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정문 앞에서 만난 이모씨(57) 자매는 전날 밤부터 경북 구미에서 상경했다. 대통령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닫히기 전 청와대를 구경하기 위해서다. 오픈런 끝에 45분 만에 청와대에 들어간 이씨 자매는 1시간쯤 구경을 마치고 나온 후 “애써 올 만큼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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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연일 ‘만원 관람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후보 시절부터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공언한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청와대 이전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로 돌아오면 경호상 이유로 관람이 제한될 가능성이 큰 만큼 마지막일지 모르는 관람 기회를 잡기 위한 시민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현충일 연휴 마지막 날인 이날 오전 9시, 첫 관람 시간대의 입장이 시작됐지만 청와대 담장을 따라 늘어선 줄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입구 앞 관람 대기 시간을 안내하는 입간판에는 60분이라고 적혀있기도 했다. 청와대에 들어갈 수 있는 정문과 춘추관 모두 입장 대기 줄은 약 200m까지 이어졌다. 푸른색 반소매 티를 입은 청와대재단 직원 15여 명은 쉴 새 없이 “한쪽으로 서세요”라며 사람들을 안내했고 막 도착한 시민은 “예약했는데도 줄 서야 하느냐”며 긴 줄에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체감 온도 26도를 웃도는 날씨에 시민들은 양산과 챙이 넓은 모자, 손 선풍기를 준비했다. 입장 전부터 ‘손 하트’ ‘브이(V)’ 등 자세를 잡고 연신 인증 사진을 남기는 이들도 있었다. 가족과 함께 온 권효재(10)군은 “정원도 있고 마당도 있어서 소풍온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관람객들은 연인, 친구 사이부터 유모차를 끈 가족이나 고령층까지 다양했다. 데이트 코스로 남자친구와 청와대를 찾은 30대 이윤경씨는 “이제 대통령이 다시 돌아오면 못 올 것 같아 왔다”며 “신기하기도 하다”고 전했다.
청와대재단은 하루 2만 2000명씩 4주치 예약을 6개 시간대로 나눠 받고 있다. 현장 신청은 65세 이상, 장애인, 국가보훈대상자, 외국인으로 제한해 매일 2000명을 받는다. 재단에 따르면 오는 4주 치 휴일 관람 예약은 이미 마감됐다. 휴관일인 화요일을 제외한 평일도 대부분 예약이 끝났다. 대선 기간이었던 지난달에는 관람객 42만여명이 청와대를 찾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예약을 못해 근처에서라도 청와대를 구경하던 시민도 적잖았다. 내부가 잘 보이는 울타리 앞에서 초등학생 아들의 사진을 찍던 심현정(40)씨는 “대통령이 돌아온다고 해 구경하려 했더니 이미 마감이 됐더라”며 “나중에는 멀리서도 구경하기 어려울 것 같아 오게 됐다”고 말했다. 외국인 단체 관광객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베트남 단체 관광 가이드 A씨는 “원래 계획에는 없었지만 일정에 끼워서 왔다”며 정문 앞에서 여행객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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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소식에 시민과 상인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관람객 박혜민(27)씨는 “용산에 가있는 동안 잡음도 많았던 걸로 알아서 아쉽지만 돌아오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앞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류모(45)씨는 “청와대가 있을 땐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관광객보다는 청와대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와주는 게 더 도움된다”고 했다. 다만 일부 상인은 관광객 특수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한식집 사장인 60대 전모씨는 “굳이 왜 돌아오는지 잘 이해가 안된다”며 “50% 이상 차이가 날만큼 애써 활성화했는데 뭐하러 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는 임기 첫날부터 청와대 재이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대통령실 이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총무비서관을 지낸 이정도 전 비서관이 TF 팀장을 맡아 여러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청와대 경내 탐방로는 지난 4일부터 이미 보수·정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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