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허장원 기자] 같은 얼굴 다른 운명을 가진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 명이 죽어야만 살 수 있는 샴쌍둥이처럼 서로의 인생을 차지하기 위해 살아남아야만 하는 인물들의 처절한 사투를 그린 영화 ‘천국은 없다’가 내달 2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선 이들의 심리적 대립과 육체적 갈등을 담은 이 작품은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작품성과 장르적 완성도를 먼저 인정받았다.
천국이란 단어를 제목으로 사용했지만 영화는 그 반대편에 가까운 세계를 그려낸다. 현실과 지옥의 경계에 내몰린 쌍둥이 형제 ‘일도’와 ‘이도’가 서로의 삶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극한의 생존 심리전은 묵직한 서사와 차가운 감정선으로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더럽고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이들이 갈망하는 것은 이상적인 내일이 아닌 오늘 하루를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영화는 그 치열한 하루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본능과 선택을 통해 인간 내면의 깊숙한 영역까지 파고든다.
배우 박정표는 일도와 이도 두 인물을 모두 연기하는 1인 2역에 도전했다. 그는 각각의 인물을 완전히 분리해 내며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드라마 ‘커넥션’, ‘눈물의 여왕’ 등을 통해 진중한 연기를 선보인 그는 이번 작품에서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이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배우 이호원은 극 중 이도와 함께 위험한 세계를 살아가는 인물 ‘우식’ 역을 맡아 눈에 띄는 활약을 예고한다. 겉으로는 유쾌하지만 속을 드러내지 않는 이중적인 캐릭터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극에 팽팽한 긴장과 잔잔한 여운을 불어넣는다.
여기에 배우 정민성은 형제의 갈등과 생존 싸움 속에서 긴장감을 조율하는 인물로 등장해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세 배우의 연기 시너지는 어두운 분위기와 복잡한 감정선에 깊이를 더하며 장르적 긴장감을 한층 끌어올린다.
공개된 메인 포스터는 도시의 밤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방향을 응시하는 쌍둥이의 모습을 담아 영화의 핵심 갈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그들 사이를 가르는 금이 간 유리는 이미 깨진 관계와 파국으로 향하는 결말을 암시한다.
“인생이 바뀐 두 형제의 피할 수 없는 생과 사”라는 문구는 이들의 비극적인 운명을 짐작게 한다. 이호원과 정민성의 복잡한 표정은 단순한 주변 인물이 아닌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임을 예고한다.
보도스틸 역시 영화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수술대와 소파에 나란히 누운 쌍둥이 형제의 모습은 그들이 맞닥뜨린 현실의 잔혹함을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밤바다를 배경으로 마주 선 형제의 장면은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암시하며 어둡고 정적인 화면 속에서 조용히 고조되는 긴장감이 돋보인다. 극도의 불신과 서로의 진심을 알 수 없는 시선은 영화가 지닌 심리 스릴러 요소를 더욱 부각한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 당시 ‘천국은 없다’는 상영 직후 뜨거운 박수와 깊은 여운을 남기며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천국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더러운 쓰레기장 속 피어난 한 송이 꽃처럼 지금 이곳에 있다”, “쌍둥이라는 소재를 풀어내는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등의 관객 리뷰는 영화가 단순한 장르물에 그치지 않고 인간 내면을 응시하는 작품임을 방증한다.
작품은 격렬한 액션과 함께 감정의 파열, 심리전, 그리고 선택의 무게를 그려내며 장르적 쾌감과 심리적 울림을 동시에 전달한다. 각 캐릭터의 내면은 선악의 이분법 너머에 있다. 이들이 살아가는 공간 또한 도피할 수 없는 현실의 지옥이다. 그러한 공간미와 연출은 영화 전반에 걸쳐 깊은 불안과 긴장을 유도하며 인물들이 처한 절박한 상황을 더욱 실감 나게 전달한다.
영화는 장르적 특성을 살리면서도 인간의 본성과 삶의 의미를 되묻는 질문을 놓치지 않는다. 살아남기 위해 서로의 인생을 탐하고 뒤엎는 형제, 그들과 얽힌 인물들의 위태로운 관계 속에서 영화는 끝내 묻는다. 과연 우리의 천국은 어디에 존재할까.
관객과 평단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천국은 없다’는 묵직한 이야기와 강렬한 캐릭터, 그리고 정제된 연출로 완성도를 높였다. 치열한 생존의 끝에서 마주하게 될 결말은 어떤 모습일지 내달 25일 공개된다.
허장원 기자 hjw@tvreport.co.kr / 사진= 영화 ‘천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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