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 경제아젠다-일자리] "사람을 위한 노동 vs 시장을 위한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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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대선 경제아젠다-일자리] "사람을 위한 노동 vs 시장을 위한 노동"

폴리뉴스 2025-05-28 12:18:55 신고

[21대 대선 10대 경제아젠다-일자리]
[21대 대선 10대 경제아젠다-일자리] "사람을 위한 노동 vs 시장을 위한 노동" (폴리뉴스=박수남 기자)

[폴리뉴스 박수남 기자] 2025년 6월 3일 치러지는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의 핵심 경제 아젠다는 일자리 재편과 노동시장 유연화다. 일자리 문제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IMF 외환위기 이후의 구조적 문제에서부터 21대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의 공약을 비교하고, 한국의 고용문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다가올 미래를 대비한 대선 후보 별 공약의 기대효과 분석을 통해 대한민국의 고용문제의 본질과 그 대안에 있어서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를 분석해보겠다.

 

역대 정부의 고용정책 디스토리아(Dystoria)

1997년 말 IMF 외환위기는 대한민국 고용 시장에 대 격변을 몰고 왔다. 국가 부도 위기를 타개하고자, 대량 정리해고가 공식적으로 허용되었고, 다수의 정규직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비정규직으로 대체되었다. 1998년 실업률은 7%를 넘으며 사상 최악을 기록했고, 이후 경제 회복과정에서 고용형태의 양극화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었다. 미래 희망직종에서 공무원의 인기가 치솟앗으며, 평생직장이라는 용어는 더 이상 사회에서 인용되지 않는 부적절한 용어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은 급격히 상승하였다.

이러한 쓴뿌리를 뽑아내기 위한 역대 한국정부의 정책은 치열하게 펼쳐졌다. 히스토리라기보다는 디스토리아에 가까운 과거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히스토리보다는 디스토리아를 곱씹는 것이 오히려 유익할 수 있다.

[21대 대선 10대 경제아젠다-일자리]
[21대 대선 10대 경제아젠다-일자리] "사람을 위한 노동 vs 시장을 위한 노동" (폴리뉴스=박수남 기자)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는 (1998~2003) 실업대란 타개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았다. 구체적인 정책으로는, 공공근로사업, 실업급여, 벤처 육성, 정보기술(IT)등 생산적 복지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도모가 정책의 목적이었다. 그러나 실업자 재교육, 사회안전만 확충등의 제도적 안전망이 갖추어졌음에도, 기업들의 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정규직 문제는 김대중 정부의 역할의 한계성을 입증하는 악례(惡例)가 될 뿐이었다.

노무현 정부(2003~2008)에서는 문제의 본질에 메스질을 하여 노동정책 협약, 비정규직 보호 입법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기업은 언제나처럼 이러한 정부의 개입을 2년 시한 뒤 해고, 또는 외주화라는 편법으로 무력화 시켰다.

이명박정부(2008~2013)는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친 극악의 시기였다. 일자리 상황은 다시 악화되었고,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 나누기(Work Sharing)와 공공부문 단기 일자리 제공이라는 일시적 몰핀 처방 이외에는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의 기조는 친기업 성장 기조라는 대기업 투자 활성화 주력에 매진하면서, 중소기업과 청년층 고용의 문제는 구조적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박근혜 정부(2013~2017)의 국정 목표는 '고용률 70% 달성' 일 정도로 고용문제에 적극적이었다. 세부 기조는 여성 경제활동 참여 확대와, 청년 고용에 대한 지원이었다. 이외에도 법정 정년을 60세로 연장하고(임금피크제 도입) 청년 고용을 늘리려고 했으나, 반대편으로부터 '통계상 고용률 높이기'에 치중한 것이 아니냐라는 비판을 듣기도 하였다. 유의미한 맥락으로는 노동개혁을 시도하며, 임금체계 개편과 노동시간 단축 논의를 시작해 보았지만, 노사 합의 불발이라는 대한민국의 노동딜레마에 발목 잡혀 절반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재인 정부(2017~2022)는 출범 초기부터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이데아를 앞세워 좋은 일자리 창출에 사활을 걸었다. 최저임금을 2년간 30% 이상 대폭 인상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주 52시간제 시행(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했다. 결과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는 있었다. 노동소득분배율이 이전 62%에서 67.5%로 5.5%개선된 지표를 나타내었다. 이전 정부들과 정량적 비교를 해보았을 때, 결과적으로 노동소득 비증 확대라는 긍정적 지표를 도출해냈다. 물론 2018년도 고용 쇼크(취업자 증가 폭 금감) 발생 시 일자리의 질 개선과 양극화 완화에는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가 있으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 청년층 취업난과 같은 구조적 문제에는 유의미한 성과를 보였다기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전 정부인 윤석열 정부(2022~2025)는 이전 정부와 결이 다른 친시장∙민간 주도의 일자리 정책을 공언했다. 민간기업의 활력을 높여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면 고용이 늘어난다는 기조였다. 따라서 정책의 기조도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에 초점을 맞추었다. 세부 정책으로는 주 52시간 근로제 유연화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 노조 회계투명성 강화, 중대재해법 완화 검토 등, 노동 규제 완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도모했다. 문제는 사회적 합의 였다. 장시간 노동을 허용하려던 정책인 '주69시간제 검토'는 MZ 세대의 반발로 재조정 되었다. 사회적 합의는 정책 집행의 필수 요건임에도 윤석열 정부의 기조는 사회적 합의라는 정책 집행의 필수 요건에 부합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25년간 역대 정부들은 진보 또는 보수라는 이념의 색체에 따라 방향을 달리하며 꾸준히 일자리 대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현재도 일자리 대책은 21대 대선의 최우선 경제 아젠다일만큼 극약의 처방이 필요한 응급적 국정 과제이다. 돌이켜보면 단기 처방으로는 백약이 무효하고 노동시장 구조개혁이나 사회안전망 확충 같은 새로운 접근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였다. 즉 구조적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답안은 경제 활력을 유지하면서도 일자리의 질과 안정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 유연성과 고용 안전성의 균형추를 어떻게 잡을지가 이 난제에 대한 방향성이라고 할 수 있다.

