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고기’를 만드나②] 예상됐던 한우 도매가 장기 폭락, 왜 못 막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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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고기’를 만드나②] 예상됐던 한우 도매가 장기 폭락, 왜 못 막았나

투데이신문 2025-06-08 0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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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한우협회 소속 한우농민들이 지난 2024년 7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한우산업 안정화 촉구 한우 반납 투쟁 집회에서 사료포대를 던져 소 축사 모형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국한우협회 소속 한우농민들이 지난 2024년 7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한우산업 안정화 촉구 한우 반납 투쟁 집회에서 사료포대를 던져 소 축사 모형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언제나 고기는 진리’라고 할 정도로 우리 식생활에서 축산물은 크게 자리하고 있다. 삼겹살과 치킨은 대중적인 외식 메뉴로 굳건한 자리를 점하고 있으며 치즈, 요구르트 등은 MZ세대에게도 인기가 높다. 

으레 소비가 늘어나면 해당 분야의 산업이 발전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축산물 소비가 늘어나는 와중에도 국내 축산업의 생산기반은 반대 방향으로 역주행하고 있다. 늘어난 소비의 상당 부분을 수입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우리나라 최초의 FTA인 한-칠레 FTA 체결 이후 20년이 흘렀다. 20여 년이 흐른 오늘날, 축산업은 축종을 불문하고 본격적인 무관세의 파도에 휩쓸리고 있다. 이전까지도 파괴적이었던 FTA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더욱 거세질 것이란 의미다.

“그럼 소는 누가 키우나.” 과거 시대를 주름잡던 유행어 중 하나다. 하지만 축산관계자 중 누구도 이 유행어에 시원하게 웃지 못했다. 축산업에서는 실존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웃을 수 없는 질문 앞에 이제는 정부, 나아가 우리 사회의 응답이 절실하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자유무역협정 피해보전직접지불금(이하 FTA 피해직불금) 지원 대상 품목으로 한우, 육우, 한우송아지, 녹두 4개 품목을 선정했다. 정부는 매년 FTA로 수입량이 급격히 증가해 가격 하락이 발생한 품목을 선정해 FTA 피해직불금을 지원하고 있다.

FTA 이행으로 피해를 보는 농축산물이 위 4개 품목만 있을 리 없다. 정부가 정한 3가지 기준을 통과한 품목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가격 요건, 총 수입량 요건, 수입량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요건을 모두 충족하더라도 FTA이행지원센터가 조사해 산정하는 수입기여도가 측정되지 않으면 지급되지 않는다. 정부가 농축산물의 FTA 피해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만든 제도가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요건이 까다롭다.

FTA 이행에 따른 농업인 등 지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된 지난해 수입기여도는 한우와 육우는 29.3%, 한우송아지 37.9%였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까다로운 기준을 웃돌 만큼 한우농가의 위기가 심각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3년 넘게 지속되는 경영난 “이러다 한우농가 5만호까지 떨어져” 

전북 정읍시에서 한우 450여두를 사육 중인 한양수(66)씨는 “현재 마리당 170만원에서 200만원 가까이 적자를 보고 있다”라며 “축산농가는 환경규제와 방역규제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지역에서 보면 소규모 농가들부터 고령화로 인해 폐업하는 추세인데 가격도 떨어지니까 팔아버리는 농가가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축산농은 문턱이 높아 신규로 진입하기 어렵다. 현장에서는 전체 한우농가 수가 5만호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우농가는 크게 번식, 비육 그리고 일관사육으로 구분된다. 소규모 농가의 사육규모는 수십여두 규모로 대부분 번식 위주이며 암소가 송아지를 생산해 이를 판매한다. 비육농가는 번식농가가 파는 송아지를 사들여 비육한 뒤 도축장에 출하한다. 일관사육은 번식과 비육을 함께 수행하는 방식이다.

한씨는 비육농가지만 번식농가가 줄어드는 현상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그는 “번식농은 소규모이기에 비육보다는 쉽게 폐업을 선택할 수 있다. 이들이 폐업하면 뿌리가 부실해진다. 뿌리가 튼튼해야 좋은 나무가 되어 열매를 맺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육 사육은 대개 8개월령 이하의 수송아지를 구입해 시작한다. 성장단계에 따라 약 14~15개월 정도까지 육성기 관리를 한 뒤 비육전기와 비육후기로 구분해 사양관리를 한다. 비육농가들은 보다 좋은 육질을 생산하기 위해 보통 30개월령 이상된 한우를 출하한다. 1+등급 이상 고급육 출현률은 농가의 수익과 직결되는 문제다.

