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물길 뚫는 호반③] 물류업 노리는 호반…“국가 기간산업 경쟁력 훼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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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물길 뚫는 호반③] 물류업 노리는 호반…“국가 기간산업 경쟁력 훼손 우려”

투데이신문 2025-06-01 08:39: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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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양사 항공기가 오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1월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양사 항공기가 오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신문 양우혁·심희수 기자】 호반그룹이 국적 항공사와 해운사 경영권에 동시에 손을 뻗으며 ‘물류 큰 그림’ 그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항공과 해운 모두 공공성과 산업 안정성이 중시되는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점에서 경영권 교체는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산업에 대한 이해가 깊고 기존 기업들과 신뢰성을 잘 형성할 수 있는 원매자가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호반그룹이 지난해 팬오션으로부터 한진칼 지분 5.85%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1.02%를 추가 매입하며 지분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문제는 지금이 항공산업의 구조 개편이 본격적으로 마무리되는 시기라는 점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잔금을 완납하며 법적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고, 현재 조직 통합과 노선 조정, 시스템 일원화 등 실질적 통합 과정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두 항공사의 전산·운항·서비스 체계를 하나로 묶는 대전환이 끝나야 비로소 ‘통합 항공사’가 완성된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 세력에 의한 경영권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조직 운영 전반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게 항공업계의 우려다. 통합 체계는 단일화된 의사결정 구조와 경영 연속성을 전제로 한다.

실제로 인수합병(M&A) 이후의 실패 사례 대부분은 실무 조직의 불확실성과 지배구조 혼선에서 비롯됐다. 항공산업은 여객과 화물, 운항과 정비, 국제 제휴와 규제 대응 등 수많은 시스템이 맞물려 움직이는 산업이기 때문에, 단순한 지분경쟁만으로 접근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통합을 통해 네트워크 항공사로 도약하려는 전환기에 있는 가운데 외부 세력이 지배구조를 흔들 경우 통합 작업 전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며 “경영권 불확실성이 커지면 조직 내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서비스와 안전 등 핵심 운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항공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국가 기간산업인 만큼, 이러한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지배구조 안정성과 산업 이해도가 충분히 검증된 주체에 의해 운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대한항공은 통합 이후 중복 노선 정리, 국제선 슬롯 조정, 장거리 노선 확대 등 본격적인 체계 개편에 돌입했다. 다만 지배구조 불안으로 이런 흐름에 제동이 걸릴 경우, 통합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HMM 함부르크호. [사진=HMM]
HMM 함부르크호. [사진=HMM]

호반의 HMM 인수 가능성에 대한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출입 물류망과 글로벌 해운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경영권 이전의 정당성과 타당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HMM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해 말 하림그룹과의 매각 협상이 무산되면서 새 인수자를 찾고 있다. 그 사이 HMM의 시가총액은 2023년 매각 협상 당시 6조4000억원의 약 두 배 규모인 22조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덩치’가 커진 HMM을 인수할 수 있는 민간 후보는 사실상 제한적이다. 자금 조달 능력은 물론, 해운산업에 대한 이해와 중장기 경영 비전을 모두 갖춘 주체가 아니면 사실상 인수가 어렵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해운업을 잘 이해하는 경영자가 원매자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해운업은 조선, 물류, 글로벌 운송계약이 복합적으로 얽힌 산업으로, 장기 선복계약 체계나 얼라이언스 협약, 탄소배출 규제 대응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단기 수익만을 목적으로 한 인수는 산업 안정성을 해칠 수 있고, 자칫 글로벌 공급망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HMM은 단순한 선박 보유 기업이 아니라, 국가 수출입 물류망의 핵심 축이자 전략적 산업 플랫폼”이라며 “경영 주체가 해운 생태계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접근할 경우, 장기적으로 국가 물류 경쟁력 전반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공공성이 강하게 작용하는 국적 선사의 매각은 단순한 자금력 여부로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은 산업의 연속성과 국제 신뢰 확보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HMM은 2016년 한진해운 파산 이후 유일하게 생존한 국내 글로벌 해운사로, 전 세계 주요 항만과 협약을 맺고 장기계약을 기반으로 화물 운송을 수행하고 있다. 고유가와 탄소배출 규제, 선박 연비 기술 고도화 등 여러 산업 리스크를 동시에 감내하고 있는 가운데, 외부 자본이 무리하게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선복량을 조절할 경우 전체 수출입 공급망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항공과 해운업계의 운임 동맹, 이른바 ‘얼라이언스’도 호반의 물류사업 확장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된다. 물류사업을 영위한 전력이 전무한 호반은 해외 물류기업의 신뢰성 획득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종길 성결대학교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는 “물류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성”이라며 “한진칼과 HMM의 지배구조 안에서 우호 지분을 담당하고 있는 주주들끼리는 적어도 몇십 년에 걸쳐 동맹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운·항공에서 한번 형성된 얼라이언스는 쉽게 바뀌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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