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국내 자동차산업이 5년간 이어진 수출 성장세에 종지부를 찍고 본격적인 하락세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5% 품목관세 정책과 중국 전기차의 글로벌 시장 확산이 겹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가 ‘이중고’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처음 맞이한 수출 감소 국면으로, 산업 전반의 경쟁력 재점검과 정부 차원의 선제적 대응이 불가피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이 본격적인 감소세로 전환됐다. 4월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9.6% 급감했으며, 지난달에는 더욱 가파른 32% 감소율을 기록했다.
이러한 급격한 하락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 3일부터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된 완성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직접적 영향으로 분석된다. 기존 2.5%였던 기본 관세율이 10배 인상되면서 한국산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산업연구원, “올 하반기 자동차 수출 11.4% 감소” 예측
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2025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자동차 수출이 전년 대비 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밝혔다. 특히 하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1.4% 감소할 것으로 예측해 상반기보다 더욱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첫 역성장 전망이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 연속 수출 증가세를 이어왔으나, 올해 들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연구원 측은 “미국의 품목관세 정책과 글로벌 수요 둔화, 경쟁 심화 등의 이유로 자동차·기계·철강 등 전통 제조업 수출이 뒷걸음질할 것”이라며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25% 품목관세에 더해 유럽 등 지역에서 중국 전기차 판매 증가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전기차 글로벌 시장 급속 확산도 타격
한국 자동차 수출 감소의 또 다른 주요 원인으로는 중국 전기차의 글로벌 시장 급속 확산이 꼽힌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의 전기차 수출량은 전년 대비 77% 급증한 120만 3000대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 전체 자동차 수출량의 25%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BYD를 비롯한 중국 로컬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브라질, 멕시코 등 신흥 시장에서 점유율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 2023년 상반기 아세안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의 점유율은 71%에 달했으며, BYD는 태국과 말레이시아 전기차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수출 부진에 더해 국내 자동차 시장마저 급속히 위축되면서 완성차 업계가 ‘사면초가’ 상황에 놓였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내수 판매량은 전년 대비 6.3% 감소했으며, 2025년에도 추가로 1.7%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도 전년 대비 2.7% 감소한 413만대를 기록했다. 상반기 현대·기아의 일부 공장 생산시설 조정에 따른 가동중단과 하반기 자동차업체들의 임단협 협상 과정에서 발생한 생산 차질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업체별로는 현대차가 4.4%, 기아가 4.1%, KG모빌리티가 13.2% 각각 생산량이 감소했다. 반면 한국지엠과 르노코리아만이 각각 7.0%와 4.7% 증가세를 보였다.
품목별로는 전기차 수출이 특히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대미 전기차 수출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 축소와 고금리로 인한 소비자 부담 가중, 현대·기아의 현지생산 증가 등으로 전년 대비 5.0% 감소세를 보였다.
국내 전기차 시장도 화재 안전 우려, 충전 불편, 보조금 감소, 충전요금 인상 등의 요인으로 전년 대비 7.3% 감소한 13.9만대 판매에 그쳤다.
◇“정부 차원 적극적 협상 절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 업계는 한미 간 관세 실무 협상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보고 있다. 현대차·기아·한국지엠의 미국 수출 비중이 최대 85%에 이르는 상황에서 자동차 관세의 장기화는 업계 전체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5월 자동차 부품 수출도 작년 같은 달 대비 8.3% 줄어든 4억30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업계 전반으로 타격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당분간 어려운 시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중국 전기차의 공세가 겹치면서 한국 자동차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자동차 업체 지원을 위한 일시적 관세 면제를 시사한 만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협상이 필요하다”며 “관세 장기화 시 피해는 완성차업체뿐만 아니라 부품업체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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