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형처럼 빛날 수 있을까?”
벨링엄이 아닌 '조브'로 자신의 이름을 마킹하고 있는 잉글랜드 미드필더 조브 벨링엄(19)이 그 질문에 답할 시간이 왔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이적으로 형 주드 벨링엄이 걸었던 길을 그대로 밟는 듯하지만, 축구 역사에 ‘조브 벨링엄’만의 이름을 새길 준비를 하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한국 시간으로 9일 새벽 특집 보도로 형의 이적료를 넘어 도르트문트 이적이 확정된 조브 벨링엄 스토리를 자세히 소개했다.
잉글랜드 웨스트미들랜즈의 한 가정에서 축구공을 차며 함께 자라난 두 형제는 지금 축구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들이다. 형 주드는 2020년 7월, 버밍엄 시티에서 도르트문트로 이적하며 세계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가 17살 때였다. 단돈 2,500만 파운드로 도르트문트가 그를 품었고, 그 투자는 곧 ‘대박’으로 돌아왔다. 주드는 도르트문트에서 132경기에 출전하며 DFB 포칼 우승을 들어 올렸고, 분데스리가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며 레알 마드리드로 향했다.
이제 동생 벨링엄이 이제 같은 길을 따라간다. 조브는 지난 시즌 선덜랜드의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이끌었지만, 그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뛸 일은 당분간 없다. 형의 발자취를 따라 분데스리가 8회 우승팀 도르트문트와 3,100만 파운드(약 571억 원) 규모의 이적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는 도르트문트 역사상 두 번째로 비싼 영입으로, 2016년 우스망 뎀벨레의 영입 이후 최고 수준이다.
조브는 형 주드가 성공 신화를 쓴 그라운드로 들어서지만, 그는 ‘조브 벨링엄’의 이름으로 새 역사를 쓰고자 한다. 실제로 그는 형처럼 셔츠 뒷면에 성을 새기지 않고 ‘Jobe’라는 이름만 새겨넣으며 ‘형의 그림자’를 벗어나려 한다.
그를 지도한 바 있는 토니 모브레이 감독은 지난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형의 이름 덕에 주목받고 싶지 않아 한다. 조브는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만들고 싶어 한다.”
포지션도 조금 다르다. 형 주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10번 역할을 주로 소화했지만, 조브는 수비형부터 박스투박스까지 소화 가능한 다재다능한 미드필더다. 심지어 지난 시즌에는 공격수로도 기용되며 기량을 뽐냈다. 그는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박스투박스 미드필더로 뛸 때가 가장 즐겁다.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자리”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2024-25시즌 선덜랜드에서 그는 43경기 4골 3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승격 주역이 됐다. 레지 르 브리스 감독도 “그는 여러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젊은 선수다. 나는 그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가장 좋아한다. 수비와 공격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형의 그림자’는 그에게 무겁다. 주드는 도르트문트에서 잉글랜드 대표팀까지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다. 형은 이미 43경기에서 6골을 기록하며 유로 2020과 유로 2024에서 준우승을 경험했고, 레알 마드리드에서 챔피언스리그, 라리가, 유로파 슈퍼컵, 인터컨티넨탈컵까지 들어 올렸다.
조브 역시 잉글랜드 연령별 대표팀을 거쳤고, 이번 유럽 U-21 챔피언십에서도 이름을 올렸다. 형과 함께 A대표팀에서 뛰는 것은 그에게 ‘최고의 꿈’이다. 주드는 지난해 유튜브 채널에서 이렇게 밝혔다.
“어릴 때부터 형제끼리 길거리에서 공을 찼다. 이제 대표팀에서 형제와 함께 뛴다면… 그건 어떤 트로피보다 값진 일이 될 거다.”
형제의 맞대결도 현실이 될 수 있다. 도르트문트는 클럽 월드컵 F조에서 플루미넨시(브라질), 울산 HD(한국),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공)와 격돌한다. 레알 마드리드는 H조에서 알힐랄(사우디), 파추카(멕시코),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와 만난다. 두 팀이 조별리그와 16강을 통과한다면, 7월 5일 8강전에서 ‘형제 대결’이 펼쳐질 수 있다.
마르코 가비아디니는 BBC 라디오에서 “분데스리가는 챔피언십과 프리미어리그의 중간 정도 수준이다. 부담도 조금 덜할 수 있고, 해외 이적은 경제적 이점도 있다”고 전했다.
“그가 형만큼 좋은 선수일까?”라는 질문에 가비아디니는 솔직히 답했다. “솔직히 아직은 주드만큼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형의 80% 수준이라 해도 충분히 훌륭한 선수다. 조브에게도 그만의 길이 필요하다.”
형 주드 벨링엄은 동생을 향한 무한한 응원을 보냈다. “조브가 행복하다면 그게 가장 중요하다. 그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다.”
이제 스포트라이트는 형에서 동생으로 향한다. 도르트문트의 황색 유니폼을 입고 조브 벨링엄은 형의 길을 따르면서도 ‘조브 벨링엄’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려 한다.
‘형의 길’, 그리고 ‘나만의 길’. 이제 그가 세계 무대에 자신을 보여줄 때가 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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