[21대 대선 10대 경제아젠다-일자리]
[21대 대선 10대 경제아젠다-일자리] "사람을 위한 노동 vs 시장을 위한 노동" (폴리뉴스=박수남 기자)

 

"일자리는 있는데, 일할 수 없는 나라"… 대한민국 고용시장의 병목은 구조

 과연 대한민국 일자리 문제의 본질은 무엇일까? 현재 2025년 대한민국의 실업률은 3%안팎으로 추정되는 만큼 비교적 낮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표면상의 숫자일 뿐, 고용의 질과 계층별 격차라는 구조적 문제 즉 정성적 측면에서는 그 심각도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공식 실업률에 잡히지 않는 구조적 실업과 비경제활동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 일자리 문제의 본질적 원인을 들여다 볼 필요성이 있다.

유의미한 점은, 청년∙중장년 여성∙고령층∙디지털 전환 노동자 등등 계층별로 고용시장의 병목현상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냥 쉼" 50만 청년… 희망 잃은 출발선, 무너진 사회 사다리

청년층의 경우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청년(20~29세) 공식 실업률은 5.8%로 코로나 시기였던 2020년의 9.0%에서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최근 취업을 아예 포기하고 "그냥 쉼" 상태로 지내는 청년이 50만 명을 돌파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처음 있는 일로, 구직 단념 청년이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년 고용률도 2025년 들어 큰 폭 하락해 49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다. 그 배경에는 좋은 일자리 부족과 채용 관행 변화가 있다. 대기업들은 정기 공개채용을 줄이고 경력직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면서 신입 출발선의 문턱이 높아졌고 스펙 경쟁에서 밀린 청년들은 비정규직을 선호하지 않아 빈둥거리지만, 동시에 중소기업 등에는 인력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모순이 나타났다. 교육 수준은 높지만 노동시장 진입에 실패한 청년층이 늘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인적 자원 낭비와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 청년 실업의 본질은 "일자리 미스매치"와 이중구조에 있다. 모두가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대기업·공공)는 한정되어 있고, 그렇지 못한 일자리는 외면받는 구조가 고착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재취업 사다리의 실종, 생계형 창업이 부른 자영업 과포화

40대,50대 중장년 계층은 한때 한국 경제의 주력 인력이지만, 최근 명예퇴직과 조기퇴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정년이 법적으로 60세로 늘었지만 기업들은 임금피크제 등을 통해 사실상 50대 중후반이면 핵심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조기 퇴사를 유도하는게 현실이다. 한창 일할 나이에 일터를 떠난 중장년 상당수는 재취업 자리를 찾지 못해 자영업에 뛰어든다. 그 결과 한국은 한때 전체 취업자의 25% 이상이 자영업자였고, 현재도 약 23% 수준으로 OECD 최고 수준의 자영업자 비중을 기록하고 있다. 다행히 세대교체와 경쟁 심화로 자영업 비중이 조금씩 낮아져 2023년 20%대 초반까지 내려왔지만, 여전히 미국·일본 등 선진국보다 높다. 생계형 창업이 넘쳐나며 골목상권 포화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었고, 상당수 중장년 자영업자는 낮은 수익과 불안정한 생계에 직면해 있다. 중장년 고용의 또 다른 병목은 전직훈련과 기술 습득 기회의 부족이다. 제조업 구조조정이나 디지털 전환으로 일자리를 잃은 40대,50대가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게 돕는 중간 경력 사다리가 부재한 실정이다. 결국 중장년 일자리 문제는 대기업 정년 후 안정적 재취업 통로의 부족과, 중소기업 일자리 질 저하로 요약 될 수 있다.

