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이 즐비한 좁은 대로변에 릭샤와 오토바이, 자동차가 한데 뒤엉켜 시끄러운 자카르타 시내를 벗어나 자카르타 남부 외곽으로 빠지니 하늘을 찌를 듯한 스카이라인의 빌딩숲이 펼쳐졌다.
자카르타에서는 30분 거리 안에 리어카를 끌며 맨발로 도로를 건너는 사람들과 대형 쇼핑몰에서 쾌적하게 쇼핑을 하며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속도감 있게 빠르게 발전하는 인도네시아 경제 상황을 드러낸다.
1일 기자가 자카르타 남부 메가 쿠닝안 지역에 위치한 롯데몰에 직접 방문하자,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곱게 화장을 하고 명품백을 든 중산층 인도네시아 젊은 부부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매운 맛을 좋아해요. 한국 음식 중에 해물순두부 찌개를 아주 좋아합니다. 가장 현지화한 메뉴인 갈비탕육개장은 꼭 인도네시아 스프 같아요."
자카르타 롯데몰 5층에 위치한 삼원가든에 5~6세 아들 두 명과 함께 방문한 무함마드 리즈키 씨 부부(35·30세)는 모처럼의 주말 외식에 한식의 맛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정통 한식집인 삼원가든에서 인도네시아인에게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해물순두부찌개와 갈비탕이다. 인도네시아인들은 스타벅스 파니니 빵도 칠리소스에 찍어먹을 정도로 매콤한 맛에 열광한다. 한국 특유의 '맵부심'이 인도네시아에 통하는 지점이다.
기자가 자카르타 롯데몰 삼원가든에 직접 방문해 맛본 메뉴는 갈비탕육개장과 된장찌개다. 특히 갈비탕육개장은 가장 현지화된 메뉴로 손꼽힌다. 갈비 육수를 바탕으로 얼큰한 맛을 자랑하는 육개장 국물에 고명을 곁들이다보면 밥 한 공기가 뚝딱이다. 한국인들이 먹으면 다소 심심한 매운 맛일 수 있다. 한국인의 맵부심을 자극하는 강렬한 캡사이신은 줄이고 풍부한 고기 육수의 기름진 맛을 살렸다. 인도네시아 전통 스프인 '미 아얌'을 연상케하는 맛이다. 미 아얌은 '닭고기 국수'라는 뜻으로 닭고기 육수에 얇은 밀면을 넣고, 닭고기 살과 각종 야채, 고기완자 등을 곁들여 먹는 인도네시아 인기 길거리 음식이다. 꽃게를 넣은 된장찌개는 한국보다 달콤한 맛이 강했다. 그밖에 무 생채, 어묵조림, 멸치 볶음, 부침개, 나물 무침 등 다양한 반찬 거리들도 한국 지점과 마찬가지로 제공됐다.
지난 2013년 6월 개점한 자카르타 롯데몰은 한국식 백화점 디스플레이를 그대로 가져와 개점했다.
한국 지점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1층에 대형 라운지를 조성해 공연이나 강연을 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고, 4층에도 '아이스 팰래스 콘서트홀'을 별도 마련해 쇼핑 공간 겸 문화생활 공간으로 꾸며놓은 것이다. 4층에는 회전목마 놀이기구와 함께 오락실도 들어와 있다. 쇼핑 기능과 문화생활 기능, 놀이기구 기능을 한데 합쳐놓은 구성은 해외 대형 쇼핑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자카르타 롯데몰에는 한국 롯데몰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 제품들은 물론, 삼성·화웨이 등 IT 제품, K-뷰티 제품들도 골고루 찾아볼 수 있다.
