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교체 선수의 득점 관여율이 50%에 달한다는 건 홍명보호의 성과이자 숙제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이라크 바스라의 바스라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조별리그 B조 9차전을 치러 이라크에 2-0으로 이겼다. 한국은 승점 19점으로 조 1위를 지키며 남은 쿠웨이트전 결과에 관계 없이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따내 11회 연속 월드컵 참가에 성공했다.
한국이 수적 우위를 잘 살려 승리를 거머쥐었다. 전반 초반에는 원정 경기라는 불리함 속 이라크의 강한 압박에 고전하며 제대로 된 공격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전반 26분 알리 알하마디가 조유민의 얼굴에 발을 들이미는 위험한 반칙으로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면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다만 전반에는 전반 36분 이재성이, 전반 추가시간 4분 이강인이 골대를 맞추며 득점까지 기록하지는 못했다.
후반에는 교체 선수들이 맹활약하며 2골을 넣어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된 김진규는 후반 18분 이강인이 중앙으로 내준 공을 정교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15분 들어온 오현규와 후반 29분 교체된 전진우는 후반 37분 추가골을 합작하며 한국에 승리를 안겼다.
홍 감독은 부임 이후 교체 선수 덕을 많이 봤다. 9월 A매치 오만전에서 후반 44분 교체된 주민규가 후반 추가시간 11분에 쐐기골을 넣은 게 시작이었다. 홍명보호 2기가 출항한 이래 치른 9경기에서 교체 선수가 득점에 관여한 경우는 6경기에 달한다. 전체 16골 중 8골에 교체 선수가 득점 혹은 도움을 기록했으니 교체 선수가 득점한 경우가 50%나 된다.
현상을 그대로만 놓고 보면 홍 감독의 용병술이 성공적이라는 방증이다. 홍 감독은 주로 스트라이커 교체로 재미를 봤다. 오만전 주민규, 요르단전과 이라크전 오현규가 교체로 들어가 골맛을 봤다. 오현규는 이번 경기에서도 후반 15분 오세훈을 대신해 투입돼 측면으로 빠져나가는 움직임과 과감한 슈팅으로 한국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후반 37분에는 전진우의 낮은 크로스를 이어받아 쐐기골까지 넣었다.
이번 경기 용병술은 분명 칭찬받아야 한다. 홍 감독은 후반 들어 김진규, 문선민, 전진우, 최준 등 최근 K리그에서 훌륭한 경기력을 보이는 선수들을 여럿 기용했다. 홍 감독은 6월 A매치 구성에 있어 실전 감각을 우선시했다고 설명했는데, 그러한 의중이 실제 경기에서도 반영돼 승점 3점과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점차 파괴력이 줄어드는 홍 감독의 ‘플랜 A’에 대한 불안감도 있다. 홍 감독은 부임 이후 혁신보다는 안정감에 무게를 뒀다. 언제나 고민거리인 최전방과 풀백 정도를 제외하면 부상 이탈자가 없는 한 기존 선발진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보여줬다. 손흥민, 이재성, 이강인, 황인범, 박용우, 김민재, 조유민, 설영우, 조현우가 주전이라는 건 대표팀 경기를 한두 경기만 봐도 알 수 있다.
익숙한 선발진은 안정감을 불러오지만 동시에 상대가 대응책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만들기도 한다. 최근 팔레스타인, 오만, 요르단에 연달아 1-1 무승부를 거둔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특히 3월 A매치에서는 홈 2연전을 치렀음에도 상대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승점 3점을 획득하는 데 실패했다. 김민재 부상 이탈과 황인범, 이강인이 번갈아 경기에 나서지 못한 걸로는 설명할 수 없다. 오히려 특정 선수 이탈이 영향을 미쳤다면 홍 감독의 전술적 역량을 되돌아봐야 한다.
이번 경기에서도 한국은 이라크가 전반 26분 알리 알하마디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빠지기 전까지 이라크를 쉽사리 공략하지 못했다. 만약 퇴장이 없었다면 쉽사리 승부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였다.
홍 감독이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경기를 마치고 나서 월드컵 본선을 확정지었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월드컵에 포커스를 맞추겠다. 여러 가지 기본들을 차곡차곡 월드컵 본선을 위해 준비하겠다”라고 밝힌 만큼, 앞으로는 경기력 측면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분명히 보여야 한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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