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동해안 최북단 주민·화천 육지 속 섬마을 주민들도 투표
오후 4시 도내 투표율 71.5%…"공약 지키고, 국민 위한 대통령 되길"
(춘천=연합뉴스) 이상학 양지웅 박영서 류호준 기자 =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3일 강원도 내 투표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유권자들의 발길이 잇따랐다.
돌쟁이 자녀를 안고 투표장을 찾은 유권자부터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한 청소년, 할아버지·아들·손자까지 3대가 나란히 투표소를 찾아 소중한 권리를 행사했다.
춘천시 석사동 제6투표소가 마련된 봄내초등학교에서는 오전 6시 이전부터 유권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자 모여든 유권자들은 한시간가량 지나자 100여명을 훌쩍 뛰어넘어 투표장인 체육관부터 교문 근처까지 긴 줄을 이루며 투표소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대다수가 중년 이상 유권자들이었지만, 젊은 유권자들도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지팡이를 짚거나 보행 보조 기구를 밀며 한 걸음씩 앞으로 향한 고령 유권자들은 느리지만 신중히 한 표를 행사했다.
투표를 기다리던 시민 중 몇몇은 특정 후보가 선거 기간 보여준 언행에 관해 아쉬움을 드러내다 다소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돌쟁이 딸과 함께 투표를 마친 젊은 부부는 투표소 현수막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으며 가족의 첫 투표장 나들이를 기념했다.
이들 부부는 "탄핵 이후 치러진 이번 대선은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생각한다"며 "딸이 나중에 이 사진을 보면서 민주주의를 깊이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해안 최북단 강원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대진초 명파분교에서도 투표 행렬은 이어졌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사전 투표를 하지 않은 명파리 등 명파분교 인근 동해안 최북단 주민 195명 중 106명이 투표에 참여하며 아침부터 뜨거운 투표 열기를 보였다.
지역 특성상 고령 인구가 많아 지팡이나 보행기를 짚고 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이 주를 이뤘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이모(71) 할머니는 "그저 공약을 지키고, 국민을 위해 힘써줄 수 있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며 "어느 분이 되시든 열심히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육지 속 섬마을'인 화천군 화천읍 주민들은 배를 타고 투표소까지 나와 소중한 주권을 행사했다.
13가구가 모여 사는 화천 파로호 동촌1리 4반 주민 중 3명은 이날 오전 9시 10분께 구만리 선착장에 도착해 10km 거리의 풍산초교까지 이동해 투표했다.
이 마을 주민들은 1940년대 화천댐 건설로 육로가 없어져 육지 속의 섬이 된 뒤부터 투표가 있는 날이면 배를 타고 나와 투표하고 있다.
주민 정모(84·여)씨는 "대통령선거 날이면 늘 이 길을 따라 나와 투표해 왔다"며 "힘든 길이지만 내가 뽑은 사람이 정말 나라를 잘 이끌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선군 고한읍 제2투표소에서는 김길수(86) 전 고한사북지역살리기 공동추진위원장과 그의 아들 김재곤(56) 정선군도시재생지원센터 팀장, 손자 김진명(24) 고한읍행정복지센터 사회복무요원 등 3대가 나란히 투표소를 찾는 '특별한 장면'이 연출됐다.
김길수 씨는 "나라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은 결국 투표에 있다"고 말했고, 손자 김진명 씨는 "할아버지, 아버지와 함께 투표하는 것은 제 인생에서 가장 뜻깊은 경험이다. 앞으로도 주권자로서 권리와 책임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올해로 만 18세가 되어 투표에 참여한 정선정보공업고등학교 3학년 김록기(18) 학생은 생에 첫 투표권을 행사하며 민주주의의 소중한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김록기 학생은 "처음에는 긴장했지만, 막상 한 표를 행사하고 나니 뿌듯했다"며 "나의 선택이 우리 사회를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생각에 책임감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도내 전체 유권자는 132만7천19명으로 이날 오후 4시까지 사전투표자 48만5천739명(36.60%)을 포함해 94만8천384명(71.5%)이 투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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