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향의 문화산책36] 유진목 『재능이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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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향의 문화산책36] 유진목 『재능이란 뭘까?』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06-06 03:14:39 신고

 '강백향의 책읽어주는 선생님'  

 "한때 내 전부였던 것들을 잊으려고 이 글을 쓰는 중이다. 잊고 난 후에 무엇이 찾아올지 알고 싶어서 쓰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시간을 온통 글을 쓰는 데 쓰다가 느닷없이 나타나는 무엇과 맞닥뜨리고 싶다. 이 글은 바로 그때 끝날 것이다. 나는 내심 그때를 기대한다. 더 이상 쓰지 않아도 되는 알맞은 때를 기다린다."

  유진목 시인의 산문집이다. 마치 아니 에르노를 연상 시키는 깊고 절절한 자기 고백글을 읽었다. 자신을 드러내 놓고, 월세를 내야 하는 한 달 한 달의 삶을 말이다. 하루종일 혼자 읽고 쓰는 일에 대하여 말이다. 얼마나 고독한 직업인가.

​ 그러나 그렇게 글을 쓰기 위해 사는 자신의 삶을 날 것으로 드러내면서 어쩐지 익숙하지 않은 날 것의 느낌이 드는 것은 왜 그럴까. 죽음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죽음에 당도하고자 이렇게 사는 지금의 역사를 피력하고는 있지만, 겁나지 않은 죽음을 밑에 깔아두고 있는 삶이다. 그렇게 된 데는 당연히 가족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것도 열 살 어린애를 두고 교회에 가있던 엄마와 지금의 죄책감 이야기는 너무 안쓰럽다.

​ 그것이 삶의 근본 적인 질문이고, 그 앞에서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고 실현하는 분투이기도 하다. 글을 쓰고 살기로 작정하는 일은 얼마나 용감한가. 이만큼 끌어온 것은 더더욱. 산문집의 말미에서 자신의 재능은 결국 '불행'이라고 규정한다. 어쩌면 현재진행형 인생을 그대로 드러내고 쓴 글이기에, 그의 인생 다음 페이지에서 어떤 글이 이어져 나올지도 궁금하다. 그의 문장들을 사랑했던 기억이 있는 나는 이번 글을 더욱 아껴가며 읽었다.

​ '정신은 남이 만든 것을 좋은 것을 보아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덕분에 내가 찾아 헤매는 '남이 만든 좋은 것들'에 대해 이유도 알게 되었다. 나도 내가 쓸 수 있기 위해서 계속 하는 일이다. 날씨가 내러티브가 되는 삶, 이것도 저것도 없는 삶에서 건져낸 위로조차 처연한 글이다.

​ 또 후반부로 가면서 점점 치닫는 불행과 글쓰기의 토로가 상승하는 점진은 마치 소설을 읽는 듯 했고, 묘사는 시를 읽은 것 같았다. 내용을 넘어서 짧고 명료한 문장으로 탁탁 박히는 리듬감과 시간과 글쓰기, 사랑을 비유하는 문단들은 여러번 읽을수록 더 좋았다. 깊은 사랑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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