쇼핑몰 레스토랑에서 외식하는 인도네시아인들의 문화에 따라 거의 1층을 제외한 전 층에 일본식 샤브샤브와 돈가츠, 홍콩식 딤섬, 베트남 쌀국수 등 여러 국적의 아시아 음식점들이 즐비했다. 가족과 친구의 손을 잡고 나온 인도네시아인들은 담소를 나누며 여유로운 한끼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인도네시아의 대표적 소비·여가 문화인 '몰링'(Malling)에서 비롯된 모습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더운 날씨를 피해 쾌적한 쇼핑몰에 오래 머무르며, 쇼핑몰을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외식하고 여가를 즐기는 복합문화생활공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중 삼원가든은 가장 높은 5층에 단독 입점해 한식의 고풍스러움과 멋스러움을 현지인들에게 선사한다. K-푸드의 위상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삼원가든 옆에는 현지 대표 민간 의료기관인 '실로암 클리닉'이 입점해 있다. 내과·소아과·진단검사 등 다양한 기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롯데몰에 입점해 도심 접근성을 높였다.
청소년기 아들을 데리고 롯데몰을 방문한 자카르타 교민인 이모씨(48)는 "병원 진료를 위해 몰을 찾았다"며 "집과 가까워 자주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자카르타 곳곳에 K-푸드의 향기가 스며있었다.
자카르타 구시가지인 꼬따 뚜아의 중심지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은행박물관과 미술 및 도자기 박물관 사이에 놓인 파타힐라 광장 옆에는 인도네시아 유명 카페 브랜드인 바타비아 카페가 들어서 있다. 파타힐라 광장 앞 골목에 위치한 자카르타에서 가장 오래된 네덜란드 식민 총독 관저 건물에 원조 바타비아 카페가 입점해 있고, 광장 바로 앞에는 '뉴 바타비아 카페'로 2호점도 들어서 있다.
'뉴 바타비아 카페'에 기자가 직접 방문해 메뉴판을 펼치자, '코리안 윙' 메뉴가 한눈에 들어왔다. 한국식 양념치킨을 카페에서도 가볍게 먹을 수 있는 핑거푸드 형식으로 만든 것이다. 인도네시아 카페들은 대부분 요리와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이닝 카페 방식으로 운영된다. 인도네시아의 젊은 소비자들은 쇼핑몰은 물론, 카페에 대해서도 커피 한 잔만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친구·가족·연인과 함께 식사하며 대화를 즐기고 오래 머무는 공간으로 인식한다.
기자가 '코리안 윙'을 먹어보니 짙은 토마토 페이스트의 풍미와 함께 꿀이 섞인 양념맛이 크게 맵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게 느껴졌다. 카페 직원 A씨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이 메뉴를 자주 찾는다"며 "양념 소스에 꿀이 섞여있어 달콤한 맛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 한류 문화와 함께 하나둘 자카르타에 등장하기 시작한 한식당은 2000년대 들어 한인 교민 사회의 성장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2010년대 초부터는 한인 교민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한식당을 자주 찾을 정도로 한식이 대중화 단계에 진입했다.
현재는 인도네시아 현지인을 공략한 저가형 한식 푸드코트와 프랜차이즈, 다양한 한식 메뉴가 현지화돼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제는 일식·베트남식·중국식 등과 함께 인도네시아인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대중적인 외식 문화로 자리잡았다.
한편 K-푸드뿐만 아니라 시내 곳곳의 편의점과 마트에서도 손쉽게 한국 과자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꼬따 뚜아 대로변과 골목에 위치한 마트 세 곳을 둘러본 결과, 롯데 빼빼로와 초코파이, 오리온의 카스테라 등의 K-과자를 마주쳤다. 특히 빼빼로 포장지에는 한국 인기 걸그룹 '뉴진스'의 모습이 프린트돼 있어 한류 팬들의 팬심을 공략하고 있었다.
또한 '불닭볶음면'의 전세계적인 인기를 자카르타에서도 확인했다. 마트 세 곳 모두에서 가장 잘 보이는 매대에 다양한 맛의 불닭볶음면이 놓여져 있었다. 가격은 20000루피아 중반대였다. 한국돈으로 2500~2600원 정도 수준이다.
이미 인도네시아인들의 일상에 한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부분으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그럼에도 현지 한식 문화를 더 고도화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향후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한식의 대중화가 확실히 자리잡으려면 소규모 한식 업체들에 대한 할릴 인증 지원 등 체계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며 "또한 한식이 패스트푸드나 길거리 음식 이미지로만 소비되지 않도록 건강하고 세련된 한식의 이미지를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카르타=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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