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배로 뛴 트럼프發 철강 관세…국내 철강업계 ‘수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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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배로 뛴 트럼프發 철강 관세…국내 철강업계 ‘수출 비상’

투데이신문 2025-06-03 08:37:0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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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철강 제품들이 쌓여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2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철강 제품들이 쌓여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부과 중인 25% 관세를 50%로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관세전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중국발 공급 과잉과 국내 건설 경기 부진 등으로 위축된 한국 철강업계는 대미 수출 길마저 좁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US스틸 공장을 찾아 “25%는 피할 구석이 있었지만 50%는 다르다”며 강도 높은 수입 규제 방침을 공개했다. 이어 자신의 SNS를 통해 알루미늄 제품에도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최근 연방국제통상법원(CIT)이 상호관세 및 펜타닐 관세의 근거로 쓰인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제동을 건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항소법원이 관세 효력 유지를 결정하긴 했지만, IEEPA의 법적 근거가 취약하다는 점이 재확인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다 강경하고 명확한 조치로 방향을 틀었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한국 철강업계가 이같은 조치에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이다. 한국은 미국의 4위 철강 수입국으로, 연간 약 263만t을 수출하고 있다. 특히 유정용 강관과 송유관 수출 비중은 각각 97.9%, 78.2%에 달할 정도로 특정 품목에 편중돼 있다. 이미 기존 25% 관세 체제에서도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관세가 50%로 올라가면 주요 수출품목 대부분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5% 관세가 재개된 지난 3월부터 수출 감소세가 뚜렷해졌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3월 대미 수출량은 23만9000t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 줄었고, 4~5월 감소폭은 더욱 확대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관세 인상이 본격화되면 연간 기준 20% 이상의 수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강관 수출 둔화는 중소형 강관업체뿐 아니라 이들에게 소재를 공급하는 대형 철강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포스코의 미국향 직접 수출 비중은 2~3% 수준에 불과하지만, 국내 강관업체에 열연강판·후판을 공급하고 있어 이들의 수출이 줄면 결국 내수 판매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강관업체들의 수출 물량이 줄어들면 소재 공급사에도 연쇄적인 부담이 전이된다”며 “이미 일부 거래선은 단가 인하를 요구하거나 발주를 미루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철강주도 즉각 반응했다. 세아제강(미국 매출 비중 약 30%)을 비롯해 동국제강, 대동스틸, 현대제철, 포스코홀딩스 등 주요 철강기업 주가는 발표 직후 2~9%대 하락세를 보였다. 증권업계는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중소형 철강업체의 타격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진범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올해 초부터 25% 관세가 본격 적용된 이후 미국 내 철강 가동률은 73.7%에서 77.6%로 상승했다”며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관세 확대에 따른 실적 하방 압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철강 내수 생산 확대 기조가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철강 순수입국으로, 국내 수요의 약 20% 이상을 매년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현지 생산을 늘려 수입 의존도를 줄이는 전략이 지속된다면, 한국을 포함한 수출국들은 설 자리를 점차 잃게 된다. 이는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수출 전략을 짜온 국내 기업들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일본제철의 미국 US스틸 인수 추진도 한국 철강업계에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일본제철은 17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 생산기반을 강화하려 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철강사와의 고부가 시장 경쟁 심화를 의미한다. 기존보다 가격과 납기, 품질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처럼 이중·삼중 악재가 겹치는 상황에서도 뚜렷한 대응책은 없는 상태다. 일부 업체는 동남아, 중동 등으로 수출선을 다변화하려 하고 있지만, 미국 시장에서 누리던 고마진 구조를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25% 관세를 전제로 전략을 짰지만 50%가 되면 채산성이 무너진다”며 “물량 조정이나 가격 인상 외에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미국 철강업 보호에 효과를 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제조업 전반과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교수는 “미국이 매년 2000만t 이상 철강을 수입하는 것은 자국 생산만으로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관세 인상으로 미국 철강사들이 단기적으로 반사이익을 볼 수는 있겠지만, 자동차용 강판이나 고강도 특수강 등은 미국 내 생산기반이 취약해 대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고도화된 제품의 부족은 자동차·건설 등 제조업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소비자와 산업계 모두에게 장기적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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