전북 정읍시에서 한우를 사육하는 농민 한양수씨가 자신이 이사장으로 활동하는 전북한우육종협동조합의 사료 저장 창고를 보여주며 공동 사료 구매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전북 정읍시에서 한우를 사육하는 농민 한양수씨가 자신이 이사장으로 활동하는 전북한우육종협동조합의 사료 저장 창고를 보여주며 공동 사료 구매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비육농가의 생산비 중 가장 많이 드는 비용이 송아지 구입비와 사료비다. 좋은 송아지를 구입하고 적정한 양질의 사료를 급여해야 사육성적이 좋기에 쉽게 절약할 수도 없는 항목이다. 한씨는 “현재 소1마리당 출하할 때까지 사료값이 500만원 가량 든다. 여기에 인건비, 전기세, 정화세, 퇴비처리 등을 계산하면 적잖은 적자가 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한우 도매가격(거세우)은 ㎏당 1만8500원대 수준이다. 이는 그나마 지난해 ㎏당 1만7000원대까지 떨어졌던 때와 비교하면 다소 회복한 가격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4분기는 돼야 ㎏당 1만9000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씨는 “㎏당 2만500원 정도는 돼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적자구조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통계를 보면 한우농가들은 약 3년 넘게 고통스러운 경영난을 겪고 있다. 통계청의 2024년 축산물생산비조사에서 마리당 순수익을 보면 한우번식우는 2022년 40만9000원 적자를 봤으며 2023년에는 127만6000원, 지난해에는 111만5000원 적자를 봤다. 한우비육우 역시 2022년 68만9000원 적자를 시작으로 2023년 142만6000원, 지난해 161만4000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처럼 한우농가들이 적자에 허덕이는 이유로는 생산비 상승, 경기 침체, 수입소고기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공급 과잉은 향후에도 도매가격 회복에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하 농경연)에 따르면 연도별 한우 수급 단계 시뮬레이션 결과 지난 2021년까지는 ‘주의’ 단계였다. 그러나 2022년부터 한우 수급은 ‘경계’ 상황이었고 2023년과 2024년은 가장 높은 위험 단계인 ‘심각’ 수준까지 올라갔다. 이 시뮬레이션은 도매가격-경영비 비율, 도축 마릿수-산지가격 비율, 사육 마릿수, 가임암소 마릿수, 도축 마릿수 관계를 종합해 수급 단계를 평가한다.

공급 증가 국면에서 주의 단계는 가까운 미래에 수급 불균형 발생이 우려되는 상태다. 즉, 현재의 과잉공급은 2021년 이전부터 예고되고 있었던 셈이다. 경계 단계는 아주 가까운 미래에 상당한 수급 불균형 발생이 예측되는 상태이고 심각에 이르게 되면 수급 불균형으로 농가의 소득손실이 발생하는 단계다. 올해는 ‘심각’과 ‘경계’가 혼재된 상황이다.

이달 현재 한우 사육 마릿수는 약 335만 마리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6월과 비교해 약 13만 마리 정도 감소한 수치다. 농경연은 중장기적으로 내년까지 사육 마릿수가 316만 마리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약 100만마리에 가까웠던 도축 마릿수도 점차 줄어 오는 2028년 82만 마리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우는 30개월 이상이라는 오랜 사육기간을 거치는 품목이다. 즉 지금의 공급 과잉은 이미 2~3년 전에 예고되기 마련이며 시장수급이 한번 무너지면 안정을 되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한씨는 “코로나 팬데믹 때 집에서 한우 소비가 많이 이뤄졌다. 그런데 그동안 골이 더 파인 셈이 됐다. 3년 넘게 도매가격이 좋지 않은데 여전히 공급과잉 상황”이라며 “송아지를 낳는 암소를 도축해야 생산이 줄텐데 농가에 자율로 맡기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계를 보면 폭락이 예고되고 있음에도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전북한우육종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정읍한우’ 정육식당에 한우고기가 진열돼 있다. ⓒ투데이신문
전북한우육종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정읍한우’ 정육식당에 한우고기가 진열돼 있다. ⓒ투데이신문

현장의 농가들은 장기간 이어지는 수익손실을 어떻게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 부회장이기도 한 한씨는 정읍지역 한우농가들이 모여 설립한 전북한우육종협동조합 이사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협동조합은 한우 개량과 사료 공동 구매 등으로 농가 생산비를 줄이는 한편, 직접 정육식당 ‘정읍한우’를 운영해 소비자와의 직거래를 시도하고 있다.

한씨는 “지금 비육농가들은 등급검정에서 1+를 생산해도 타산이 안 맞는 상황”이라며 “한우 직거래 판매장을 늘려 유통 단계를 줄여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선택지를 더 늘려야 한다. 그래서 공급도 줄이는 한편 소비를 늘리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소고기 자급률 목표를 정하면 농가들이 그 틀 안에서 수급조절을 할 수 있지 않겠나. 해외수출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가 소를 먹고 있다”…경고만 한다고 과잉 못 막아

실제 생산자조직인 한우협회는 정부와 농협의 지원 속에 2020년 전후로 저능력 미경산우 비육지원 사업 등을 펼쳐 예견된 공급과잉을 피하고자 노력했다. 아직 송아지를 낳지 않은 암소를 비육우로 사육해 송아지 생산을 줄이자는 의도였다. 그러나 농가들의 참여가 목표에 미치지 못했고 정부가 소극적으로 나서며 예견됐던 공급과잉을 막지 못했다. 