M자형 곡선의 굴레… 출산과 경력단절 사이에 갇힌 여성 노동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과거보다 많이 늘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결혼·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되는 이른바 M자형 곡선은 여전히 뚜렷하다. 육아 휴직 및 보육 지원이 확대되었지만, 육아의 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되고 기업 문화도 장시간 근무를 전제로 한 남성 위주 시스템이라 경력단절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다. 그 결과 2024년 한국의 여성 고용률(15세~64세)은 약 60% 수준으로, OECD 평균(약 65%~70%)보다 낮고 남성 고용률과 15%p 이상 차이가 난다. 특히 경력단절 후 재취업한 여성은 상당수가 비정규직이나 시간제 일자리에 머무르고 있어 소득과 승진 기회에서 불이익을 겪고 있다. 여성 인재의 잠재력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것은 노동력 손실일 뿐 아니라 저출산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정부가 지난 수년간 여성 고용 지원을 위해 출산휴가 확대, 육아휴직 할당제(남성 육아휴직 장려), 어린이집 확충 등의 정책을 펼쳐왔으나, 직장 문화 개선과 돌봄의 사회적 분담이라는 구조적 변화 없이는 문제 해결에 있어 근본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노후소득 빈곤과 고령 친화 일자리 부재의 구조적 함정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지만, "일하는 노인"의 비율은 역설적으로 OECD 1위다. 2023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37.3%로, OECD 평균(13.6%)의 세 배에 육박하고 고령사회 일본(25.3%)보다 높다.언뜻 보면 고령층이 활발히 일하는 것이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노인빈곤과 사회안전망 부실의 그림자임이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 노인의 월평균 공적연금 수령액은 약 80만 원에 불과해 1인 최저생계비 134만 원에 한참 못 미친다. 연금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기에 많은 노인이 쉬지 않고 일을 찾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들이 종사하는 일자리의 질이 문제다. 65세 이상 임금근로자의 61.2%는 비정규직, 절반은 10인 미만 영세 사업장, 35.4%는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마디로 은퇴 이후 생계를 위해 아무 일이나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퇴자들이 쌓아온 숙련과 경험을 살려 사회에 기여하기보다는, 경력과 무관한 저숙련 육체노동으로 내몰리는 현실은 고령층 개인의 삶의 질은 물론 사회 전체적 효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고령화 시대에 맞는 일자리 전략 부재와 국민연금 등의 복지 정책 미비가 결합한 구조적 문제라 볼 수 있다.

AI가 삼킨 일자리, 플랫폼에 묶인 노동자… 새 고용의 그늘

4차 산업혁명과 플랫폼 경제의 부상은 노동의 형태 자체를 바꾸는 구조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긱 노동자, 플랫폼 배달·운송 기사, 프리랜서 등 특수고용 종사자들이 빠르게 늘었으나, 기존 고용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해 노동권 사각지대가 생겼다. 배달기사·대리운전기사 등은 산재를 당해도 보호받기 어렵고,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의존해 수입이 결정되는 불안정한 환경에 놓여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특수고용직·예술인까지 고용보험 적용을 확대하고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을 일부 추진했지만, 여전히 사회보험 미가입이나 계약 불안정 문제가 산적해있다. 동시에 AI와 자동화의 가속화는 제조업뿐 아니라 사무직 일자리까지 대체하며 노동 수요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반면 디지털 신기술 분야에서는 기업들이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는 인력 미스매치가 벌어지고 있다. 즉, "없어지는 일자리와 새로 생기는 일자리" 사이의 간극을 메울 교육·훈련 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디지털 전환 시대 노동자의 핵심 과제는 전 생애에 걸친 직업훈련과 전직 지원, 그리고 플랫폼 노동에 대한 제도적 안전망 구축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처럼 청년 취업난, 장년층 구조조정, 여성 경력단절, 노인 빈곤 노동, 디지털 격변 등 각 계층의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그 근저에는 공통적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대기업-중소기업 격차, 정규-비정규 격차), 사회안전망 미비, 인적자본 개발 시스템 부족이라는 구조적 병목이 자리하고 있다. 2025년 대한민국 일자리 문제의 본질은 단순히 일자리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일자리의 질과 배분의 문제이며, 경제·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제도상의 격차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문제의 해결점이자 이 기사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21대 대선 후보들의 일자리공약은 어떠할까?

 

이재명 후보는 나머지 후보 3인의 공세에 대비해 '방어'에 집중하면서도 김문수 후보가 비상계엄 당시 국무위원이었다는 점을 들어 '비상계엄 책임론'을 내세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후보는 나머지 후보 3인의 공세에 대비해 '방어'에 집중하면서도 김문수 후보가 비상계엄 당시 국무위원이었다는 점을 들어 '비상계엄 책임론'을 내세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후보의 공약 "노동 존중" 일자리 정책과 유연화의 조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스스로 "소년공 출신"임을 강조할 만큼 노동 현장에 대한 이해를 내세우며, "노동 존중, 일하는 사람 권리 존중 사회" 구현을 핵심 기치로 내걸고 있다. 그의 일자리 공약은 근로시간 단축과 노동권 강화로 요약되며,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 단계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① 점진적 노동시간 단축

이 후보는 주 4.5일제 도입을 공약하며 2030년까지 한국의 실제 노동시간을 OECD 평균 이하로 줄이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하였다.. 2023년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인당 1,872시간으로 OECD 평균(1,742시간)보다 130시간 많다. 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법정 노동시간을 단계적으로 단축하고, 주 4일제에 준하는 주35~36시간 근무제를 향후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재명 후보는 "기업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으며, 긴급재정명령 같은 일방 조치는 없다고 주장하며 대화하며 단계적으로 추진하면 된다"고 밝혀, 노동시간 단축 과정에서 경영계와 충분히 협의할 것임을 언급했다. 즉,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장시간 노동 관행을 개선하되 기업 부담은 속도 조절로 완화하겠다는 현실적 접근으로 풀이된다. 주4.5일제 역시 즉각 실시가 아닌 시범실시→확대 적용의 순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② 정년 연장과 계속고용

