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불닭볶음면이 전 세계에서 열풍이다. 혀끝을 찌르는 매운맛에 중독된 사람들이 SNS에 도전 영상을 올리고, 외국 마트에서는 진열대가 비는 일도 흔하다. 오리지널 불닭볶음면의 스코빌 수치는 약 4404, 핵불닭볶음면은 이보다 3배 가까운 1만 2000이다. 웬만한 고추보다 센 편이지만, 여기까지다.
매운맛에 익숙하다고 해도 이 식물 앞에선 말이 달라진다. 스코빌 척도 기준으로 무려 160억에 달하는 물질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순수 캡사이신보다 1만 배, 불닭볶음면보다 약 3634만 배, 핵불닭볶음면보다도 무려 133만 배 더 맵다.
이 물질은 모로코의 산악지대에 자라는 다육식물 백각기린에서 나온다. 선인장처럼 생겼지만 실제로는 선인장이 아닌 유포르비아속 식물이다. 실내에서 쉽게 키울 수 있는 관상용 식물이지만, 그 안에는 상상을 뛰어넘는 자극 성분이 들어 있다.
극히 소량만 닿아도 구강 내 작열감을 일으킬 정도로 강력하다. 1티스푼 미만으로도 쇼크 상태에 이를 수 있으며, 피부에 닿는 것만으로도 강한 통증을 유발한다. 다량 접촉 시 생명에도 위험할 수 있다. 때문에 이 성분은 일반적으로 독극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처럼 강력한 신경 자극 특성 덕분에 통증 완화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특정 신경만을 선택적으로 자극하거나 비활성화할 수 있어, 국소 부위 통증 완화 치료제 후보로 주목받는 중이다. 관절 통증이나 과민성 방광 증상 완화 같은 치료에 쓰이는 방안도 연구되고 있다.
암 통증 연구에서도 효능 입증
3일 헬스조선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팀이 복부 또는 하지에 난치성 암 통증을 겪는 환자 19명을 대상으로 백각기린 유래 성분을 활용한 실험을 진행했다. 대상자들에게 해당 물질을 한 차례 투여한 뒤 통증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환자들이 느끼는 통증 수치는 평균 38% 감소했고, 진통제 사용량은 57% 줄었다. 단 한 번의 사용만으로 효과가 수개월 이상 지속됐고, 기존 진통제의 대표적 부작용인 졸림이나 피로감도 덜했다.
이 성분은 통증 신호만을 담당하는 특정 신경섬유에 작용해, 뇌로 통증이 전달되지 않도록 막는다. 다른 감각은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기존의 통증 차단 치료가 운동 기능이나 촉각까지 함께 마비시키는 것과는 대비되는 방식이다.
연구를 이끈 NIH 소속 마이클 이다롤라 박사는 이 성분이 수술 후 통증, 신경 손상, 삼차신경통 같은 다양한 통증에도 활용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관련 연구는 의학 저널 ‘NEJM Evidence’에 게재됐다.
백각기린 생김새와 키우는 법
백각기린은 줄기가 네모지고 네 방향으로 뻗은 선이 있는 형태다. 줄기마다 회녹색 가시가 쌍으로 나 있고, 전체 높이는 30~40cm 정도다. 긴 줄기 하나가 자라는 게 아니라 여러 줄기가 뭉쳐 자라며 넓게 퍼지는 군생 형태를 가진다.
줄기 끝에 피는 꽃은 노란색이고 크기가 작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주로 봄과 여름, 햇볕이 강한 시기에 개화한다. 화분에서는 10~15cm 크기로 많이 유통되며, 실내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베란다나 창가에서 기르기 적합하다.
햇빛이 하루 4시간 이상 드는 장소에 두면 색이 진해지고 줄기 모양도 탄탄해진다. 물은 흙이 완전히 말랐을 때 한 번씩 주는 게 좋다. 과습하면 뿌리가 무르거나 곰팡이가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겨울철에는 온도를 7~9도로 유지하고 물 주는 횟수를 줄인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소량만 주는 것이 좋다. 환기가 잘 안 되면 줄기 끝이 썩거나 병충해가 생길 수 있으므로 통풍 관리가 중요하다.
줄기를 잘라 말린 뒤 흙에 심는 꺾꽂이 방식으로도 번식이 가능하다. 다만 줄기를 자를 때 나오는 흰 유액은 피부에 닿으면 자극을 줄 수 있어 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비슷한 외형의 식물로는 트리고나나 엔오플라가 있다. 하지만 백각기린은 잎이 없고 줄기 폭이 넓으며 여러 개가 모여 자란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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