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지은 기자] 수백, 수천만 팬을 거느린 스타도 결국 시댁 앞에선 ‘며느리’라는 위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실제로 방송에서 결혼생활을 공유해온 스타들 중 상당수가 ‘시댁 스트레스’를 토로하고 있다. 몇몇은 정면돌파를 택했고, 또 어떤 이는 애써 웃으며 넘겼다. 그러나 이 모든 모습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고부갈등’이라는 고질병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스타들도 피하지 못하는 시댁과의 불화는 대한민국의 가부장적 가족 문화가 여전히 잠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들도 사생활에선 전통적 위계질서에 갇힌다. 우리는 지금도 ‘며느리의 미덕’을 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여성의 목소리는 ‘예민’이 되고, 침묵은 ‘순응’이 된다.
배우 서효림이 시어머니인 故 김수미와의 갈등을 솔직하게 풀어놨다. 29일 KBS Joy 채널에 공개된 ‘연애의 참견’ 스핀오프 ‘연애의 참견 남 vs 여’ 영상에서는 ‘당근마켓을 한 게 죄인가요?’를 주제로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선물인 명품 가방을 중고로 거래한 사연이 소개됐다.
이날 서효림은 “내가 이 상황과는 다르지만 비슷한 일을 겪어봤다”며 “딸 조이 돌때 친정 부모님과 같이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 그러니까 시어머니가 ‘같이 여행 가자고 얘기 안 하고 너희 부모님하고만 가서 서운하다’고 나한테 직접 이야기를 하셨다”고 자신의 일화를 전했다.
서효림은 “어머니께서 술 한잔하시고 나한테 ‘같이 가자고 안 하고 친정 부모님하고만 가니? 난 좀 서운하다’고 메시지를 하셔서 내가 논리적으로 설명했다”며 “‘우리가 시부모님과 여행 갔을 때는 딸 조이를 봐달라고 할 수 없고, 그래서 사실 부모님 모시고 간 건 조이를 맡기고 싶은 마음이 있던 거다. 내가 조이도 챙기고, 부모님도 챙기면서 여행을 가는 것보다는 좀 더 편한 여행일 때는 시댁이랑 가는 게 낫고, 내가 모든 걸 다 해야 될 때는 친정이랑 가는 게 맞다. 이게 서운하시다면 너무 죄송하지만 난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정확하게 딱 집어서 솔직하게 이야기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난 그런 경우에는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이럴 때 비위 맞춘다고 내 진심이 아닌 걸 하면 나도 그다음부터는 좀 불편하다. 앞으로도 이런 비슷한 일로 다툼의 소지나 속상할 부분들이 많다. 처음에 본인 입장을 정리해놓지 않으면 서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충고했다.
재일교포 출신 축구선수 정대세는 아내와 모친의 고부갈등으로 이혼 위기까지 겪었다.
정대세의 아내는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에 출연해 “제가 봐온 11년 동안의 시어머니는 두 얼굴이었다”며 “아들 앞에서는 한없이 약하고 착한 엄마다. 화가 나면 욱하는 마음에 막말도 하지만 평소엔 여리시다고 한다. 이게 사실일 수도 있지만, 제 앞에서의 어머님과 가족 앞에서의 어머님은 너무 다르다. 그걸 11년 동안 겪다 보니까 저런 반성들이 진심일까 생각든다”라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정대세는 “이것저것 후회되는 일이 떠오른다. 내가 진짜 한심한 남자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때 더 중재를 잘했으면 두 명 다 힘들지 않았을 텐데. 내가 이렇게 노력하는 것도 일찍 했더라면 후회된다”며 “잘못은 무조건 나한테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배우 양희경은 시월드 스트레스 때문에 살이 쪘다고 고백했다. 과거 한 예능에 출연한 양희경은 “결혼 후 시집살이를 하면서 스트레스 때문에 한 달에 1kg씩 쪘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팠다”며 “결혼할 당시 50kg이었는데 1년 만에 60kg이 됐다. 만삭 때는 83kg까지 쪘다”고 밝혔다.
양희경은 시집살이로 마음고생이 너무 심했다며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시월드는 시월드도 아니다”고 덧붙여 시선을 모았다.
가수 故 송대관 역시 아내가 고부 갈등으로 힘든 시간을 겪었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 KBS 2TV ‘여유만만’에 출연한 송대관은 “아내가 세상 물정 모르고 귀하게 자란 편이다. 아내가 시집와서 터놓고 얘기는 안 했지만 어머니와 갈등이 좀 있었던 것 같다. 고부갈등에서 난 아무것도 모르고 어머니 편을 들었다. 우리 어머니는 속으로 뿌듯해하셨다”며 후회했다.
송대관은 “고부 사이에서는 쏙 빠져 있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느 한 쪽의 편만 들면 집안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그럴 때마다 집을 나가 있었는데 효과가 좀 있었던 것 같다”고 조언했다.
최근 세상을 떠난 전 축구선수 故 강지용과 그의 아내도 시댁과의 금전 문제로 극심한 부부 갈등을 겪었다고 밝혔다.
강지용은 JTBC ‘이혼숙려캠프’에 출연해 “여러 프로축구팀에서 활약하며 5억 원 가량의 돈을 벌었지만, 부모님께 드린 뒤 돌려받지 못했다”며 “자다가 죽는 게 소원이다. 죽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크니까 차에 준비가 돼 있다”고 고백했다. 이후 4월 22일 강지용이 향년 37세로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가 전해져 충격을 안겼다
아내 이다은은 최근 故 강지용과 시부모가 대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시지를 폭로하기도 했다.
해당 메시지에는 “너가 걔를 뜯어고쳐서 살 자신이 있으면 살지만 그러는 동안에 피를 말리면서 살아야 하니 얼마나 힘들겠냐. 어찌 됐건 법적 소송을 해서 XX이 데려오고 이혼할 때까지 수시로 변호사랑 통화하면서 너한테 불리하지 않도록 잘 해결했으면 한다”, “우리 아들이 건강하고 실속이 있어야 살아가는 거다. 무조건 실속 챙겨. 자존심 버리고 다은이를 삶아구어서라도 걔 돈을 쓰게 만들어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모든 증언은 결혼을 둘러싼 환상과 현실의 잔혹한 간극을 드러낸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시댁’은 여전히 어렵고 불편한 곳으로 통한다. 더는 이 주제를 ‘여성의 고충’으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이지은 기자 lje@tvreport.co.kr / 사진= TV리포트 DB, JTBC ‘이혼숙려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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