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대란 20년 지났지만…대환대출 시대에도 반복되는 ‘돌려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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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대란 20년 지났지만…대환대출 시대에도 반복되는 ‘돌려막기’

투데이신문 2025-05-31 08:37:2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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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2003년 카드대란은 한국 금융사의 뼈아픈 교훈이었다. 하루 1만 명이 개인회생을 신청하고 다섯 장의 신용카드로 카드값을 돌려막던 시절. 카드사들이 서로의 고객 정보를 몰라 다중채무자에게도 무분별하게 대출을 내줬던 때다.

2025년 현재 신용정보는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유된다. 개인의 신용점수, 총부채, 연체 이력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깜깜이’ 대출은 불가함에도 가계부채는 더 복잡해지고 덩치를 키우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 간 정보 공유 강화 등으로 인해 단순 ‘신용카드 돌려막기’는 줄었지만 대환대출이 가계부채 리스크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당국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강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대환대출은 부채 상환 유예 수단으로 활용되며 구조적 위험을 키우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은 “금융기관의 신용평가 역량 강화 없이는 정책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빚 위에 또 빚…20년 전으로 돌아간 신용카드 연체율

최근 국내 은행의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이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경기 불황으로 카드대출로 급하게 돈을 빌렸다가 돈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은 3.8%로, 카드대란 시기였던 지난 2005년 8월(3.8%)과 같은 수준이다. 카드 연체율은 IMF 부실채권 영향을 받았던 1998년에는 20%대까지 치솟았지만 2000년 들어 한자리대로 떨어졌다. 

2005년과 2025년의 공통분모 중 하나는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 실패지만, 새로운 변수는 완벽해진 신용정보 인프라 속에서도 반복되는 위험으로 진단된다.

정부는 지난 2023년부터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설계한 ‘대환대출 플랫폼’을 열었다. 

대부업에서 받은 20%대 대출을 저축은행 13% 상품으로 대환하는 식이다. 표면적으로는 금리 부담이 줄어든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갈아타는 게 아니라, 다시 갚는 것”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는 원리금 상환 능력이 충분치 않은 차주가 만기 연장을 반복하면서 빚의 구조만 더 복잡해진다는 점에서다. 

금융당국 통계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대환대출 이용자의 43%가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중복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 대환대출이 부채의 실질적 축소가 아니라, 구조적 연장과 다중채무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보는 투명해졌는데, 왜 빚은 줄지 않을까?

이제는 ‘몰라서’ 빌려주는 시대가 아니다. 신용점수, 총부채, 연체 이력 등 27가지 항목이 실시간으로 공유됨에도 금융사의 대출은 계속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규제 정책으로 대출 총량을 조인다 해도, 카드사·저축은행·캐피탈 등 2금융권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기준을 적용받게된다. 차주는 이 틈을 타 대출을 갈아타고, 금융사는 대출을 늘린다.

2금융권에서는 “취약차주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이들은 제도권 금융에서조차 밀려나 사채 같은 불법 사금융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실제 1금융권에서 대출이 막힌 차주에게 카드론이나 저축은행 대출은 마지막 제도권 안전망이다. 다만 카드론 수익은 수수료 적격비용이 턱없이 낮아진 상황에서 결제망을 유지하기 위한 카드사 경영의 필수 기반이기도 하다.

하지만 학계와 금융당국은 “정보가 투명해졌는데도 리스크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연체율, 다중채무, 부실채권이 늘고 있지만, 금융사가 여전히 단기 수익에 집중한다는 점에서다. 최근 금융당국에서는 부실 채권 비율이 늘어난 카드사들에 건전성 관리를 주문하기도 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카드사들이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리스크관리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않기 때문에 부채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책임 있는 신용평가와 내부통제, 연체율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금융학과 교수도 “카드사 등 2금융권은 경영 안정을 추구하면서도 사회적 안전망 역할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딜레마가 있다”며 “감독당국은 이런 현실을 반영해 리스크관리 강화와 금융소외 방지라는 정책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카드업계 역시 위기감을 공유하고 있다. 연체채권 매각 확대, 리스크관리본부 신설, 내부통제 강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서는 상황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모든 취약차주를 배제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제도권 내에서 관리하고, 연체 예방과 채무조정 지원 등 사후관리 역량을 키우는 것이 전체 금융시장의 안정에 더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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