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꽃으로 물든 봄이 엊그제 같은데 통영·대전고속도로-중앙내륙고속도로변 산하에는 어김없이 맑고 산뜻하게 산록의 옷으로 갈아입은 초여름이 깔리기 시작했다
거제시청씨름단을 이끄는 최석이(44) 감독에게 올 시즌 남은 경기의 전망을 물어봤다. “지난달 5월, 열린‘대한체육회장기 전국장사씨름대회’와 대한 씨름협회장기 전국 장사씨름대회에서 중학교부 개인전과 단체전 2연패를 달성한 전국 최강팀인 대구 능인중학교 선수들과 대구 전지훈련을 통해 연습경기를 했는데 남자선수들에 비해 힘은 밀리지만 여자선수특유의 부드러움과 악바리 근성으로 남자선수들을 제압해 전체적으로 우리 선수들이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고 팀 분위기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특히 “올해는 새로운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지만 우리 선수들이 ‘영리한 씨름’을 해나가도록 과학적, 학문적 지식을 총동원해 도울 계획입니다. 올 시즌 화끈한 경기, 새로운 스타일의 씨름으로 거제시민들의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며 활짝 웃는다.
오후 6시. 최석이감독과 저녁식사를 하기위해 최감독 부인인 임혜미(제2대 여자천하장사)씨와 문경시 영강 공원 도로변에 있는 자연산 매운탕 집에 들러 쏘가리 매운탕을 먹으면서 식당 주인에게 “문경은 한자로 어떻게 씁니까?”하고 물었다.
60대의 통통한 얼굴을 한 주인은 자신 있게 답변했다. “사람이나 물건이 드나들 수 있는 문(門)에 서울(京)이지요” “왜 그렇게 쓰게 되었습니까?” “옛날에 서울로 갈 때 여기가 관문이었습니다. 북쪽 문경새재를 넘어야 서울로 갈 수 있었거든요”
내친김에 염치불구하고 문경 대표 관광지를 물었더니 문경 점촌 점빵길 토요장과 야시장이 열리는 문경전통시장인 중앙시장을 추천해 주었다. 마침 거제시청씨름단이 출전하는 ‘2025 문경 단오장사씨름대회 여자부 예선전과 장사결정전이 5월 31일과 6월 1일에 있는지라 좀 일찍 출발해서 들르기로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으나 일정상 가지 못했던 곳. 씨름경기장과 멀지 않으니 가는 길에 잠시 들려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경 점촌점빵길에서 만난 서울 만두집은 50여 년의 세월의 맛집으로 군만두, 짠만두, 가락국수 등 특별한 것 없는 분식 메뉴였는데 추억을 소환하는 정겨운 맛이었다.
30일 아침, 개운하게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최 감독과 문경 대표 능금 촌인 해밀 농원으로 가는 길에 유명한 진남 약수터에 들러 옥같이 맑은 샘물을 마시고 나니 개운하고 머리가 맑아졌다. 문경 점촌에서 나고 자란 영농조합법인 김인한 대표 농부를 만나 ’역전의 부자 농부 성공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다.
김 대표는 우리 일행을 숙취 해소에 좋다며 올갱이(충북·경북지역 방언) 전문음식점으로 안내했다. 경남의 올갱이 해장국에는 계절에 어울리는 파나 부추 시금치 등을 넣고 끓이는데 이 집에서는 표고, 팽이, 느타리, 새송이버섯을 넣고 끓인 맑은탕 올갱이 해장국을 개발해서 인지 우리 일행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오늘 오후에는 문경 실내체육관에서 우리 선수들이 체중 계체가 있는날. 이날 오후 5시, 문경 점촌 출신인 한덕준, 후배와 부산 지인이신 김도유 회장이 바쁜 와중에도 부산에서 경기장을 찾아와 “소중한 문경 향토 한우 맛집에서 즐거운 먹거리 추억을 만들어 보자.”며 계체를 마친 우리 선수단을 ‘황금 돈소’식당으로 안내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아무리 자연을 품고 역사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세계적인 관광도시 문경이라 할지라도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일까. 문경만의 차별화된 한우 맛은 여행객들의 이런 고민을 해결하면서 행복한 먹거리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초여름의 신록이 펼쳐진 산 아래 들숨 날숨으로 깊은 곳까지 신선한 공기를 마신 지도 한참, 30여 분쯤 달렸을까? 이내 고된 훈련으로 허기진 선수들을 반기는 ‘황금돈소’식당이 바로 눈앞에 보인다.
‘횡금돈소’의 상차림은 식객들의 마음을 설레기에 충분했다. 넓은 식탁에 하나둘씩 등장하는 접시들, 온갖 종류의 반찬들로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가지런히 놓인 밑반찬들. 메인요리는 문경 약 돌판 위에서 노릇하게 구워지는 한우 꽃등심이다. 옥돌에서 은은한 향을 뿜어내는 고기 한 점을 젓갈 소스에 찍어 베어 물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싱싱한 육질이 침샘을 자극한다.
굽고 먹고 한동안 정신없이 젓가락질을 하고 나서 찰진 고기와 묘하게 어울리는 깔끔하고도 담백한 맛을 끝으로 비빔냉면 한 그릇으로 입가심을 하면 행복감이 절로 밀려오면서 문경여행의 포만감을 느낀다.
31일. 저녁 7시. 여자부 예선경기를 마치고 최 감독의 고향 친구인 손경석씨와 늦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점촌 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위치한 경미 식당으로 향했다. 기본 찬은 깍두기, 김치가 나오고 새우젓, 땡초, 다대기로 간을 하고, 국밥은 고기, 순대가 섞여 있고 머리 고기도 엄청 부드럽고 꼬들해서 머리고기는 술안주로 일품이다. 손 씨에게 식후감을 묻자 “정말 완벽한 식당입니다. 국밥은 감칠맛이 어우러진 시원함이 입에 넣자마자 느껴집니다. 국뱝고기의 참맛은 전날 마신 모든 알코올들이 한 번에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 들어요. 당연히 머리 고기 수육도 야들야들함의 끝판왕입니다. 불쾌한 냄새는 없고 부드러운 식감과 풍부한 육즙이 어우러진 풍미만 가득합니다.”
드디어 6월 1일 대회 마지막 날인 오늘은 개인전 준결승-결승경기가 있는 날! 거제시청 무궁화급 김다혜선수가 8강전에서 부산광역시 씨름협회 이다현선수를 2-1로 제압하고 이어 4강전에서도 영동군청 진다소 마저 2-0으로 제압하면서 결승전에 진출했지만 괴산군청 김다영에게 2-1로 아깝게 패해 생애 첫 단오장사 무궁화 장사타이틀 획득에 실패했다.
이번 문경 나들이는 앞서 들른 문경 능금 촌을 배경으로 한 소백산맥풍경이 일품이었고 문경 대표향토 음식인 약돌 판 한우구이, 순대국밥과 머리고기 수육, 올갱이해장국 등 향토 음식의 맛과 향기를 맘껏 느껴 봤으며, 특히 필자의 부산 지인들을 비롯해 최 감독 고향 친구, 선배들이 선수단에게 베푼 따뜻한 응원과 우정은 잊지 못할 즐거운 추억여행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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