이 후보는 현재 만 60세인 법정 정년을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에 맞춰 65세까지 단계적 연장하겠다고 약속했다. 2023년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63세이고 2033년에 65세로 올라가는 일정에 맞추어, 기업 현장의 충격을 완화하면서 연차적으로 정년 연장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고령화 시대에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는 중·장년층의 욕구와 노령인구 부양 부담에 대응한 정책으로, 계속고용제도(정년 이후 재고용) 도입도 사회적 대화로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정년 연장에 따른 청년 채용위축 우려를 감안해, 임금체계 개편(임금피크제 연령 하향 등)과 세대 간 일자리 나누기 방안을 병행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③ 노동 3권 및 취약 노동자 보호

이재명 후보는 노동조합의 오랜 숙원이던 이른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파업 참가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하청 노동자에게도 원청 사용자에 대한 교섭권을 보장하는 효과가 있다. 이 후보는 또한 포괄임금제(연장·야간근로 수당 등을 정액으로 간주해 추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임금방식) 금지를 근로기준법에 명문화하여 초과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확립을 위해 임금분포제 도입을 약속했는데, 이는 기업이나 기관 내 직원들의 직무·직급·고용형태·성별·연령에 따른 임금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제도이다. 임금분포제가 시행되면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녀 간 임금 격차를 수치로 드러내어 공정임금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이 후보는 플랫폼 노동자·프리랜서·특수고용직 등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공약들도 제시했다. 산재보험 적용 대상을 "업무상 재해 위험이 높은 자영업자"까지 확대하고, 특수고용 및 플랫폼 노동 종사자의 노동 3권 보장과 고용보험 적용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이는 앞서 살펴본 디지털 전환기의 취약 노동계층에 대한 안전망을 촘촘히 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이 밖에 공무원·교사 등 공공부문 노동자 처우 개선,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노동안전보건 체계 강화 등도 포함되어 있다.

④ 일자리 창출 전략

"노동 존중" 기조가 강하다 보니 자칫 이 후보의 공약이 규제 일변도로만 보일 수 있지만, 일자리 자체를 늘리기 위한 전략도 가지고 있다. 이 후보는 신성장 산업 투자와 지역균형 뉴딜 등을 통해 민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혀왔다. 예를 들어 기후에너지 산업, 바이오·반도체 등 미래첨단산업 육성에 정부 지원을 강화해 관련 분야의 대규모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의 경우 메가시티 인프라와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을 통해 지역별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청년 고용을 위해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거나, 청년 기본소득(일정 연령까지 매년 수백만원 지급) 공약도 거론된 바 있어 청년층 소득지원→소비진작→일자리 창출의 선순환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이재명 후보의 접근은 "분배를 통한 성장"으로 요약되며, 노동자들의 처우와 안전을 개선하면서 생산성 향상과 내수 활성화로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⑤ 강점과 한계

이재명 후보 공약의 강점은 노동 측면의 불평등과 과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장시간 노동 관행을 개선하고, 비정규직·하청 등 사회적 약자 노동자의 권익을 향상시킴으로써 일자리의 질적 향상과 포용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문재인 정부에서도 노동소득분배율 개선과 공공사회 서비스 일자리 증가로 가계소득이 증가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을 이어받아 양극화 완화와 삶의 질 향상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부응하는 정책이라 평가받을 수 있다.. 또한 정년 연장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한 정책, 플랫폼 노동 등 새로운 트렌드에 맞춘 대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미래 지향적인 면모도 엿보인다.

다만 한계와 보완점도 분명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노동시간 단축과 각종 규제 강화가 가져올 비용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주 4.5일제로 근무일을 줄일 경우 인건비 부담 상승이나 인력 운용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은 숙련 인력 활용 측면의 장점도 있지만 임금 체계 개편 없이 도입하면 인건비 증가와 청년 채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노란봉투법 등 친노동 입법은 노사관계의 힘 균형을 노동계 쪽으로 급격히 이동시켜 기업 투자 심리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기업의 생산성 향상 지원과 규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이재명 후보도 강조했듯이, 사회적 대화로 시행 속도와 보완책을 조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4일제 도입은 일괄 강제가 아니라 시범사업→성과평가→점진 확대로 가고, 정년 연장도 임금피크제 조기 적용 등 기업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공약 실현에 필요한 재정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공공부문 처우 개선이나 청년 기본소득 등은 막대한 예산 소요가 예상되므로 재원 대책과 우선순위 조정이 요구된다. 전반적으로 이재명식 일자리 정책은 노동 중심의 철학을 담고 있으며, 성공을 위해서는 기업을 혁신 주체로 참여시킬 유인책과 탄탄한 실행 계획이 함께 마련돼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와 방탄입법을 거론하며 '독재', '방탄'을 한 번 더 지적해 자신의 청렴함을 강조하는 한편 개헌 공약에서 임기 단축을 배제한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개헌 의지의 진정성을 물을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와 방탄입법을 거론하며 '독재', '방탄'을 한 번 더 지적해 자신의 청렴함을 강조하는 한편 개헌 공약에서 임기 단축을 배제한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개헌 의지의 진정성을 물을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김문수 후보의 공약 "기업하기 좋은 나라"와 노동시장 유연화 전략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오랜 노동운동가 출신이지만 현재는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경영 친화적 인사로서, "기업이 잘 되어야 노동자가 잘 된다"는 소신을 바탕으로 한 노동·일자리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김 후보의 일자리 정책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와 기업 투자 활성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노동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겠다는 것으로, 이재명 후보와는 철학부터 정책 수단까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① 근로시간 유연화

