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도, 공정도, 민생도 결국, ‘구호’가 아닌 ‘작동하는 약속’으로 경쟁합니다. 누가 더 멋진 약속을 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현실로 옮길 구조를 갖췄느냐가 더욱 중요한 이유입니다. 공약은 선언이 아니라 장치입니다. 예산은 연료, 입법은 설계도, 거버넌스는 기어처럼 맞물릴 때 비로소 작동합니다. [대선 공약 진단서] 시리즈(①~③)는 이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공약의 작동 조건, 즉 ‘예산·입법·조정’이라는 3대 구조적 기둥을 중심으로 각 당의 실행력을 점검합니다. 유권자도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누가, 언제, 어떻게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를 묻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
[직썰 / 안중열 기자] 공약은 철학이 아니라 구조로 작동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 다른 전략을 제시하지만, 예산 편성, 입법 통과, 이해 충돌 조정이라는 핵심 조건은 유사한 한계를 드러낸다. ‘무엇을 하겠다’보다 ‘누가, 언제, 어떻게 할 수 있는가’가 진짜 실행력을 가른다.
◇누가 ‘돈’을 쥐고 집행할 수 있는가
민주당은 AI 고속도로, 배드뱅크, 중금리 은행 등 공공 인프라 투자와 제도 설계로 민간 참여를 견인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민의힘은 GTX 확대, 공공기관 지방 이전, 100조 민관 펀드 구성처럼 대규모 민간 자본을 활용한 시장 주도형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두 당 모두 예산 현실성 측면에선 기획재정부의 문턱을 넘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민주당의 기술 공약은 단기 세수로 감당하기 어렵고, 국민의힘의 감세 공약은 오히려 재정 여력을 축소한다. 지방정부에 집행을 위임하는 사업은 지방재정 자율성과 역량 격차라는 구조적 한계를 수반한다. 민간 유도든 공공 주도든, 중기 재정계획과 지방 매칭 예산이 병행되지 않으면 집행은 어렵다.
◇누가 법을 통과시킬 수 있는가
민주당은 국민소환제, 검찰·감사원 개혁, 언론 독립 등 고난도 제도 개혁형 입법을, 국민의힘은 법인세 인하, 주52시간 유연화, 상속세 감면 등 조세·노동 중심의 입법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양당 모두 핵심 공약 대부분이 국회 입법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여소야대 정국이 지속될 경우 단독 입법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정치적 대립이 첨예한 과제는 상임위부터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법 없이 작동하는 공약은 드물다. 입법 전략이 없는 공약은 정치적 구호를 넘어서지 못한다.
◇누가 충돌을 관리하는가
민주당은 공공이 조율하는 방식, 국민의힘은 시장 중심의 분산형 거버넌스를 강조하지만, 양당 모두 다중 주체 간 정책 충돌을 조정할 시스템 설계는 제시하지 않았다.
배달 수수료, 플랫폼 규제, GTX, 공공기관 지방 이전, 소상공인 지원 등은 최소 2개 이상의 부처와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다. 그러나 조정 권한의 배분, 갈등 발생 시 책임 주체 지정, 부처 간 충돌 해소 방안은 설계되어 있지 않다. 정책 목표보다 중요한 것은 그 목표를 실행 가능한 거버넌스로 설계할 수 있는가다.
◇구호가 아닌 ‘구조’로 말하라
공약의 품질은 문구가 아니라 구조에서 갈린다. ‘누가 더 근사한 약속을 했는가’보다 ‘누가 그 약속을 현실로 옮길 수 있는 조건을 갖췄는가’가 관건이다. 예산은 연료이고, 입법은 설계도며, 거버넌스는 엔진이다. 이 셋이 맞물릴 때 비로소 공약은 ‘작동’한다.
이번 대선에서 진짜 경쟁은 철학의 차이가 아니라 구조의 유무다. 유권자는 이제 묻는다. “누가, 언제, 어떻게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 멋진 구호를 넘어서는 작동 구조가, 정치의 진정성을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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