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칼럼] 납치혼, 선녀와 나무꾼, 그리고 사비니 여인의 납치에 담긴 오늘날 스토킹에 대한 담론①에 이어
[문화매거진=강산 작가] 강제 결혼과 관련된 이야기는 아주 먼 옛날 유럽에도 존재하였습니다. 바로 로마 건국 후 납치된 사비니의 여인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Romulus)에 대해서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들어본 적은 없어도 이 조각을 본 적은 있을 것입니다.
로물루스는 로마를 건국한 인물로, 로마의 첫 번째 왕입니다. 그와 그의 형제 레무스가 태어나기 전, 쌍둥이의 외할아버지이자 알바롱가의 정당한 왕이었던 누미토르는 동생인 아물리우스에게 왕좌를 빼앗겼습니다. 아물리우스는 형 누미토르의 혈통을 끊기 위해 누미토르의 딸 레아 실비아를 성녀로 삼아 결혼과 출산을 금지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레아는 전쟁의 신 마르스와의 사이에서 쌍둥이를 낳게 되었습니다.
아물리우스는 그녀를 감옥에 가두었고, 하인들에게 그녀로부터 갓 태어난 쌍둥이를 티베르 강에 던지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불어난 강물 때문에 그러한 명령을 받은 하인들은 강둑까지 가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쌍둥이를 팔라티노 언덕 기슭에 있는 무화과나무 아래 두었습니다. 그리고 쌍둥이는 기적적으로 늑대의 젖을 먹고 생존하여 잘 자랐습니다.
쌍둥이는 성인이 되어 아물리우스를 제거하고 외할아버지인 누미토르를 왕좌에 복귀시킨 뒤, 자신들만의 도시를 세우기 위해 티베르 강가로 돌아왔습니다. 로물루스는 팔라티노 언덕에, 레무스는 아벤티노 언덕에 각각 자리를 잡고 도시의 위치를 두고 경쟁했습니다. 결국 로물루스가 승리해 도시의 이름은 그의 이름을 따 ‘로마’로 불리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도시 로마는 곧 인구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로물루스는 도망자와 노예 등 주변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받아들였지만, 도시에는 여성이 부족했습니다. 로물루스는 다른 지역 사회에 결혼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이대로라면 로마는 인구를 유지하지 못해 사라질 위기에 놓일 것이 분명했습니다.
로물루스는 여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략을 세웠습니다. 그는 중대한 종교 축제와 경기 대회를 개최한다고 공표하며 주변 부족들을 초대했습니다. 특히 사비니족이 초청에 응해 대거 참석했습니다. 축제는 성대하게 진행되었고, 로마인들은 손님들을 극진히 대접하며 경계심을 누그러뜨렸습니다.
마침내 신호가 떨어지자, 로마인들은 사비니족의 젊은 여성들을 붙잡아 도망쳤습니다. 여성들은 당황하고 울부짖었지만, 로마 남성들은 이들에게 결혼과 가정을 약속하며 설득했습니다. 로물루스는 특히 납치된 여성들에게 연설을 통해 그들의 희생이 로마라는 새로운 공동체를 건설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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