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우려했던 일이 벌써 현실로 일어나고 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다음 시즌 유럽대항전 진출에 실패하면서, 손에 들어온 줄 알았던 선수가 빠져나갔다.
30일(한국시간) 유럽 이적시장의 가장 큰 화제는 리엄 델랍의 첼시행이다. ‘BBC’를 비롯한 영국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하면서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에서 강등된 입스위치타운의 주전 공격수였던 델랍에게는 3,000만 파운드(약 556억 원)의 바이아웃 조항이 있었다. 강등권에서 PL 12골 2도움을 기록한 22세 공격수의 몸값치고 싼 편이다. 맨유가 2년 전 영입한 라스무스 호일룬의 당시 이적료보다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맨유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됐다. 원래 맨유 이적이 유력한 선수로 알려져 있었다. 맨유, 에버턴, 뉴캐슬유나이티드, 노팅엄포레스트의 관심에 전 소속팀 맨체스터시티의 바이백 옵션까지 있는 선수였는데 최근 집중적으로 이적설이 나던 팀은 맨유였다.
첼시와 맨유의 결정적인 차이는 다음 시즌 유럽대항전 진출 여부다. 첼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에서 4위를 차지하면서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 나갈 수 있게 됐다. 동시에 UEFA 컨퍼런스리그도 우승했기 때문에 UEFA 유로파리그 출전권도 있다. 물론 첼시가 유로파리그를 고를 가능성은 0%에 가깝다.
반면 맨유는 PL 15위라는 21세기 최악의 부진으로 시즌을 마쳤다.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해 UCL 진출권을 따는 게 최후의 희망이었는데, 결승전에서 토트넘홋스퍼에 패배하고 말았다. 결승전을 앞둔 시점까지 델랍 영입설이 활발하게 나더니 준우승 직후부터 쑥 들어갔다. 그리고 델랍은 첼시로 향했다.
단순히 다음 시즌 더 높은 무대에서 뛸 수 있다는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 델랍 같은 선수는 하위권에서 빅 클럽으로 처음 발돋움하는 입장이고, 주전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소속팀이 유럽대항전을 병행하며 조금이라도 많은 일정을 소화해야 뛸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근 첼시가 좋은 예다. 첼시는 유망주가 지나치게 많아 출장기회를 배분하기 힘든 팀이었다. PL에 비해 비중이 떨어지는 컨퍼런스리그에 화려한 2진급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균형을 맞췄다. 예를 들어 공격형 미드필더 주전 경쟁에서 콜 파머에게 밀린 크리스토페르 은쿤쿠는 PL 선발 출장이 9경기에 불과했지만, 컨퍼런스리그 역시 9경기 선발로 뛰면서 시즌을 통틀어 보면 22경기 선발 출장을 달성할 수 있었다.
반면 맨유에서는 자국 대회만 소화해야 하는데, 델랍 입장에서는 맨유의 기존 공격수인 호일룬과 조슈아 지르크제이를 제친다고 장담하기 힘들다. 호일룬과 지르크제이도 맨유로 이적하던 당시 현재 델랍과 비슷한 기대를 받는 유망주였다다.
‘오직 맨유’를 외쳐 온 2선 공격자원 마테우스 쿠냐를 재빨리 영입한 게 행운이었다. 맨유는 이후 이적시장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스타급 선수라면 ‘UCL 정도는 나가야 한다’며 거절하고, 유망주라면 ‘경기가 너무 적어 경쟁이 힘들다’며 거절할 수 있는 상황이다.
맨유와 토트넘의 유로파리그 결승전은 ‘멸망전’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맨유가 멸망을 피하려면 어느 때보다 현명한 이적시장 전략이 필요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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