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감소에 따른 소득 부족…"기본소득으로 보장해야"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챗 GPT를 사용하며 거짓말하는 인공지능(AI)의 사고 체계에 깜짝 놀라고, 고공행진 하는 엔비디아 주가를 보며 놓친 기회를 아쉬워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AI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AI를 세계 최고의 바둑 챔피언이나 체스 챔피언 정도로만 여겼을 뿐이다. 그러나 불과 최근 수년 사이에 모두가 AI를 말하는 시대가 됐다.
선각자들은 어느 분야에서나 늘 있기 마련이고, AI 분야도 그랬다. 화학자 라이너스 폴링, 교육자 프레데릭 메이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군나르 뮈르달 등은 1964년 발표한 보고서 '세 가지 혁명'을 통해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예견했다. 세 가지 혁명 중 첫 번째가 '인공두뇌 혁명'이었다.
당시 보고서는 고도로 자동화된 기계의 무한에 가까운 생산성 덕분에 장차 인간 노동력은 필요 없어지고, 생산과정에서 인간에게 남은 소수의 직업은 일반인이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까다로워진다는 내용을 담았다. 즉 소수의 인원만 직업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가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개인과 가정이 적절한 소득을 받을 수 있도록 조처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오늘날로 치면 '기본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공산주의 세력에 대항하는 자본주의 진영의 맏형이었던 린드 존슨 미국 행정부는 보고서의 조언을 무시했다. 성공적인 자본주의의 논리적 결과가 결국 '사회주의'라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존슨에게 기본소득과 같은 정책은 사회주의나 다름없었다.
독일의 유명 철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리하르트 다비드 프레히트는 신간 '모두를 위한 자유'(열린책들)에서 존슨 대통령이 애써 무시했던 '인공두뇌 혁명'이 그가 퇴임한 지 불과 수십 년 만에 우리 세계에 도래했다고 진단한다.
책에 따르면 AI가 촉발한 기술 혁명으로 미래 일자리는 급격히 줄어드는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자 마이클 오즈번과 칼 베네딕트 프레이가 2016년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2033년 무렵 아르헨티나의 일자리 65%가 기술 혁명 때문에 사라진다. 다른 나라들의 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 인도는 69%, 중국은 77%, 에티오피아는 85%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봤다.
오즈번과 프레이의 연구 이래로 멕킨지 등 여러 기관의 연구가 잇따랐고, 대체로 이들의 연구 결과는 비슷했다. AI 혁명이 일자리를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저자의 시각도 비슷하지만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노동 시장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면 '의미 사회'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의미 사회는 기술 발전에 따라 인간이 더는 생존을 위해 노동에 얽매이지 않고, 구성원들이 스스로 의미를 창출하며 살아가는 사회를 말한다. 즉 기술의 진보가 인간 소외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성 회복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다만, 그 전제조건으로 '무조건적 기본 소득'이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기본소득이 단순한 분배 정책이 아니라 사회적 기본권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호소한다. 모든 사람이 추구해야 하는 건 '레이버'(Labour·미숙련의 고된 일)가 아니라 '워킹'(Working·가치 있는 일)이고, 그런 가치 있는 일을 향유하게 해주는 수단이 무조건적 기본 소득이라면서다. 그는 서구의 경우, 기본 소득을 시행할 재정적 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제2차 기계시대(AI 등 디지털 혁명)는 1960년대나 1980년대보다 무조건적 기본소득을 더더욱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으로 만들었다. 생산량은 서구 세계에 이미 충분하다. 그런 만큼 사회적 번영이 왜 기본 소득의 형태로 안전하게, 전면적으로 분배되어서는 안 되는지에 관해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어려워지고 있다."
박종대 옮김. 5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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