작업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는 이를 ‘깡통 컴퓨터’라고 표현하며 대통령실 내부 정보가 사라졌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단순한 인수인계 부실이 아닌 ‘국기문란에 준하는 행위’로 규정하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진석 전 실장과 윤재순 전 비서관이 대통령실을 무덤으로 만들었다는 의혹이 매우 구체적”이라며 “이는 내란죄 증거를 인멸한 시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가기록물법 위반은 물론이고, 국가 자료 은폐와 새 정부 업무 방해라는 중대 범죄”라며 “국가 기강을 무너뜨린 행위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즉각 반응에 나섰다.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는 정 전 실장과 윤 전 비서관을 직권남용, 증거인멸, 국가재산손괴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12·3 비상계엄 관련 대통령실 문건이 사전에 삭제됐을 가능성에 주목하며 이들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이들은 특히 윤 전 비서관이 실무자들에게 ‘대통령실 PC를 포맷하고 모든 자료를 파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제보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은 이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전직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인수인계는 기존 정부 관례와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정권 이양 시기에는 일정한 정보 보안 조치가 필요한 만큼, 시스템 정리는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은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사실상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업무를 마비시키고, 기록을 없앰으로써 국정 운영의 연속성을 훼손한 것”이라며 “이는 단순한 태만이 아니라 체계적인 방해 공작으로 볼 수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대통령실 내부의 인수인계 미비를 넘어, 공직 사회 전반의 기록 보존 의무와 정부 간 신뢰 문제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통령기록물법은 모든 대통령 기록물을 국가 자산으로 간주하며, 지정 기록물의 무단 삭제 또는 파기를 법적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자료가 사라지고 인수인계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적 공방도 확산되고 있다. 전날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관련 입장을 공개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 전 최고위원은 “국가를 바로 세우려는 대통령에게 재판 운운하며 발목을 잡는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의 형사재판은 헌법에 따라 중단되는 것이 맞으며, 이재명 대통령의 수사는 정치적 음모의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사건은 단순히 자료 유실을 넘어, 정권 이양 과정에서의 투명성과 정당성, 공공 기록의 보호 문제까지 폭넓은 사회적 논의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수사 당국의 향후 행보와 더불어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 및 법적 조치 여부가 향후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첫 임기 초반부터 불거진 ‘빈 청와대’ 논란은 향후 정치적 파장과 함께 중대한 헌정 질서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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