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먼트뉴스 이상백 기자] 집안에 투석 환자가 있다면 그 고통은 가족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한 번에 4시간씩, 일주일에 3~4번 병원에 가 기계장치를 달고 누워 있어야 하는 환자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의 투석 환자 증가 속도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가파르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사회적 비용도 갈수록 커지고 있어 신장 건강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10년 새 2배 증가…누적 환자 13만 7천 명 넘어선 '현실'
투석을 해야 하는 말기 신부전 환자가 매년 1만 8천 명씩 새로 발생하고 있다. 대한신장학회 2024년 자료에 따르면, 현재 투석 중인 누적 환자는 13만 7천 명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무려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한국의 투석 환자 증가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투석 후 녹초가 되어 누워 지내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왜 이렇게 급속히 늘고 있는 것일까?
신장 기능 상실이 원인…당뇨병, 고혈압이 주범이다
투석을 받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신장(콩팥)의 기능이 정상인의 10% 이하로 떨어져 생명 유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몸의 노폐물을 걸러주고 수분 조절을 하는 신장 기능이 완전히 작동을 멈춘 상태, 즉 말기 신질환(신부전) 환자들이 투석을 받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혈액 투석, 복막 투석, 신장 이식 등 신장 기능을 대신하는 치료법이 필수적이다.
말기 신부전의 발생 원인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당뇨병(46%)이다. 이어 고혈압(22%)과 사구체신염(11%)이 뒤를 잇는다. 최근 식습관의 변화로 당뇨병 환자가 급증하면서 신장 이상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비례하여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신장 이식은 '희망'이지만…현실은 투석에 의존
신장 기능을 회복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신장 이식이다. 하지만 매년 약 2천 건 정도만 이식이 이루어지고 있어, 많은 환자들이 힘든 투석기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현재 인공신장실에서 진행되는 혈액 투석이 전체의 95%를 차지하며, 집에서 환자 스스로 할 수 있는 복막 투석은 5%에 불과하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투석 비용 부담은 덜하지만, 재택 치료인 복막 투석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환자도 적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한다. 복막 투석은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의료비용을 낮출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내가 왜 투석을 해야 하나"…무증상이 더욱 위험하다
투석이 필요할 정도로 신장이 망가져도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거의 없다. 몸이 붓고 피로감이 누적되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심지어 정상적으로 소변을 볼 수 있어 "내가 왜 투석을 해야 하나"라며 뒤늦게 충격을 받는 사람도 많다.
신장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기저질환인 당뇨병과 고혈압의 예방 및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혈관에 최악인 직접흡연과 간접흡연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만성 신장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투석이 필요한 말기 신부전으로의 진행을 막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적이다. 소변 단백뇨 검사와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된 사구체 여과율(GFR)을 잘 체크하는 것이 신장 건강을 지키는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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