김문수 후보는 주 52시간제 개선을 핵심 노동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고용부 장관 시절부터 반도체 연구인력 등에 대해 52시간 예외를 허용하는 특별법을 주장했고, 이번 대선에서도 "노사 합의에 기반한 주52시간제 유연운영"을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탄력근로제 및 선택근로제의 단위 기간을 현행 최대 3개월에서 최소 반년~1년 이상으로 확대하여 업무량에 따라 자유롭게 연장근로를 관리할 수 있게 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또한 고소득 전문직의 경우 근로시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해, 연구개발 등 창의적 분야 종사자들은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밝혔다. 요컨대, 업종별·직무별 특성에 맞게 근로시간 규제를 풀어주어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한발 더 나아가 주 40시간은 유지하되 근무 형태를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유연근로형 주4.5일제" 구상도 언급했다. 이는 주중 일부 초과근로를 허용해 격주로 금요일 오후를 쉰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근무일 수 단축과 노동시간 자율조정을 함께 추구하는 아이디어다. 결국 김문수 후보의 메시지는 "일할 땐 일하고 쉴 땐 쉬게 하되, 법이 아니라 노사자율에 맡기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② 노사 규칙 완화와 지방규제 프리존

김 후보는 기업 내부 규율을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도록 노동 관련 절차를 완화하겠다고 했다. 특히 현행법상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 시 노조 동의가 필수인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여, 앞으로는 노조 의견 청취만으로도 또는 근로자 과반 대표 동의만으로도 취업규칙 개정이 가능하게 법을 손볼 계획이다. 이는 기업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신속 대응할 수 있게 해주는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노동계 입장에선 근로조건 저하를 쉽게 만드는 개악이라는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김문수 후보 공약의 또 하나의 특징은 지역별 규제 완화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장이 필요하다고 건의하면 중앙정부가 규제를 과감히 풀어주는 "메가 프리존" 제도를 도입해, 지역별로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등의 규제를 탄력 적용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예를 들어 인구유출이 심각한 지방에 한해 최저임금을 전국보다 낮게 책정하거나, 특정 산업에 한해 특별연장근로를 더 허용하는 식으로 지역 맞춤형 고용규제 특례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메가 프리존 구상은 지방 투자를 끌어내고 일자리를 분산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이지만, 지역 간 근로조건 격차나 노동권의 지역 차별 논란을 부를 소지가 있다.

③ 기업주도 일자리 창출과 규제·세제 혁신

김 후보는 10대 경제공약의 첫머리에 아예 "자유 주도 성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내걸었다. 그는 "규제 완화와 세제 정비, 투자 활성화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하며, 구체적으로 법인세 추가 인하, 각종 투자 규제 철폐, 노동시장 경직성 완화 등을 제시했다. 요컨대 정부가 재정을 풀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투자와 혁신으로 새 일자리를 만들어내도록 정부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접근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김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일자리 확대를 "세금으로 임시자리 만든 포퓰리즘"이라 비판하고, 지속가능한 민간 일자리를 늘리려면 친기업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청년 일자리 대책으로는 "대기업 신입 공채 부활"을 기업들에 장려하고, 스타트업 창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혁신과 자금지원책을 약속했다. 또한 노동시장 유연화에 따른 실직자 발생에 대비한 별도 지원으로서, 노동약자 보호 특별법 제정과 전직훈련 강화도 언급했다. 다만 이러한 보호법의 구체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고, 중대재해처벌법이나 노란봉투법 등에 대해서는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과잉 입법"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은 중소기업에는 적용을 완화하거나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산업재해 예방보다는 기업 부담 경감을 중시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④ 강점과 한계

김문수 후보 공약의 강점은 무엇보다 기업의 투자 의욕을 높여 일자리 모수를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경영계의 어려움으로 지적되는 획일적 근로시간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법상의 경직적 요소들을 유연하게 바꾸면 기업들이 고용을 꺼리지 않게 되어 결과적으로 "고용 있는 성장"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실제로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원인 중 하나로 정규직 해고 어려움이 지목되어 왔고, 그 결과 기업들이 비정규직 채용으로 대응해 왔다는 분석도 있다. 김 후보의 처방은 이러한 딜레마를 풀어 정규직 채용을 늘리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지역별 자율에 맡기는 접근은 획일적인 중앙 정책의 한계를 보완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일자리 해법을 실험해볼 기회를 준다는 긍정적 해석도 가능하다. 전반적으로 김문수 후보의 정책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열쇠를 민간기업에서 찾고, 정부는 조력자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보수적 경제관에 충실하다.

