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산업이 크지 못하면 기업도 성장하지 못한다. 크래프톤 정도 되는 기업은 산업을 고민해줘야 한다"
[AP신문 = 박수연 기자] 크래프톤(259960)이 'IP 무한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이를 두고 한국 게임산업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단순한 기업 성장에 그치지 않고,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 설계를 강조해온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의 경영 철학이 기업을 넘어 산업 전반에 긍정적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2029년까지 7조원의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가운데, 펍지 IP와 신작 간 비중을 6대 4로 구체화하고 있다.
이는 다수의 IP 창출에 대한 자신감으로,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지난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예전에는 1년에 신작 하나 나오던 회사에서 당장 올해만 해도 5~6개의 작품들이 스팀에서 주목받고, 출시작이 늘어나는 정도로 변화·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크래프톤 창업주인 장병규 이사회 의장의 자신감은 더하다. 장 의장은 "우리의 자신감은 5년 내 매출 7조원이란 수치보다도 훨씬 높다"며, "최대한 많은 게임을 타석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 장병규 "자체 IP는 선구안 결실 맺을 때…R&D 투자 매출 17.2%"
그러면서, 자체 IP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장 의장은 “자체 IP가 없으면 제대로 된 이익률을 못 낸다. 펍지 같은 메가 IP가 하나 더 있거나 그에 못지 않은 경쟁력이 있는 IP가 2~3개 정도는 추가돼야 한다"며, 올해는 수년간 길러낸 선구안을 바탕으로 결실을 맺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리고 이는 '연구개발(R&D)' 투자에서도 드러난다. 크래프톤은 올 1분기 연구개발에만 전체 매출의 17.2%에 달하는 1503억원을 집행했다.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수치로, 대다수 국내 주요 게임사 연구개발비를 줄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따른 대표적 결실로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가 꼽힌다. 인조이는 얼리액세스(미리해보기)로 공개된 지 일주일 만에 글로벌 누적 판매량 100만장을 돌파하며, 한국 역대 게임 중 최단 기록을 달성했다.
개발팀과 사업팀 간 분담도 출루율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업계에 따르면, '배틀그라운드' 개발을 주도했던 개발 그룹은 자체 제작에 집중하고 있고, 라이엇 게임즈 출신 인사들을 주축으로 한 사업팀은 '리그 오브 레전드' 글로벌 서비스 경험을 토대로 퍼블리싱 전략 수립과 외부 신규 IP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 IP 다각화에 M&A도 속도…4.4조원 '투자 실탄' 장전
크래프톤은 막강한 ‘투자 실탄’을 바탕으로 대규모 M&A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크래프톤의 1분기 기준 실질적인 현금성자산은 4조3517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6.7% 증가한 것은 물론, 국내 게임업계에서 유례가 없는 규모다.
장병규 의장은 "전 세계적으로 자산 가격이 내려간 편인데, 우리처럼 현금이 많은 기업에게는 오히려 기회라고 본다"며, "조 단위 M&A까지 검토 중으로, 일부는 이미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넵튠 인수도 이 같은 방침의 연장선상이다. 크래프톤은 1650억원에 카카오게임즈가 보유한 넵튠 지분 39.37% 전량을 인수하기로 결정, 기존 보유 지분 3.16%를 포함해 총 42.53%의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넵튠의 최대주주 지위를 갖게 됐다.
또 앞서 2024년에는 숏폼 콘텐츠 플랫폼 ‘스푼랩스’에 120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단행하며, 게임 외 사업 영역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 1세대 벤처 창업가…크리에이티브, 산업을 키우는 힘
1세대 벤처창업가 장병규 의장은 2000년대 네 차례 창업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기업가다. 그럼에도 크리에이티브를 고집스럽게 지향한다.
이는 그가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드러난다. 장 의장은 크리에이터나 제작자, 사업하는 사람들이 좀더 활발하게 뛰어노는 여건 조성에 각별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 이 같은 산업에 대한 뚜렷한 소신으로 2017년 문재인 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 물망에 오른 것은 물론, 총리급으로 신설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을 2차례 연임하기도 했다.
SW 인재 키우기에도 진심이다. 크래프톤은 개발자를 꿈꾸는 이들을 육성하는 프로그램 '정글'을 운영 중으로, 이는 장 의장이 2020년부터 참여하고 있는 카이스트의 비학위 과정 'SW 사관학교 정글'이 모태다.
정글은 5개월간의 합숙 과정을 통해 전공이나 이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2022년 10월 첫 기수를 시작으로 2024년 말 기준 293명이 수료했고 크래프톤은 연간 1000명 규모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크래프톤의 괄목할 만한 성장세에 대해 단순한 경쟁적 시각을 넘어, 산업 전체에 미칠 긍정적 파급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빈자리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의 부침 속에서 또 한 명의 1세대 벤처창업가 장병규 의장의 분투는 한국 게임산업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며, "특히, 체계적인 IP 확장 모델이 생태계 전반의 긍정적인 선순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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