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이 다가오면 입맛을 돋우는 음식들이 다시 주목받는다. 특히 찬 음식이나 향이 강한 식재료가 식탁에 오를 일이 많아진다. 대표적인 예가 고수다. 평소엔 멀리하던 사람도 쌀국수나 월남쌈처럼 이국적인 음식을 찾게 되는 이 시기엔 고수의 존재감도 커진다. 하지만 고수는 단순히 입맛만 돋우는 식재료가 아니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 전, 고수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생기고 있다. 고수는 향만큼이나 강력한 특성과 효능을 지닌 식물이다.
고대부터 세계인의 식탁에 오른 향신채
고수는 지중해 동부 지역이 원산지다. 고대 이집트, 로마, 그리스 시대에도 고수가 사용된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닌 식재료다. 지금도 인도, 태국, 베트남, 중국, 멕시코 등 전 세계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지역에 따라 ‘샹차이’, ‘다니아’처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주로 향신료로 사용된다. 생고수 잎과 줄기는 물론 씨앗인 코리앤더도 널리 쓰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쌀국수나 나시고렝처럼 동남아식 요리와 함께 익숙해졌지만, 특유의 향으로 인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흔히 ‘비누 맛’이나 ‘화장품 향’에 비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유전적 차이에서 비롯된 현상일 수 있다. 미국의 유전체 분석 기업 23andME에 따르면, 후각 수용체 유전자인 OR6A2에 변이가 있을 경우 고수 속 알데하이드 성분의 냄새를 비누처럼 인식하게 된다. 이 알데하이드는 실제로 비누나 로션에 사용되는 화학 물질이다. 동아시아권에서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이 유전자 변이와 관련 있다. 반면 중동이나 남아시아 지역에서는 고수를 즐기는 비율이 훨씬 높다.
고수에 대한 유전적 선호는 오이와도 비슷한 맥락에서 설명된다. 일부 사람은 오이의 쓴맛을 유난히 민감하게 느끼는데, 이는 7번 염색체의 TAS2R38 유전자형 중 PAV형을 가진 경우다. 쓴맛에 민감한 유전자를 지닌 사람은 오이나 고수처럼 특유의 향과 맛이 강한 식재료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고수의 진짜 얼굴은 ‘기능성 식재료’
고수는 단순히 향이 강한 식재료를 넘어선다. 비타민C, 토코페롤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세포 손상 억제와 노화 방지에 도움을 준다. 마그네슘, 인, 비타민K 등의 미네랄도 풍부해 뼈 건강에도 이롭다. 베타카로틴은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칼륨은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도와 염분 섭취가 많은 식단에 좋다. 100g당 열량이 23㎉ 정도로 낮고,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 포만감도 준다. 특히 기름진 음식을 먹은 후 소화를 돕고 부기 제거에 효과적이라 여름철 식단에 잘 어울린다.
한방에서도 고수는 치료용으로 쓰인다. 몸속 가스를 줄이고, 소화 효소 분비를 촉진해 위장을 편안하게 해준다. 가래를 없애고, 혈압을 낮추며, 신경 안정에도 도움을 준다고 전해진다. 특히 고수와 사과를 함께 즙을 내 마시면 혈액을 맑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 흡연자에게 권장되기도 한다.
고수는 입 냄새 제거에도 좋다. 입 안에 남은 냄새를 중화하고, 항균 효과도 있다. 향이 강한 만큼 잡내 제거에도 효과적이다. 돼지고기 요리나 삼겹살과 함께 먹으면 냄새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고수, 어떻게 먹는 게 좋을까
고수는 생으로 먹는 방식이 향을 줄이는 데 적합하다. 가열하면 특유의 향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고수는 고춧가루, 다진 마늘, 참기름 등과 버무려 무침으로 즐길 수 있다. 무채 김치에 넣으면 시원한 맛이 살아난다. 월남쌈이나 쌀국수, 나시고렝처럼 고수를 생으로 얹는 요리도 잘 어울린다.
주스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사과나 오렌지처럼 단맛이 강한 과일과 함께 갈아 마시면 고수의 향이 부드럽게 중화된다. 주스로 마실 경우 영양소 흡수율도 높아진다.
고수는 단기간에 많은 양을 먹기보단, 천천히 입맛을 들이는 것이 좋다. 처음 접하는 사람은 무침처럼 간이 된 음식에 소량을 곁들여 향에 익숙해지면 부담이 덜하다. 고수 특유의 향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익숙해질 수 있다.
고수는 여름철 입맛을 돋우는 데 좋은 식재료이자, 향 뒤에 숨은 기능성이 돋보이는 채소다. 향신료로 인식되던 고수가 이제는 식탁의 주재료로 자리 잡고 있다. 알고 나면 외면할 이유가 줄어드는 식재료다. 여름 한 철의 반짝 관심이 아니라 꾸준히 식단에 활용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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