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신한카드에 이어 KB국민카드도 애플페이 도입에 나서며 간편결제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그러나 교통카드 연동 등 핵심 기능이 빠질 것이 유력한 상황에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진다. 카드사 수익성은 이미 압박받는 가운데, 추가 경쟁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애플페이 관련 전자금융업 변경 등록을 승인받고, 상반기 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KB국민카드 역시 시스템 구축을 거의 마무리하고, 서비스 출시 시점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그간 현대카드의 독점 체제였던 국내 애플페이 시장에 금융지주 계열의 메이저 카드사들이 본격 가세하게 됐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단순한 경쟁 구도 변화만으로는 의미 있는 소비자 확대나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 式 성공 요인 ‘교통카드 연동’...한국은 갈 길 멀어
일본은 2016년 애플페이가 진출하자마자 교통 인프라와의 연계를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JR그룹의 ‘스이카(Suica)’, 수도권 사철이 운영하는 ‘파스모(PASMO)’ 등 주요 교통카드를 아이폰에서 직접 발급·충전할 수 있도록 구현하면서, 자판기·편의점·카페 등으로 결제 범위를 빠르게 확장시켰다.
이와 함께 NFC 기반 결제 단말기 보급률도 크게 증가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16년 이후 4년 만에 NFC 단말기 보급률은 89%에 달했다. 즉, 교통 인프라와의 유기적 결합이 단순한 간편결제를 넘어서 일상 소비 전반을 아우르는 생활 인프라로 발전한 셈이다.
특히 일본에서 애플페이가 뿌리내린 배경에는 ‘체감 가능한 편의성’이 있다. 교통카드를 따로 발급받기 위해 자동기기를 이용하거나 매표소를 찾을 필요 없이, 아이폰 지갑 앱에서 몇 번의 클릭만으로 발급과 충전이 모두 가능하다. 이후 이 카드를 이용해 대중교통은 물론 소매점 결제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점이 이용 확산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한국 시장에서 애플페이는 교통카드와의 연동이 여전히 불가능하다. 티머니, 캐시비 등 국내 대표 교통카드 사업자들과의 기술·사업적 협의가 수년째 교착 상태에 빠져 있고, 애플 역시 관련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평가다.
결국 한국에서의 애플페이는 NFC 기반 신용카드 대체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일본처럼 대중교통은 물론 소매점 결제까지 아우르는 ‘범용 인프라’로 자리 잡기엔 구조적으로 제약이 큰 이유다. 이에 현대카드 뒤를 잇는 금융지주사 카드사들 또한 교통카드 서비스를 탑재하기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애플페이는 아이폰을 갖고 있는 일부 소비자들의 선택지일 뿐, 교통 인프라를 잡지 못하면 대중화는 어렵다”면서도 “이해관계로 인해 매번 좌초돼 온 만큼 새로운 카드사에서도 교통카드 기능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익성 떨어지는데 삼성페이 유료화 걱정까지…업계 이중고
현대카드의 사례에서도 그 한계는 뚜렷하다. 독점적 도입 초기에 주목받으며 가입자는 빠르게 증가했지만, 실사용률과 결제액 증가는 전체 시장 규모 확대와는 괴리를 보였다는 점에서다.
업계는 애플페이를 “카드사 입장에서 수익성이 거의 없는 서비스”로 본다. 애플은 결제 건당 약 0.15%의 수수료를 카드사에 요구하는데, 이는 기존 가맹점 수수료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외부 플랫폼에 추가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이중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제 현대카드의 실적을 봐도, 애플페이 결제액은 증가했지만 수익성 개선과의 연관성은 뚜렷하지 않다. 한국신용카드학회는 최근 세미나에서 “애플페이 도입은 카드사 매출 구조에 실질적인 긍정 효과를 주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점유율 방어 외에는 별다른 실익이 없다”고 진단했다.
이에 후발주자인 신한·KB카드에 대한 우려가 뒤따른다.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 등 혜택 경쟁은 카드사 수익성을 더 갉아먹는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삼성페이의 유료화 움직임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그간 무료로 제공되던 삼성페이가 애플페이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카드사에 수수료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업계는 ‘이중 수수료’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애플페이 수수료에 더해 삼성전자가 결제당 0.15%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한다면 이를 합산한 연간 부담액이 1000억원을 상회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삼성페이까지 유료화된다면 이는 단순한 이익 감소 차원이 아니라, 카드업계 전체의 수익구조를 흔드는 일이 될 것”이라며 “결국 마케팅 비용 축소나 고객 혜택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소비자 만족도 하락 → 서비스 이용률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상 인프라와 결합된 강력한 전략 없이 진행되는 애플페이 확장은, 결국 카드업계의 체질적 문제를 드러내는 출혈성 경쟁을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국내 카드사들의 애플페이 참여는 겉보기엔 경쟁 활성화지만 결국 출혈경쟁의 연장”이라며 “진정한 대중화를 위해서는 카드사·정부·교통사업자·플랫폼 기업이 협력해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구현해야 한다. 더불어 카드사 수익성과 소비자 만족도를 함께 끌어올릴 수 있는 수수료 구조 개선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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