반면 이러한 접근에는 분명한 우려와 한계도 따른다. 첫째, 노동시간 유연화가 장시간 노동 조장으로 귀결될 위험이다. 연장근로를 노사 합의로 무제한에 가깝게 허용하면 과로와 건강 악화, 워라밸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 이미 장시간 노동으로 생산성 대비 노동 투입이 과도한 편인데, 이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둘째, 노동자 보호장치 약화다. 취업규칙 변경 완화나 중재해법 완화 등은 기업 편의는 늘리지만 노동자 권리와 안전을 훼손할 소지가 있다. 노조의 교섭력 약화는 임금 상승률 정체나 고용 불안정성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 실제 일본에서도 기업이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을 확대한 결과, 전체 임금 수준이 정체되고 노동소득 분배가 악화된 바 있다.

노동약자를 별도 보호한다고 하지만, 노조법 개정 등에 반대하면서 대안으로 제시한 보호장치가 모호하다는 점도 한계다. 셋째, 김 후보 공약은 단기적으로 고용을 늘릴 수 있어도 질적 측면에서는 "나쁜 일자리"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낮은 임금의 장시간 일자리나 파견·용역 같은 간접고용이 늘면, 고용의 숫자는 늘어도 중산층이 두터워지지 않고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 이는 결국 내수 위축과 사회 갈등으로 되돌아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넷째, 사회적 반발에 대한 우려다. 노동계는 이미 김 후보의 정책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만약 강행할 경우 노사 간 충돌과 정치적 저항으로 실행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김문수 후보의 일자리 정책이 실제 효과를 내려면, 노동시장 유연화와 동시에 사회안전망 확충이 이뤄져야 한다. 실직자에게 재훈련·생활안정 지원을 두텁게 제공하는 덴마크식 "플렉시큐리티" 모델의 도입이나,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적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 등이 선행되지 않으면 자칫 약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정치 분야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정치 분야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정책 VS 김문수 정책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의 일자리 공약을 나열해보면 각론에서 정반대 방향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공약 나열을 넘어, 그 철학적 기반과 정책 구현 전략의 차이를 짚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두 후보의 경제·노동관에 대한 철학이 뚜렷이 갈린다. 이재명 후보는 "노동 존중"을 앞세워 분배와 정의를 중시하는 사회민주주의적 접근을 취한다.반면 김문수 후보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외치며 성장과 효율을 우선하는 시장자유주의적 입장에 가깝다. 이 후보는 일자리의 질 개선과 소득 증대를 통해 경제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것이고, 김 후보는 기업의 활력을 높여야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 차이는 정책 수단의 선택으로 이어진다. 근로시간 정책만 봐도, 이재명 후보는 주4.5일제 도입으로 법정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반대로 김문수 후보는 주52시간제의 예외를 확대하여 사실상의 연장근로 허용을 늘리려 한다. 즉 "더 쉬게 하자" 대 "더 일할 수 있게 하자"로 갈리는 것이다. 정년 정책도 상반된다. 이재명 후보는 정년을 65세로 연장해 고용안정을 꾀하지만, 김문수 후보는 정년 연장에 반대하며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맡기겠다고 한다.청년고용에 미칠 영향 때문에 법으로 강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노동법·노동권에 대한 시각도 대조적이다. 이 후보는 노조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 포괄임금제 금지,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 등을 통해 노동자의 협상력과 권익을 강화하려 한다. 반면 김 후보는 노조 동의 요건 완화,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등을 통해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자율성을 확대하려 한다. 특히 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법에 대해서 김문수 후보는 부정적이어서, 당선 시 두 후보 중 누가 집권하느냐에 따라 노동관계 입법의 향방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두 후보의 일자리 창출 경로 또한 구조적으로 다르다. 이재명 후보는 공공부문과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늘리고 정부가 적극적 재정지출로 고용을 견인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사회복지·돌봄 서비스 확충이나 공공기관 청년채용 확대, 그리고 기본소득 지급 등, 수요를 진작하여 고용을 창출하는 간접적 방식을 포함한다. 반대로 김문수 후보는 민간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통해 일자리 총량을 늘리는 직접적 방식을 선호한다. 각종 규제·세제 개편으로 기업환경을 개선하면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는 공급 측면의 접근이다. 한쪽은 정부→소비자→기업의 하방향 흐름을, 다른 쪽은 기업→노동자→소비자의 상방향 흐름을 상정하고 있어 정책 설계의 엔진부터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정책 실행 전략을 보면, 이재명 후보는 "사회적 합의"와 "단계적 추진"을 강조하는 데 비해, 김문수 후보는 신속한 제도 개혁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태도가 읽힌다. 이는 두 후보 지지 기반의 차이와도 관련이 있다. 이 후보는 노동계 지지를 받으며 점진적 개혁을 예고했고, 김 후보는 보수진영과 경영계의 기대 속에 과감한 규제 혁신을 천명했다. 따라서 실제 집권 시 이재명 정부는 노사정위원회 등 대화를 중시하며 시간을 갖고 추진할 가능성이 크고, 김문수 정부는 법 개정 드라이브를 걸어 초반에 승부를 보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구조적으로 대립하는 공약들이지만,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노동을 보호해야 좋은 일자리가 늘어난다" vs "기업이 자유로워야 좋은 일자리가 생긴다"는 인과관계 설정의 차이다. 전자는 노동 기반의 포용 성장론, 후자는 기업 중심의 낙수 성장론으로 볼 수 있다. 유권자들은 두 후보의 철학과 공약을 면밀히 비교하여, 어떤 경로가 지속가능한 성장과 고용으로 이어질지 판단해야 할 것이다.

