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이 가파르게 오르자 일본 정부가 비축미 방출 카드를 꺼냈다. 대상은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수확한 묵은쌀 약 30만 톤. 시세 절반 가격으로 판매가 시작됐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묵은쌀을 살 수 있게 되자 소비자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비축미는 대형 유통사와 수의계약 방식으로 유통된다. 지난달 30일부터 라쿠텐은 5kg 한 포대를 1980엔, 우리 돈 약 1만9000원에 판매했다. 같은 날 밤부터 야후재팬 쇼핑몰도 1850엔(약 1만7700원)에 예약 접수를 받았다. 배송은 6월 7일부터 시작된다. 두 쇼핑몰 모두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다.
현재 일본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5kg 쌀 평균 가격은 4285엔. 1년 새 거의 두 배 올랐다.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은 취임 직후 “쌀을 슈퍼에서 2000엔 선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급된 비축미 가격은 이 목표치에 근접해 있다.
농림수산성은 이번 방출에서 2022년산 20만 톤, 2021년산 2만 톤을 1차로 대형 유통업체 61곳에 공급했다. 이어 2021년산 8만 톤을 대상으로 중소 유통업체 대상 2차 방출도 진행 중이다. 공급 속도는 이전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고이즈미 농림상은 수의계약 도입 이후 70여 개 사업자가 총 20만 톤 이상 구매 의사를 밝혔다는 사실을 언론에 알렸다. 반값이라는 파격적인 가격 덕분에 주문이 몰리며 일부 제품은 접수가 중단되기도 했다.
묵은쌀 품질 논란… 일본 국회 발언으로 번진 여론
이번에 판매되는 비축미는 대부분 2~3년 전 수확된 쌀이다. 정부가 보관 기간이 5년을 넘기면 사료용으로 전환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생겼다. 품질 논란은 정치권에서도 이어졌다.
지난달 28일, 일본 국회 농림수산위원회에서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1년만 더 지나면 사료용이 될 물건”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2021년산 쌀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되며 논쟁이 확산됐다.
입헌민주당 이즈미 겐타 전 대표는 “지금부터 식탁에 오를 쌀이다. 쓸 말이 아니다”라며 공개 비판했다. 다마키 대표는 다음날 엑스(X)를 통해 “훼방하려는 의도는 없었고 제도를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지 언론은 묵은쌀에 민감한 소비자는 향에서 차이를 느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푸석한 식감이나 냄새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부는 “정상 보관된 비축미”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불안감을 완전히 없애진 못했다.
밥맛 살리는 방법에 쏠리는 관심… 묵은쌀 조리법 공유
품질 우려 속에서도 반값 쌀 판매는 활발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묵은쌀을 맛있게 먹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일본 언론도 조리법 소개에 나섰다. “밥맛 되살리기”가 소비자 사이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떠올랐다.
지난달 30일, 야후 뉴스는 ‘묵은쌀 밥맛 되살리는 법’을 소개했다. 밥맛을 살리는 네 가지 요령은 씻기, 불리기, 맛술, 마요네즈였다.
먼저 쌀 씻기는 힘을 빼고 부드럽게 해야 한다. 묵은쌀은 표면이 약해져 쉽게 부서지기 때문이다. 다음은 불리기. 수분 흡수를 위해 최소 30분에서 1시간 이상 물에 담가야 고르게 익는다. 세 번째는 맛술 또는 술을 첨가하는 방식이다. 쌀 한 홉당 작은 스푼 1~2개 정도 넣으면 감칠맛이 살아난다. 마지막은 마요네즈다. 쌀 2홉 기준 마요네즈 한 숟가락을 넣으면 쌀알을 감싸는 기름막이 형성돼 수분 증발을 막고 식감이 부드러워진다.
일본 내 유명 쌀 가게와 전기밥솥 제조사도 관련 정보를 SNS에 공유하고 있다. 타이거 마호빙은 “급하게 불리면 쌀 표면이 거칠어지고 감칠맛이 사라진다”며 냉장 불림을 추천했다. 냉장고에서 천천히 불리는 방식이 가장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또 쌀알 온도가 35도 이상 올라가면 흡수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고, 냄새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뜨거운 물 사용은 피해야 한다는 권고도 함께 전했다. 실제로 일부 소비자는 “같은 비축미라도 조리법에 따라 맛 차이가 뚜렷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묵은쌀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단순히 쌀을 사는 것이 아니라, ‘밥맛을 살리는 방법’까지 함께 찾아 나서고 있다. 밥 짓는 과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단순한 절약이 아니라 ‘맛’ 때문이라는 반응이 많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은 지난달 29일, 정부 비축미 시식회에 직접 참석했다. 2021년부터 2024년산까지 각 연도별 비축미로 만든 주먹밥을 차례로 시식한 고이즈미 농림상은 “솔직히 어떤 것을 먹어도 맛있다”고 말했다. 특히 2021년산 쌀에 대해 “그 정도까지는 (맛에서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직접 나서 품질 논란을 잠재우려는 모습이다. 반값이라는 가격만큼이나, ‘묵은쌀도 괜찮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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