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김기주 기자] 걸그룹 뉴진스를 둘러싼 전속계약 분쟁이 점점 더 법적 본질에 다가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달 30일 뉴진스 멤버들이 소속사 어도어의 동의 없이 독자 활동을 할 경우, 1회당 멤버 1인 기준 10억 원, 최대 50억 원의 배상금을 부과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단순한 제재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이번 결정은 K-팝 산업에서 ‘계약’이라는 기본 질서를 어디까지 인정하고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법원의 메시지다.
어도어 입장에서 이번 간접강제 인용 결정은 최소한의 질서 회복이다. 이미 법원은 지난 3월, 뉴진스가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이 유효한 상태임을 전제로 ‘독자 활동 금지’ 가처분을 인용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결정이 내려진 지 불과 이틀 만에, 뉴진스 멤버들은 ‘NJZ’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홍콩 콤플렉스콘 무대에 올랐고, 신곡까지 발표했다.
어도어가 제기한 간접강제 신청은 이 같은 반복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실제로 법원 역시 “향후에도 의무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명시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금전적 제재를 선택했다. 이는 단지 보복성 조치가 아니라, 현행 법률 하에서 계약 당사자의 권리를 보호받기 위한 정당한 절차다.
뉴진스의 일부 팬들은 ‘아이돌은 상품이 아니다’, ‘아티스트에게 자유를’이라는 감정적인 시선으로 사태를 바라본다. 그러나 어도어는 뉴진스를 단지 소속 연예인이 아니라, 수년간 투자와 기획, 마케팅을 통해 만들어낸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한다. ‘뉴진스’라는 팀명만이 아니라, 그 음악적 콘셉트, 세계관, 이미지 모두가 어도어의 창작물이자 지적 자산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무시하고 개별 활동이 가능하다는 전례가 만들어진다면, 향후 K-팝 산업 전반이 계약의 안정성과 기획사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받기 어려워질 것이다.
법원은 이번 결정으로 "계약은 법적 보호를 받는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해 주었다. 아직 본안 판결은 남아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판단은 어도어가 법적으로 정당한 권리 행사를 하고 있으며, 뉴진스 멤버들의 독자 활동이 무분별하게 이어질 경우 산업 질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뉴진스는 세계적 성공을 거둔 팀이고, 어도어 역시 이를 가능케 한 주체다. 진정한 해결은 법정 밖의 상호 존중과 대화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그 전제는 명확하다.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 그리고 법은 그 계약을 보호할 준비가 되어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2부(허경무 부장판사)는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제기한 간접강제 신청을 인용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간접강제란 법원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위반 행위당 일정 금액의 배상을 부과해 이행을 강제하는 민사집행 수단이다.
재판부는 “전속계약 유효 여부에 대한 1심 판결 전까지는 어도어의 사전 승인 없이 연예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며 “이를 어길 경우 위반행위 1회당 각 10억 원씩, 멤버 5인이 모두 참여하면 회당 총 50억 원을 어도어에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지난 3월 21일 법원이 뉴진스의 독자 활동을 금지한 가처분 결정을 내린 직후, 뉴진스 멤버들이 ‘NJZ’라는 새 그룹명으로 이틀 뒤인 3월 23일 홍콩 콤플렉스콘 무대에 오른 사실을 주목했다. 이 자리에서 멤버들은 신곡 ‘피트 스톱(Pit Stop)’도 발표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NJZ라는 명칭으로 공연을 하고 신곡까지 발표한 것은 기존 가처분 결정에서 정한 금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에도 이러한 위반 가능성이 있어 간접강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뉴진스와 어도어 간 전속계약 분쟁이 본안 소송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법원이 기획사의 계약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강제적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뉴진스 측은 본안 소송을 통해 전속계약의 효력을 정면으로 다툴 예정이다.
뉴스컬처 김기주 kimkj@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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