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한 가운데, 선거에 참여한 각 정당은 득표결과를 놓고 저마다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은 내부 권력투쟁이 점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10% 이상 득표에 실패한 개혁신당은 당의 진로가 험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선의 전국 투표율은 79.4%로 유권자 중 3523만6497명이 투표를 했다. 개표율 100% 상황에서 선거결과를 보면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득표율 49.42%(1728만7513표)로 대통령에 선출됐다. 이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득표율 41.15%(1439만5639표)로 2위에 그쳤으며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득표율 8.34%(291만7523표),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득표율 0.98%(3만5791표)를 기록했다.
이번 대선의 양상은 ‘내란심판 대 이재명 견제론’의 구도로 치러졌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결국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승리하며 민심은 ‘내란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민주당 진짜 대한민국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4일 조승래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무너진 대한민국을 회복하겠다”라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이 밝힌 빛의 혁명이 끝내 내란의 어둠을 몰아냈다”고 선거결과를 평가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번 대선의 기본 선거 구도는 내란심판 대 민주당 견제론이었다. 그런대 민심을 보면 민주당 견제보다는 내란심판이 더 우세했다”라며 “민주당은 선거 초반부터 중도 확장을 선점했고 이재명 후보의 능력과 국정 운영 역량을 강조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득표율 50%를 넘지 못한 것은 유권자 균형 심리가 선거기간 마지막에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일방적인 국정 운영을 하지 말고 야당과의 협치를 하라는 민심이 반영됐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최대한 득표할 수 있는 표를 모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는 지난 2022년 대선보다 약진했다. 본인도 열심히 했지만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에게 표를 줄 수 없다는 민심이 반영됐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다만 민주당은 내심 기대했던 부울경 지역에서 부산 40.14%, 울산 42.54%, 경남 39.40%를 득표해 국민의힘이 거둔 득표율(부산 51.39%, 울산 47.57%, 경남 51.99%)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지방선거가 1년 남은 시점에서 부울경 지역은 여전히 민주당에게 험지라는 점이 또 입증된 셈이다.
국민의힘은 4일 “대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신동욱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단장은 이날 논평에서 “민생 앞에 더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라며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갈등으로 분열된 대한민국을 하나로 단합해 국민 대통합을 이뤄내달라”고 주문했다.
엄경영 소장은 “국민의힘은 내란심판 프레임을 완화시킬 수 있는 선거 전략을 짰어야 했는데 내란과 선을 긋는데 실패하면서 결국 패배로 이어졌다”라며 “반명 빅텐트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하면서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고 패인을 짚었다. 그는 “국민의힘은 친윤 세력의 전면적인 퇴장과 쇄신이 없으면 앞으로의 선거도 험난할 것”이라고 점쳤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문수 후보가 거둔 득표율이 예상보다 높았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공포 마케팅이 마지막에 영향을 미치며 표결집이 이뤄졌다”라며 “다만 김문수 후보 개인은 친윤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있기에 앞으로의 전망은 어둡다”고 내다봤다. 이어 “국민의힘은 본격적인 내부 권력투쟁에 돌입할 것이다. 보수 재편을 하지 못한다면 TK 지역당으로 몰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같은날 본인의 SNS에 “국민이 불법계엄과 불법계엄 세력을 옹호한 구태정치에 단호한 퇴장명령을 내렸다”라고 이번 선거결과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기득권 정치인만을 위한 구태정치를 완전히 허물고 국민이 먼저인 정치를 바로 세울 마지막 기회”라며 당 주류인 친윤에 날을 세우고 있다.
개혁신당은 2030세대의 지지에 고무된 반응이지만 이준석 후보가 득표율 두자릿수 달성에 실패하며 암운이 드리워진 모습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3일 대선 투표가 끝난 직후 “이번 선거를 거치면서 이준석 후보가 개인기로 당세를 2배 이상 확장했다”고 자평했지만 당의 진로를 두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엄경영 소장은 “이준석 후보의 득표율과 김문수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이재명 대통령이 얻은 표와 비슷하다. 대선패배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됐다”고 봤다. 이어 “보수층의 거부 정서가 상당히 강해졌고 2030세대 남성 외에는 지지기반이 확인되지 않아 앞으로 험난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이준석 후보는 대선후보 3차 토론 이후 급전직하했다. 대선 이후 국민의힘으로 돌아가 접수하는 길도 있었는데 그 동력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준석 후보의 향후 정치행보에 대해 “토론은 태도인데 태도가 안 좋았다. 앞으로 정치적 진로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관적으로 바라봤다.
후보자의 득표율이 15% 이상이면 정당 또는 후보자가 지출한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다. 10~15% 득표율을 기록하면 선거비용의 절반을 보전받는다. 그러나 이준석 후보는 득표율이 10% 이하를 기록하며 비용 보전을 받지 못하게 됐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4일 “원외정당, 낮은 인지도, 최소비용만 투입한 선거, 내란세력 청산이 압도한 구도라는 쉽지 않은 조건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 우리의 선거운동은 1% 이상의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다”고 자평했다. 또, “현장 속으로, 민중 속으로, 더 낮은 아래로 가겠다”라고 말했다.
엄경영 소장은 “이번 선거로 진보정당의 대표주자로 이름을 알린 성과는 있는 것 같다”라며 “이번 대선으로 향후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득표율 1%도 넘지 못한 것은 뼈아픈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권영국 후보에 대해 “‘거리의 변호사’로 많은 역할을 한 인물이지만 결국 대선은 권력을 담지할 수 있는 수권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그는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올바름은 알겠는데 국민이 보기에 수권능력이 안 된다”라며 “결국 민심은 ‘유의미한 비판자’로서의 역할만 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에 따르면 지난 3일 밤 8시 이후 권영국 후보에게 약 3만5000건(약 13억원 규모)의 후원금이 모집됐다. 민주노동당은 “이례적인 수준의 후원금 모집과 인증 렐리이가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이 보낸 성원에 감사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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