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올해 5월 고촌드로잉동아리 학생들과 함께한 광복 80주년 이모티콘·굿즈 공모전 수업을 마치며 마음이 참 뿌듯했다. 4회차라는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 속에서 아이들은 자기만의 색과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매 순간 진지하게 고민하고 서로에게 귀 기울이며 한걸음씩 나아갔다.
첫 회차에는 ‘광복’이라는 단어가 낯설고 막연하게만 느껴졌을지 모르지만, 함께 광복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태극기와 무궁화, 보훈 캐릭터 ‘보보’까지 다양한 상징들을 살펴보며 점차 아이들의 시선이 열렸다.
그 속에서 ‘자유’, ‘희망’, ‘감사’ 같은 키워드가 자연스럽게 피어났고, “이건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야”라고 말하듯 각자의 아이디어가 스케치로 피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학생들이 서로의 아이디어를 존중하며 자신만의 색을 잃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이어갔다는 점이다. 누구보다 더 잘 그리고, 더 예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만든 이야기’에 집중하며 한 줄의 의미를 찾아가는 모습이었다. 어쩌면 이 동아리 수업 안에서 ‘자유’와 ‘희망’을 이미 몸으로 배우고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했다.
수업이 거듭될수록 태블릿PC로 디지털 드로잉을 익히고, 해상도와 파일 포맷 같은 낯선 규격도 하나씩 맞춰나가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모습이 무척 대견했다. 아직 굿즈 실물 제작은 남아있지만, 주문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작품을 최종 정리하는 모습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애정을 담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며 나 역시 많은 것을 느꼈다. ‘보훈의 가치’라는 다소 딱딱해 보일 수 있는 주제가 아이들의 손끝에서 이렇게 따뜻하고 자유롭게 재해석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함께 만든 결과물이야말로 가장 값진 보훈 문화라는 것. 아이들은 늘 생각보다 더 깊고, 더 넓은 시선을 가지고 있었고, 그 가능성은 나에게도 많은 울림을 주었다. 아이들이 마지막까지 조금 더 정성껏 작품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그리고 함께 만든 이야기들이 세상에 잘 전해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싶다.
이 작은 동아리 수업을 통해 ‘함께 만든 꿈’이 ‘함께 키운 마음’으로 이어진 것처럼 앞으로도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이 소중한 시간이 우리가 만드는 예술과 삶을 더욱 단단히 연결해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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