그동안 한우협회와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자조금을 활용한 각종 수급조절과 소비촉진 캠페인을 벌여왔다. 그러나 자구노력으로는 다가오는 공급과잉을 막을 수 없자 ▲한우 도매가격과 소매가격을 연동하는 한우가격연동제 ▲한우고기 수매 ▲사료가격 인상분 차액지원 ▲송아지생산안정제 개편 ▲암소도축을 위한 도축장려금 지원 ▲군납 및 기업 급식 확대 등을 요구해 왔다. 

한우협회가 지난 2022년 12월 이와 같은 요구를 밝히면서 “소가 소를 먹고 있다”고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한우협회는 “미처 출하 개월령을 도달하지도 못한 소까지 출하길에 올려 팔아 치운 값으로 사료값을 치른다. 생산비도 못 건지는 농가수취가격에 허덕이는 농가, 밀린 사료값에 쓰러져 도산하는 농가가 줄줄이다”라고 토로했다.

한우농가들의 요구는 점차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이하 한우법) 제정으로 모아졌다. 지난 2022년부터 본격화된 공급과잉의 여파가 현장을 휩쓸자 지속가능한 장기적 안목에서 나온 한우정책의 필요성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석열정부는 지난해 5월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까지 행사하며 국회를 통과한 한우법 제정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현재 한우법은 22대 국회에서 재추진되며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 전환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 4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위원회를 통과한 상황이다. 국회 농해수위 관계자는 “소위에서 여야합의로 통과됐기에 새 정부와 조율해서 순리에 따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본다”고 귀띔했다.

한우법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5년마다 한우산업 육성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 또, 한우산업발전협의회를 설치해 수급상황과 환경을 고려한 적정 사육두수 규모 관리 등을 심의한다. 사육농가의 생산기반 유지를 위해 송아지 가격이 기준가격 미만으로 하락하면 송아지 생산농가에 자금을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전국한우협회 소속 한우농민들이 지난 2024년 7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한우산업 안정화 촉구 한우 반납 투쟁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국한우협회 소속 한우농민들이 지난 2024년 7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한우산업 안정화 촉구 한우 반납 투쟁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전문가는 “한우는 보통 30개월 이상 사육해야 한다. 보통 3년 정도의 시차가 기본적으로 발생하기에 한 번 위기가 오면 공급과잉 또는 공급부족이 장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공급과잉이 닥쳐도 농가 입장에서는 소를 키우지 않으면 소득이 없기에 폭탄이 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소를 들이게 된다. 미리 경고만 해서는 과잉을 막을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농림축산식품부는 농가 소득을 책임져야 하는 부서인데 지금은 소비자 물가 안정을 화두로 내세우고 있어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향후 한우산업의 향방을 가를 가늠자로 번식기반 보호와 한우 소비 증감 여부를 꼽았다. 당장의 수급불안에 대한 대처도 중요하지만 다가오는 미래를 미리 논의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우농가 수는 2016년 10만호 아래로 내려간지 8년 만인 지난해 8만호 이하까지 감소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사육규모별 농가 현황을 살펴보면 20마리 미만 한우농가는 같은 기간 6만1551호(41만1485마리)에서 3만5721호(28만9080마리)까지 거의 반토막이 났다. 20두 미만 소규모 농가들은 절대다수가 번식농가로 추정된다. 반면 100마리 이상 한우농가는 동기간 5929호(107만7116마리)에서 8457호(147만7519마리)로 늘었다. 

이 관계자는 “번식 농가는 송아지를 팔아야 돈을 버는데 공급 과잉 상황이 오면 송아지 가격도 떨어진다. 규모가 작기에 폐업하고 전업하는 경우가 많고 고령층이 많아서 곧 은퇴를 앞둔 농가도 많다”라며 “후계자가 있어야 하는데 축산업은 신규진입이 쉽지 않다. 그렇다면 농협중앙회나 지역축협들이 송아지 생산기지 역할을 해줘야 하지 않나 싶다”고 제안했다. 그는 “원래 지역축협들도 그런 준비를 해왔지만 번식이 수익이 안되니까 지금은 손을 놓고 오히려 수익성 때문에 비육을 하기도 한다. 국가나 공적 영역에서 경제 논리를 떠나 번식기반을 유지할 방안을 마련한다면 생산기반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국내 축산업은 수입개방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산업이지만 지금까지는 경제성장에 힘입어 소비 또한 늘어나면서 버텨왔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와 같은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소비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농가당 사육규모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서 사육마리 수가 더 내려가기 힘든 지점이 올 수 있고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못한 채 도매가격 약세가 더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라며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대응 방안을 고민해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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