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손흥민이 자신에게 여러 영광을 안긴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작별 인사를 남겼다.
7일 손흥민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영원한 토트넘홋스퍼 전설”이라며 “닥신 덕분에 나는 더 나은 선수이자 사람이 될 수 있었다”라고 작별인사를 올렸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토트넘을 떠난다. 토트넘은 7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성과를 검토하고 심사숙고한 결과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직무에서 해임됐음을 밝힌다. 앤지가 지난 2년간 보여준 헌신과 기여도에 큰 감사를 보낸다. 유럽대항전 트로피를 우리 구단에 선사해 준 단 3명뿐인 감독 중 하나로 언제나 기억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유는 성적 부진이었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를 들어올리며 17년 만에 우승컵을 획득한 건 분명한 성과다. 그러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에서 한 시즌 최다패(22패), 최저 승점(승점 38), 최저 순위(17위) 등을 모두 달성하며 안 좋은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웠다. 유로파리그 우승에 실패했다면 PL 창설 이후 저점을 찍을 수도 있었다.
현지 매체에서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경질 위약금이 400만 파운드(약 74억 원)가 될 걸로 예상한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유로파리그 우승과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로 200만 파운드(약 37억 원) 보너스를 받은 걸 감안하면 토트넘이 한 달 새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11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쏟아부은 셈이 된다.
토트넘의 결정은 이성적인 면에서 지당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극단적으로 높은 수비라인과 양쪽 풀백을 중앙 깊숙한 공격 진영까지 올리는 적극적인 축구를 지향했는데,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PL 감독들은 이로 인해 생기는 토트넘의 약점-측면 뒷공간과 빠른 역습에 취약함-을 간파하고 있었다.
부상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부터 많은 선수들이 잔부상으로 시즌을 온전히 치를 수 없었다. 올 시즌에만 주전 수비진 5인방 중 굴리엘모 비카리오(21경기), 데스티니 우도기(13경기), 판더펜(30경기), 크리스티안 로메로(27경기) 등 4명이나 오랜 기간 경기를 뛸 수 없었다. 철강왕으로 불리던 손흥민이나 데얀 쿨루세프스키조차 이를 피하지 못했다. 관련해 매체는 “시즌 막판까지 75% 이상 출전시간을 채운 선수는 단 한 명, 페드로 포로뿐이었다”라며 심각했던 상황을 지적했다.
다만 현지 민심은 포스테코글루 감독 경질에 그렇게까지 호의적이지는 않다. 어쨌거나 17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그것도 유로파리그 우승을 안긴 감독이기 때문에 기회를 줘도 된다는 여론도 분명히 존재한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많은 토트넘 선수들은 포스테코글루 감독 경질 소식에 분노하고 있으며, 일부 선수들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따라 토트넘을 떠나고 싶어한다.
관련해 토트넘 내부 소식통은 매체를 통해 “선수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 일이 어떻게 처리된 건지에 대해 매우 화가 나있다. 다음 감독은 어려운 라커룸 분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손흥민은 현지시간으로 이른 아침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작별인사를 남겼다. 손흥민에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은인이나 다름없다. 당시 주장단에 없던 손흥민을 토트넘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인 주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당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의 실력은 주장이 되기에 의심의 여지가 없고, 솔선수범하는 스타일로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는 리더십을 지녔다는 평가를 내렸다.
손흥민이 그토록 갈망하던 우승컵을 안긴 장본인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이다. 손흥민은 포스테코글루 감독 덕분에 주장으로서 가장 먼저 유로파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영광의 순간을 맞았다. 해리 케인을 비롯한 모든 동료들이 떠나는 와중에도 꿋꿋이 토트넘을 지켰던 손흥민에게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렇기에 손흥민은 자신의 SNS에 포스테코글루 감독에 대한 애정이 담긴 작별인사를 남겼다.
< 손흥민이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보내는 작별 인사 >
감독님, 당신은 토트넘의 궤도를 바꿨습니다. 첫날부터 스스로와 선수단을 믿었고, 단 한 순간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팀을 비판할 때도요.
당신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그걸 당신의 방식으로 해냈습니다. 그 덕에 토트넘은 수십 년 만에 최고의 밤을 보냈습니다. 우리는 평생 그 추억을 간직할 것입니다.
당신은 제게 주장직을 맡겼습니다. 선수 경력에서 가장 높은 영예 중 하나입니다. 당신의 리더십을 가까이에서 배울 수 있어 정말 큰 영광이었습니다. 당신 덕분에 저는 더 나은 선수이자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앤지 포스테코글루, 당신은 영원히 토트넘홋스퍼의 전설입니다. 그간 감사했습니다.
사진= 손흥민 인스타그램, 토트넘홋스퍼 X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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