[21대 대선 10대 경제아젠다-일자리]
[21대 대선 10대 경제아젠다-일자리] "사람을 위한 노동 vs 시장을 위한 노동" (폴리뉴스=박수남 기자)

 

이재명 당선 시 "노동 친화형" 일자리 정책의 영향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공약을 적극 추진한다면, 단기적으로는 가계소득 증대와 소비 활성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노동시간 단축으로 임금총액이 증가하고 여가 시간이 늘면, 내수 경제에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실제 문재인 정부 시기에도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와 노동소득분배 개선으로 소비지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관찰되기도 하였다.또한 노동자들의 만족도와 건강 개선으로 생산성 향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도 있다. 주4일제 실험을 한 일부 국가나 기업 사례에서 근무시간을 줄였더니 생산성이 오히려 유지되거나 개선되었다는 보고도 있어, 과로 감소→창의성·효율 증가의 선순환이 일어날 여지가 있다.

중장기적으로 이재명식 정책은 고용의 질적 향상과 포용성 강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다. 정년 연장과 노동권 강화는 장기 고용관계 안정을 가져와 노동자들이 숙련과 경력을 축적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도 숙련인력 확보에 유리하며 인적자본 축적을 통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임금분포제나 동일노동 동일임금 추진으로 공정한 보상체계가 자리잡으면, 여성과 청년 등 사회 구성원의 경제활동 참여 유인이 높아지고 노동 생산인구의 저변이 확대될 것이다. 예를 들어 여성의 경력단절이 줄고, 청년들도 대기업-중소기업 임금격차 축소로 눈높이를 조정해 중소기업 취업을 고려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런 변화는 고용률 제고와 출산율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편 우려점도 간과할 수 없다. 우선 기업들의 비용 부담 증가로 투자 위축이나 고용 감소 역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인건비 상승 압박이 큰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의 경우 채산성 악화로 일부 일자리 감축이나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18년 최저임금 급등 당시 영세 자영업자 고용이 줄어든 사례를 떠올릴 수 있다. 대기업들도 노동시간 단축으로 생산량이 줄면 해외생산 비중을 늘리거나 자동화로 대응해, 사람을 덜 쓰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정작 고용 총량이 늘지 않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또한 정년 연장 정책은 청년실업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어른들 일자리 지키려다 청년 일자리 상실"이란 사회적 세대갈등이 커지면 정책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 이재명 후보도 이런 문제를 인식해 세대 상생 일자리 대책을 병행하겠다고 하지만, 추가적 재정부담이 따른다는 어려움이 있다.

기업 경영환경 측면에서도, 노조법 개정 등으로 노동쟁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면 투자심리가 꺾일 수 있다. 경제는 심리라고 하는데, 경영계가 "친노동 정부"의 규제들을 리스크로 인식해 투자를 유보하거나 해외로 눈을 돌릴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반론으로는, 노동조건 개선으로 우수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고 내수시장을 키워 결국 기업에도 이익이 돌아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결국 이재명표 일자리 정책의 성패는 노사정 협력을 어떻게 이끌어내느냐에 달렸다. 단기 비용 상승을 생산성 제고와 혁신으로 상쇄하는 "협력적 혁신" 모델을 정착시킨다면 긍정 효과가 부정 효과를 상회할 것이다. 반면 노사 대립으로 임금 상승 ↔ 고용 축소의 악순환에 빠지면 모두가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21대 대선 10대 경제아젠다-일자리]
[21대 대선 10대 경제아젠다-일자리] "사람을 위한 노동 vs 시장을 위한 노동" (폴리뉴스=박수남 기자)

 

