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석과 '벚꽃동산' 라넵스카야가 만났다...극단 피악의 새 실험, '파리의 두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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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과 '벚꽃동산' 라넵스카야가 만났다...극단 피악의 새 실험, '파리의 두 여인'

독서신문 2025-05-30 14:53:00 신고

[사진=극단 피악]

 

광복 80주년을 맞이해 극단 피악이 한국과 러시아, 카자흐스탄 3개국 예술인이 함께하는 연극 ‘파리의 두 여인’을 무대에 올린다. 실존인물인 한국 최초 여성 서양화가이자 작가, 독립운동가였던 나혜석과, 안톤 체호프의 ‘벚꽃동산’에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 라넵스카야의 상상적 만남을 담는다. 이 두 인물을 통해 격동의 1930년대와 40년대를 살아낸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한다는 포부다.

무대는 1940년대 말 6월, 파리 뤽상부르 정원에서 시작한다. 한적한 플라타너스 그늘 아래, 서로 다른 언어와 역사를 지닌 두 여인이 벤치에 마주 앉아 인생을 이야기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연해주 한인 공동체와 그들의 독립운동이 있다. 라넵스카야의 딸 아냐는 연해주 한인들과 함께 민족의 독립을 도왔고, 열렬한 혁명가였던 트로피모프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두 사람은 스탈린 치하의 숙청과 강제이주라는 비극에 휘말린다. 트로피모프는 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아냐는 카자흐스탄으로 추방된다. 그런 고통 속에서도 생은 이어진다. 나혜석의 잃어버린 아들 ‘내하’는 아냐와 카자흐스탄에서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해 새로운 삶을 이어간다.

작품은 이처럼 강제이주와 이산(離散),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지닌 두 여인이 그 후손을 통해 가족이 되는 과정을 통해, 억압과 고난의 역사 너머에 있는 인간적 연대와 희망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침묵 속에서 저무는 일몰을 바라보는 두 여인의 대화는, 역사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예감하게 한다.

극단 피악은 3년에 걸쳐 이 작품을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인문학적인 성찰을 바탕으로 무대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 한국ㆍ러시아ㆍ카자흐스탄 3개국 예술가들이 공동으로 이를 실현한다. 또한 작품은 대한민국의 광복을 한 국가의 독립을 너머 인류 보편의 가치이자 세계사의 일부로 재조명되어야 한다는 관점을 견지한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나진환은 실존 인물과 문학적 허구를 결합한 이번 작품이, 국가와 민족의 서사를 넘어서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로 광복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파리의 두 여인’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주체 지원작으로 선정된 극단 피악의 인문학적 성찰시리즈로 탄생했다. 서울 초연 이후, 2025년 7월부터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투어 공연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공연은 내달 25일부터 29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독서신문 유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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