김문수 당선 시 "기업 주도형" 일자리 정책의 영향

 김문수 후보가 승리하여 그의 공약이 현실화되면, 단기적으로 기업들의 투자·고용 활동이 촉진될 가능성이 있다.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신호를 받은 기업들은 그동안 미뤄온 설비투자나 채용을 앞당길 수 있다. 특히 주 52시간제 탄력운영이 허용되면, 생산라인 증설이나 신사업 추진 시 인력 활용 극대화를 통해 단기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는 GDP 성장률에 기여하고 추가 고용수요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한 노동시장 유연화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도 매력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해외 자본 유치와 첨단산업 국내 투자 증가를 기대해볼 수 있다. 이런 긍정 시나리오에서는 민간의 역동성이 살아나 총체적 고용량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 가지 긍정적인 측면은 지역 경제 활력이다. 메가 프리존 정책으로 만약 특정 낙후 지역에 파격적인 규제 특례를 준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지방 투자에 대한 유인요인이 커진다. 가령 A지역에서는 노동시간이나 임금 규제에 유연성이 높다고 하면, 공장을 지방에 짓거나 본사를 이전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럴 경우 해당 지역에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인구 유입이 일어날 수 있다. 이는 현재 수도권 일극체제로 인한 지역 일자리 불균형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 일본도 지방에 한해 규제완화를 적용하는 특별구역들을 운영해왔는데, 일정 성과와 함께 부작용도 있었던 만큼 한국에서도 실험적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김문수표 정책의 위험 요인도 명확하다. 무엇보다 노동환경 악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우려된다. 장시간 근로 허용은 과로사 증가나 산재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궁극적으로 사회보험 지출 상승과 생산인구 건강 악화라는 부담으로 돌아온다. 또한 근로조건 하향 경쟁이 벌어지면, 정작 청년들이 선호하지 않는 일자리만 늘어나 미스매치가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 돈보다는 워라밸과 자기개발을 중시하는 MZ세대의 기대와 동떨어진 정책은 청년 인재들의 해외 유출이나 특정 업종 기피 현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이미 한국 청년층 일부는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을 말하며 안정된 공무원 준비나 경제활동 포기를 택하는 상황인데, 노동정책이 기업 위주로 기울면 이들의 불신을 더 키울 위험이 있다.

소득 분배 측면에서도, 김문수 후보식 접근은 단기적으로 임금 억제 기제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이나 탄력근로 확대는 기업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대신 근로자 임금과 복지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가계소득 감소→소비 위축이라는 역풍이 되어 결국 내수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고용은 유지됐지만 비정규직 증가로 임금이 정체되어 "전체 파이가 커지지 않는" 장기 침체에 빠졌었던 선례가 있다. 한국도 비슷한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또한 사회안전망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유연화가 진행되면, 실직과 저임금의 위험이 개인에게 전가되어 빈부격차 확대와 노동빈곤층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산업계 내부의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기업간 경쟁에서 노동착취에 가까운 기업이 단기 이윤을 얻는다면 성실하게 인력에 투자하는 기업이 역설적으로 손해보는 구조가 생길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산업 전체의 인력 수준 저하와 기술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즉, 노동자를 너무 소모적인 비용으로만 보면 사람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게 되고, 이는 인재육성 부진→혁신 정체의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반면 최근 글로벌 추세는 지속가능경영(ESG) 측면에서 노동권 보호를 기업가치로 보기도 하므로, 시대 흐름과 어긋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마지막으로, 김문수 후보 정책의 정치·사회적 저항은 현실적 리스크다. 강경 친기업·친시장 노선은 노동계의 총파업이나 대중의 반발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주요 노총들은 김 후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만약 당선 후 노동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노사정 대립 격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투자자의 신뢰도 흔들릴 수 있어 오히려 정책 효과를 반감시킬 수도 있다.

요약하면, 김문수표 일자리 정책은 "약이냐 독이냐"의 평가가 엇갈릴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기업 활력 제고로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노동자의 삶과 소비 여력이 악화되면 경제 전반에 부정적 피드백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공을 담보하려면 동시에 사회안전망 확충과 생산성 혁신이 따라줘야 한다. 예컨대, 노동시간 유연화와 함께 충분한 휴가 사용 문화 정착, 노동이동 자유화와 함께 실업부조 강화 등이 결합되어야 부정적 효과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처럼 "모두 함께 불행해지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

[21대 대선 10대 경제아젠다-일자리]
[21대 대선 10대 경제아젠다-일자리] "사람을 위한 노동 vs 시장을 위한 노동" (폴리뉴스=박수남 기자)

결국 이번 제21대 대선의 일자리 공약 대결은 단순한 정책 선택이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 설계도 중 하나를 고르는 일이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은 '사람 중심의 공존 경제'라는 이상을 그리며 노동자 중심의 생태계를 정비하겠다는 복지적 기획의 결정판이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신념 아래, 규제완화와 투자촉진으로 고용총량을 늘리겠다는 성장 지향적 현실주의의 정점에 있다.

한쪽은 '포용의 확장'이 해답이라 말하고, 다른 한쪽은 '효율의 복원'이 해답이라 말한다. 그러나 정답은 어디에도 없다. 현실은 두 철학의 충돌과 타협 사이 어딘가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주4일제도, 주69시간제도 단독으로는 답이 아니다. 결국 해법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다. 고용을 숫자로만 보지 않고, '사는 문제'로 다루는 진정성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돌이켜보면, 대한민국의 일자리는 늘 '정치'에 의해 바뀌었고, 그 정치의 결과는 늘 '사람'이 감당해왔다. 이번 대선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살아야 노동도 산다. 노동이 보호받아야 시장도 지속된다. 양립 불가능해 보이지만, '공존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그 선택은 지금 이 순간에도 유권자들의 마음에서 조용히 만들어지고 있다.

"노동을 말할 땐 철학이 필요하고, 고용을 말할 땐 용기가 필요하다."

그 철학과 용기를 누가 더 준비했는지, 이번 선거는 그 판단의 무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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